"이번 사안은 정치재판…결과 사전에 정해져"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을 받는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시 당 서기가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은 의외의 일이지만 최종 판결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 정치평론가이자 역사학자인 장리판(章立凡)은 23일 홍콩 명보(明報)에 "이런 종류의 사건에는 만약 양쪽의 사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재판을 시작하기가 어렵다"라면서 보시라이가 당국과 합의를 깨고 자기변호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보시라이가 이번 재판을 통해 자신의 영웅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려 했다면서 보시라이는 대중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매우 잘 아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장리판은 보시라이가 자기변호에 나섬으로써 좌파 인사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한편 좌우 분열을 강화하고, 당내 논쟁이 유발될 테지만 최종 판결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이번 재판이 일반 형사재판이 아니라 정치재판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판결 결과는 사전에 이미 결정돼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당국은 오히려 재판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됐다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보시라이 가족과 가까운 한 인사는 "가족들도 판결은 당 지도부가 결정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국립정치대학교 보즈웨 교수는 고위 정치인 사건에서 중국 당국이 법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중국 국민이 적나라하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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