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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

[2016-05-11, 20:00:00] 상하이저널

 

땅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다 땅이 흔들려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바닷물이 넘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다 바닷물이 거대한 해일이 되어 육지를 덮칠 수도 있음을 알았다.
따뜻한 햇살을 당연하게 여겼다. 오랜 장마를 겪으며 눅눅하고 냄새 나는 빨래들을 보며 햇살을 그리워했다.


숨쉬는 공기를 당연하게 여겼다. 아침마다 공기 지수를 점검하며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건네며 무료로 쓰고 있는 깨끗한 공기의 소중함을 알았다.
밤하늘의 별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다 별을 볼 수 없어서야 깨달았다.
비가 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40도에 육박하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서야 비를 그리워했다.


남편이 매일 출퇴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어쩔 수 없이 주말에만 오는 남편의 빨랫감, 고단한 어깨를 보며 숙연해 진다.
남편이 출퇴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잠시 숨을 고르며 집에서 진로를 찾는 가장의 심장의 무게가 무겁게 전해져 온다.


엄마가 해주는 집밥을 당연하게 여겼다. 아픈 엄마의 부재로 수북이 쌓인 설거지, 빨랫감, 라면을 끓이며 나으면 잘 해드려야지….
아이들이 건강한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갑작스런 병으로 시들해진 아이의 얼굴을 보며 낫기만 해라. 낫게 해 주소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당연하게 여겼다.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하고 싶었다. 그러다 더 저렴한 집으로 이사하며 알았다. 정말 좋았구나.
부모님과 통화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갑작스런 병마 소식을 들으며 시간이 얼마 없음을 알고 울었다.
오늘 가까운 지인과 통화하는 일상을 당연히 여겼다. 갑자기 헤어지게 되어서야 구멍 하나를 본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엔 모두가 아는 상식과 우리가 모르는 옛날 옛적부터 존재하는 자연의 법칙이 누군가가 일을 해 주는 것만 같다. 그 일상을 지탱하던 규칙 하나가 알던 것을 벗어날 때 당연에서 벗어난 당혹감이 덮치곤 한다. 이 사실 앞에서 당연하다 여기는 것들을 모두 감사로 바꿔 본다. 당연한 것들은 동전의 앞면이고 뒤집기만 하면 그것은 온통 감사로 뒤덮이는 세상이 된다. 지금 내리 쬐는 따뜻한 햇살도 깨끗한 공기도 밤하늘의 별도, 오늘 통화하며 들은 부모님의 목소리도, 아침에 ‘다녀 오겠습니다’ 외치며 나간 내 아이의 목소리도, 넥타이를 고르던 남편의 모습도, 아침을 준비하고, 걸레질을 하는 일상도 당연하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더불어 일상에 당연하지 않음이 찾아 온 이웃들을 떠올리며 게을러지고 짜증내는 마음을 다 잡는다. 더불어 조심스레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그 마음을 바닷가 모래알만큼 헤아린다. 시간이 흘러 잊혀질까 두려워 기억해 보려 애써 본다. 당연함으로 인해 내 삶에 감사가 더해진다.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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