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계에서 논문 공장(paper mills)의 사용이 급증하며 학술 출판의 신뢰가 심각한 도전을 직면하고 있다. 논문 공장은 연구자들에게 위조된 데이터와 대필 논문을 제공하는 상업적 서비스로, 연구 윤리를 위협하는 주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Retraction Watch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논문 공장 이용이 처음 확인된 논문은 2004년에 게재되었으며, 2016년에는 논문 공장으로 작성된 논문이 처음으로 철회되었다. 이후 논문 공장은 연구 성과가 승진이나 재정적 보상과 직접 연결된 환경에서 점차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논문 공장(paper mills)이란?
[그림=중국에서 바라본 논문공장 이미지(출처: forbetterscience.com)]
논문 공장은 가짜 또는 질 낮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 논문을 작성해 판매하거나 학술지에 투고를 대행하는 상업적 서비스를 의미한다. 140년 이상의 글로벌 연구 및 헬스케어 커뮤니티에 서비스를 제공해 온 세계 최고의 과학출판사이자 데이터분석 회사인 엘스비어(Elsevier)는 논문 공장을 “조작된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 논문을 작성하고 저자로 이름을 올리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부도덕한 사업”으로 정의했다.
논문 공장은 단순히 논문 작성뿐 아니라 설문조사 대행, 동물 실험, 통계 분석 등 다양한 학술 서비스를 제공하며, 저자들이 자신의 연구 성과로 주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이러한 관행은 학술적 윤리와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또한, 학계의 신뢰를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논문 공장과 학계 관계자들의 은밀한 뒷거래
2024년 1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중국 기업 ‘올리브 아카데믹’이 학술지 편집자들에게 최대 2만 달러의 뇌물을 제공하며 가짜 논문을 게재하도록 유도한 사건을 폭로했다. 이 기업은 주로 페이스북을 통해 거래를 제안하며, 최소 50명 이상의 편집자와 불법 거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힌다위(Hindawi)와 같은 주요 출판사는 이러한 문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힌다위는 2022년 특별 호에서 의심스러운 논문 패턴을 감지한 이후 대규모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2023년에만 약 8,000편의 논문을 철회하는 긴급 조치를 취했다. 힌다위는 특별 호 출판을 전면 중단하고, 모든 논문에 대해 대대적인 검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힌다위(Hindawi)에서 2021년 철회된 가짜 논문(출처: 네이버)]
[사진= 올리브 아카데믹을 운영하는 잭 벤이 페이스북에 올린 이체 증거 (출처: 네이버)]
학술지 특별 호는 일반 호와 달리 별도의 편집 구조로 운영되기 때문에 검증이 느슨해 논문 공장과 편집자 간의 뒷거래가 쉬운 환경을 제공한다. 와이즈 연구원과 사이언스, 그리고 Retraction Watch의 조사에 따르면, 특별 호의 객원 편집자뿐만 아니라 정규 편집자와 편집위원들도 논문 공장과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공장에 대한 대응
국제학술출판윤리위원회(COPE)는 STM(International Association of Scientific, Technical and Medical Publishers)과 협력해 논문 공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학술출판윤리위원회는 2024년 1월에 발표한 입장문에서 “논문 공장은 학문 기록의 진실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며, 이를 해결하는 것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제학술출판윤리위원회와 STM은 논문 공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음과 같은 5대 핵심 활동을 제안했다.
첫째, 연구자, 학술자, 출판사를 대상으로 논문 공장의 문제를 알리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강화한다.
둘째, 부정행위가 발견된 경우 학술지의 대응 절차를 개선하고, 신고자와의 소통을 원활히 한다.
셋째, 특정 지역과 주제를 중심으로 논문 공장 관련 연구를 활성화하고 결과를 공유한다.
넷째, 저자와 편집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적 도구를 개발해 논문 공장의 영향을 최소화한다.
다섯째, 학술 출판계 이해관계자 간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이와 함께, 힌다위를 비롯한 주요 출판사들은 AI 기반 가짜 논문 탐지 기술에 투자하며, 논문 공장의 부정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논문공장의 이용은 잘못된 정보가 학문적 토대로 사용될 수 있으며, 학문적 경쟁의 공정성도 훼손한다. 이는 단순한 부정행위를 넘어 학계 전반에 걸친 구조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 사회와 학술 단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
학생기자 오채원(저장대 미디어학과 3)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