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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나섰지만 … '천송이 코트' 결제 중국에 뺏길 판

[2014-07-22, 17:11:20] 상하이저널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중국의 알리바바 그룹이 쉽고 빠른 결제 방식을 앞세워 국내 전자결제 시장에 진출했다. 알리바바 그룹의 모든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결제시스템을 구축한 ‘알리페이(중국명 쯔푸바오)가 한국 기업들에 “중국 소비자들과 쉽게 만날 기회를 주겠다”고 손을 내민 것이다. 한국 정부가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로 외국인들의 온라인 쇼핑길을 봉쇄한 사이 정작 전자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중국에 넘겨주게 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20일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벌이며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 문제를 거론했다. 중국 등 해외에서도 대히트를 친 한국 드라마 여주인공의 옷(이른바 ‘천송이 코트’)을 사고 싶어도 국내엔 마땅한 결제창구가 없어 눈앞에서 해외 고객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국내외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크게 없다. 금융감독원이 6월부터 공인인증서 없이도 30만원 이상 전자결제를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은행·카드사 등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이달 들어서야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보안인증 기술이 금융감독원 보안심사를 통과했다. 이것도 금융권이 받아주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한 결제 플랫폼을 내놓기는 더 힘들다. 국내 전자결제대행 2위 업체인 LG유플러스 관계자는 “10년 넘게 액티브X에 갇혀 있던 탓에 해외 소비자들에게 통할 결제플랫폼을 만들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세계 최대 소비시장과 생산기지를 가진 중국은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알리바바로 흘러드는 돈줄의 길목을 지키는 알리페이가 대표적이다. 알리페이는 ‘중국판’ 페이팔(e베이)이자 원클릭(아마존)이다. 온라인에서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 끼어 결제를 대신해 준다. 소비자는 알리페이 계정에 신용카드·은행계좌를 연결해 놓거나 충전해둔 예치금으로 결제한다. 알리페이가 제휴한 전자상거래 사이트는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로그인할 필요 없이 결제까지 끝낼 수 있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서로 다른 통화를 사용하더라도 알리페이가 중국 위안화와 US달러 환율을 반영해 알아서 정산해 준다. 현재 중국 등 전 세계 소비자 8억 명이 알리페이 계정으로 편하게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하루 거래량만 1억 건이다. 특히 비자·마스터 등 국제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은 중국에서는 알리페이 예치금 제도가 큰 인기다.

이런 알리페이의 힘을 한국 기업들도 체감하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400여 개 국내 업체가 이미 알리페이 시스템을 구축했다. 롯데인터넷면세점은 2012년 말 알리페이 계정과 연동한 중국어 사이트를 개설한 이후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 회사 박우영 팀장은 “2012년 2475억원이던 매출이 올해는 4500억원까지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사브리나 펑 알리페이 인터내셔널 대표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 설명회에서 “‘이 세상에 어려운 비즈니스는 없다’는 알리바바 창업정신에 따라 알리페이는 한국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펑 대표는 또 “알리바바는 1분이면 어떤 상품, 어떤 브랜드가 잘 팔리는지, 특정 브랜드가 지난 10년간 얼마나 성장했는지 다 알 수 있다”며 “중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리바바 그룹은 한국 기업들을 아예 알리바바 그룹 내 온라인쇼핑몰에 입점시키려고 뛰고 있다. 알리바바 그룹의 B2C 쇼핑몰인 티몰은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기업 대상 설명회를 열었다. 국내 주요 소셜커머스 업체인 위메프도 현재 알리페이와 협업을 논의 중이다.


기사 저작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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