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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확인 또 확인합시다"

[2007-12-03, 23:00:06] 상하이저널
중국인들 생전에 불가능한 것 네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 음식 종류가 너무 많아 평생토록 먹어도 중국 음식을 다 먹어 보지 못한다는 것. 어느 산골 마을의 식당에서 조차도 백 가지가 넘는 메뉴를 보고 깜짝 놀랐었던 기억이 있다. 둘째, 중국 땅에 너무 넓어 평생 다녀도 중국 땅에 다 못 가 본다. 셋째, 방언이 너무 많아서 중국말을 다 못해본다. 넷째, 한자수가 워낙 많아서 중국 글자를 다 못 써본다. 이렇게 엄청나고도 대단한 중국이 순간 순간 삶의 현장에서 부딪치다 보면 불현듯 밉다가도 좋고, 좋다가도 미운 나라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우리가 이 땅에서 삶을 꾸리어 나가는 동안만큼은 우리자신이 한국의 문화, 전통, 습관을 알리는 전도사이기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강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일요일 시내에 있는 모 백화점에 갔다. 큰 아이 학교에 행사가 있어 정장 양복을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오랜만에 가본 백화점에서 나는 여러번 놀랐다. 엄~청 변해버린 직원들의 친절, 가격대비 세련된 디자인과 양질의 옷들…즐비하게 차렷자세로 일렬종대 횡대로 서 있는 옷들을 고르다가 검정색 정장 한 벌을 선택했다. 소매기장이 4cm 가량 짧았다. 우선 소매 시접선 끝까지 단을 내기로 하고 바지는 어렵게 다른 매장에서 구두를 빌려 신은 후 바지길이를 쟀다. 중국에서 양복을 구입한 것이 처음이라 흐믓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다음날 옷을 찾기 위해 백화점을 찾았을 때는 내 눈이 믿기지 않았다. 아뿔사! 확인, 또 확인하고 몇 인치 줄여야 할지 정확히 기재할 걸, 내가 그들을 믿었던 걸 후회했다. 소매기장은 짧고 바지는 아예 없었다. 허둥지둥 없어진 양복바지를 찾다가 급기야 양복 바지는 전날 내가 이미 가져간 것 아니냐며 전전긍긍하다 찾은 바지는 줄여져 있지 않은 상태로 팽개쳐있었다. 양복 소매단을 최대한 1cm 밖에 못 낸다며 우겨대는 그녀들! 절대로 환불이나 물건 교환은 불가능하다며 웅변하는 그녀들! 너무 당황해서 한참을 망연자실하다가 차분히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마침내 직원들이 다시 친절한 태도로 돌변해서 이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격일제로 근무하는데 전날 근무했던 직원이 업무인수인계를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다음날 담당직원과 상의해서 소매단을 더 내던지, 교환하던지, 환불을 해주기로 했다. 다음날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비장한 군인의 불안한 심정으로 물건을 팔았던 문제의 직원과 대면하자 그녀는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본인이 그저께 너무 바빠 업무인수인계를 하지 못한 것 등등, 급기야 한 사이즈 더 큰 옷으로 바꿔 소매단을 늘이기로 했는데 자그마치 4시간을 기다려 완성된 옷을 가지고 백화점을 떠날 수 있었다. 너무 피곤해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흡족함과 짜증, 만감이 교차했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어떤 나라와 경쟁하든지 자국의 이익과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 보면 베짱 하나는 두둑하다는 생각이 들어 칭찬해 주고 싶은 나라, 빠른 경제발전 속도에 대단하고 무서운 것 같은데 아직 멀은 것 같은 상반된 평가가 이어지는 나라, 개혁개방이래 사회 각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부를 축적한 신흥부자들이 많은 이 나라.

내가 이 나라에 사는 날까지는 무엇을 하든 확인 또 확인하며 무엇이든지 문서로 남기고(이번 일은 좋은 결과로 매듭지어졌지만 문서로 남기지 않았기에 그쪽에서 억지를 주장했다면 속수무책) 성급한 감정표현보다는 참고 인내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내가 이 나라를 감싸 안으며 달려나가야 하는 희망의 이 세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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