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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속옷의 품격

[2012-07-06, 19:17:42] 상하이저널
중학교 2학년 신체검사 시간.
신체검사를 담당하셨던 가정 선생님께서 화를 내셨다. 선생님이 예뻐하시던 친구의 속옷을 보시고는 꼭 엄마 같은 표정으로 화를 내셨다. 친구는 하얀 면으로 된 러닝셔츠가 아닌, 여름용 민소매 티를 입고 있었는데 이제 막 가슴이 나와 봉긋해진 친구의 가슴이 민소매 티 겉으로 표시가 나 두 팔로 가리고 있었다.

"선생님이 오늘 신체검사 한다고 속옷 제대로 입고 오라고 했지? 가슴이 나오면 엄마한테 여기에 맞는 속옷을 사달라고 해야지 언제까지 초등학생처럼 티셔츠 쪼가리를 속옷으로 입고 다닐래? 엄마가 이렇게 예쁜 딸 두고 브라 하나도 안 챙겨 주나?"

신체검사 전날.
엄마 손에 이끌려 브라를 사기 위해 속옷가게에 따라 간 나는 부끄러워 시선을 둘 곳부터 찾았다. 사람들 안 보이는 구석에라도 가면 좋겠는데 엄마는 가게 입구에 서 있는 내게 성큼 다가와 하얀 면 브라를 옷 위에 입혀 보셨다. 주니어용 브라에 팔을 끼고 서 있었지만 멘탈은 이미 붕괴.

나이에 맞게, 몸에 맞게, 속옷도 잘 입어야 여학생답다는 선생님 말씀대로, 아직 채워지지 않은 헐렁한 브라를 입고 신나게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턱 아래까지 올라와 있는 브라를 끌어내리는 게 더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라나는 몸을 보호하기에 속옷을 제대로 입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는 데 그땐 어른놀이 하는 차림새로 학교에 가는 것 같아 어색한 열 네 살이었다.

10년 전, 샤먼에서는 어린이용 팬티 사는 것도 일이었다. 어린아이에겐 그저 아랫도리 훤히 드러나는 카당쿠가 전부였던 시절. 더 신기한 건 여름이면 속이 훤히 비치는 슬립을 입거나 풍덩한 사각 팬티만 입은 아저씨가 돌아다니고, 중국식 속옷인 “肚兜(앞가슴만 가리는 손수건 모양의 중국 속옷)”만 입고 또우장(豆浆)과 요우티아오(油条)를 사러 나오는 젊은 아가씨도 있었다. 심지어 세탁소에서 팬티도 빨아주었다. (어떤 세탁소는 양말은 빨아주고 팬티는 안 빨아준다고 광고 글을 붙여놓기도)

속옷을 외출복으로 즐겨서 그런가? 어른용 속옷은 정말 다양하다. 과감한 컬러에 과감한 디자인은 물론이고 습하고 차가운 초봄에 입기 좋은 얇은 내복부터 누빔으로 만든 겨울용 내복까지 다양하게 입는 용도도 다양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가격은 비싼데 비해 질은 한국보다 못하다. 삶아도 되는 좋은 면은 역시 한국이 최고인 듯하다.

“러닝셔츠 챙겨 입었어? 꼭 입고 가야지~ 안 입으면 배 아파.”
러닝셔츠를 안 입는 중국아이들이 더 많다보니 딸아이도 안 입으려 한다. 이제 곧 2차 성징이 나타날 나인데 속옷을 잘 입도록 가르치고 싶다. 답답하게 꼭꼭 여며 입기만 하라는 뜻이 아니라 옷차림에 맞게, 유행에 맞게,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잘 챙겨 입는 센스 있는 멋쟁이가 되라는 의미다.

노출이 잦아지는 여름, 상하이 거리에서 마주치는 다소 민망한 차림의 허당 멋쟁이들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팬티스타킹 밴드가 허벅지에 내려 온 채로 미니스커트를 입는다거나 밑위가 짧은 청바지인데 허리까지 올라오는 풍덩한 속옷을 입는 건 곤란하지 않은가? 속옷도 패션의 일부이자 패션의 시작이라는 개념 있는 멋쟁이가 되면 좋겠다.

▷Betty(fish7173. 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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