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에어컨 전쟁

[2012-07-11, 16:09:31] 상하이저널
7월의 문을 들어서자마자 상하이의 찜통 같은 더위가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아직은 조금도 물러설 기미가 없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커튼 밖으로 살짝 바깥을 엿본다. 7시를 갓 지났을 뿐인데, 벌써부터 온 세상이 뜨거운 햇살만이 가득하다. 마치 온 시간이 한낮에만 고정되어 있듯이. ‘아, 오늘도 한 더위 하겠구나….’ 숨이 탁~ 막힌다. 밤새 에어컨 리모콘을 손에 쥐었다 내려놨다 하느라 잠을 설친 탓에 머리가 띵~하고, 에어컨 찬바람에 내 몸의 장도 덩달아 예민해져서 영 편치가 않다. 화장실을 몇 번이나 드나들게 만든다. ‘잘 먹어야 오늘 하루를 잘 버티지.’ 아침 식사로 이것 저것 챙겨 먹으려해도 늦잠 자는 아이들 때문에 입맛도 없고, 하루가 이렇듯 맥없이 시작되고 있다. 이 상하이의 더위 때문에….

하루 종일 소파에서 뒹굴기가 지겨워 잠깐 슈퍼 가는 길에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흘러내린다. 한 손엔 양산을 펼쳐 들고, 또 한 손엔 슈퍼에서 산 물건들을 들고서 집까지 가자니, 멀지도 않은 길이 원망스러워진다. 아스팔트의 열기가 얼굴로 확~ 뿜어져 올라온다. 조용한게 좋아서 아파트 뒤쪽 구석진 곳으로 집을 얻어 사셨던 한 할머니의 푸념어린 말이 떠오른다. “영감이나 조용하게 사슈. 난 앞쪽으로 갈라요.. 좀 시끄러우면 어때요? 이 땡볕에 들고 나기가 얼마나 힘들고 지치는데.”(여기 말로 간단하게 얼마나 마~ 판 스러운데…)

올해 들어 더위가 힘들어지면서 친정엄마 생각이 많이난다. 대학시절, 뜨거운 뙤약볕에서 농촌봉사활동을 할 때도 견딜만 했었다. 땀이라곤 코에 몇 방울 맺히고 말던 젊었던 시절, 난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물 샤워를 하시는 엄마를, 수건을 걸치고 다니다시피 하시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지금, 우리들은 에어컨없는 세상을 상상하기조차 싫은데, 그 당시 우리 엄마에게 에어컨이 있었으면 얼마나 큰 기쁨이었을까. 그러나, 엄만 에어컨을 갖게 되었을 때는 온 몸에, 온 뼈에 찬바람이 들어가서 손가락이, 발가락이 시리시다며, 제대로 사용하시지도 않으셨다. 우리들을 위해 켰을 뿐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별로 켤 일이 없었다. 엄마가 더위로 그렇게 힘들어하실 때, 자식 셋을 위해 꼭꼭 하루 세끼 챙겨주느라 불 앞에서 연신 땀으로 온 몸이 적셔지고 있어도, 엄마니깐 당연한거라고만 생각했을 뿐 엄마에게 부채바람이라도 한번 시원하게 안겨주지 못한 게 못내 죄송하다.

방학 때면, 아버지 집에선 에어컨때문에 서로 마음이 상하는 일도 생긴다. 여기 사는 우리들은 에어컨을 켜는게 이미 습관화되어 있어 조금만 더운 바람이 느껴져도 그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렵다. 하지만, 아버진 웬만하면 선풍기바람을 고집하신다. 우리들은 끈적거림에 불쾌지수가 자꾸 높아져 간다. 애들은 빨리 돌아가자고 짜증 섞인 말투로 변한다. 그러다, 뼈에 찬바람이 들어와서 너네들 하고는 도저히 한 순간도 못 지내겠다 하시던 아버지가 끝내는 항복하신다. 자식들이 불편해서 더 이상 찾아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조금은 두려운 마음에서. 난 중간에서 아버지 편을 들기도, 아이들 편을 들기도 여간 곤란하지 않다. 이런 딸의 마음이 안쓰러워 아버지는 스스로 먼저 항복하신다. 자신만 방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너희들은 여기 거실에서 시원하게 지내라고.

이번 여름도 아버지와 우리들의 에어컨 전쟁은 여지없이 있을게다. 난,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사실상 나도 아이들 편이다. 나도 이미 에어컨 마니아인 것을 아버지만 모르고 있다. 올해는 아버지가 에어컨 리모콘을 먼저 내놓으실 생각을 하고 계신다. 전화수화기에서 들려온다. “에어컨가스는 작년에 채워 넣었으니깐, 올해는 안해도 되는거제.” 난, 자신있게 대답했다. “네, 그럼요. 올 여름도 시원하게 지내겠네요.”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

ⓒ 상하이저널(http://www.shanghaibang.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플러스광고

[관련기사]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아줌마이야기] 속옷의 품격 2012.07.06
    중학교 2학년 신체검사 시간. 신체검사를 담당하셨던 가정 선생님께서 화를 내셨다. 선생님이 예뻐하시던 친구의 속옷을 보시고는 꼭 엄마 같은 표정으로 화를 내셨다...
  • [독자투고] 상하이 조선족노인협회 11주년을 축하하.. [1] 2012.06.29
    상하이 조선족노인협회 11주년 경축모임이 민항 구 신장에서 성황리에 펼쳐졌다. 전체 회원, 지역 책임자, 기타 단체 대표들로 총 250여명이 참석한 경축 모임에는..
  • [아줌마이야기] 차오원쉬엔(曹文轩)의 '비'를 읽다 2012.06.29
    매년 그렇듯이 상하이의 6월은 늘 젖어있다. 일상의 모든 것들을 비와 함께 생각하고 계획하여야 한다. 햇볕이 간절하지만 이제 그것은 그리움과 기다림으로 받아들일..
  • [아줌마이야기] 큰 아이의 졸업식 2012.06.21
    큰 아이가 ‘마침내’ 졸업식을 했다. 모르는 사람들은 ‘마침내’ 라는 말에 의문을 가질테지만, 그동안 겪은 우여곡절을 생각하면 우리 아들이 너무도 장하게 고등학교..
  • [아줌마이야기] 컴을 내 친구로 2012.06.15
    화요일마다 노트북을 들고 컴퓨터수업을 다니기 시작한지가 벌써 16주가 다 되어가고 있다. ‘배울 기회가 있었으면…’ 늘 마음만 앞서 가고 있었는데, 같이하고자 한..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사진찍기 좋은 상하이 이색거리 5곳
  2. [교육칼럼] 한 뙈기의 땅
  3. 메이퇀 배달기사 월 평균 200만원..
  4. [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 상하이..
  5. 中 ‘금구은십’은 옛말… 중추절 신규..
  6. 샤오미도 3단 폴더블폰 출시하나… 특..
  7. 상하이, 호우 경보 ‘오렌지색’으로..
  8. 화웨이, ‘380만원’ 트리폴드폰 출..
  9. 벤츠, 비야디와의 합자한 전기차 ‘텅..
  10. 中 지준율 0.5%p 인하…금융시장에..

경제

  1. 메이퇀 배달기사 월 평균 200만원..
  2. 中 ‘금구은십’은 옛말… 중추절 신규..
  3. 샤오미도 3단 폴더블폰 출시하나… 특..
  4. 화웨이, ‘380만원’ 트리폴드폰 출..
  5. 벤츠, 비야디와의 합자한 전기차 ‘텅..
  6. 中 지준율 0.5%p 인하…금융시장에..
  7. 중국, 7년 만에 초전도 자성체 세계..
  8. 中 재학생 제외 청년 실업률 18.8..
  9. 중국판 다이소 ‘미니소’, 용후이마트..
  10. 中 신차 시장 ‘가격 전쟁’에 1~8..

사회

  1. 상하이, 호우 경보 ‘오렌지색’으로..
  2. ‘등산’에 목마른 상하이 시민들, ‘..
  3. 레바논 ‘삐삐’ 폭발에 외국인들 ‘중..
  4. 상하이 지하철 9개 역이름 바꾼다
  5. 상하이 디즈니, 암표 대책으로 입장권..

문화

  1. 제1회 ‘상하이 국제 빛과 그림자 축..
  2. [책읽는 상하이 253] 너무나 많은..
  3. "공연예술의 향연" 상하이국제예술제(..

오피니언

  1. [허스토리 in 상하이] ‘열중쉬어’..
  2. [교육칼럼] 한 뙈기의 땅
  3. [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 상하이..
  4. [교육칼럼] ‘OLD TOEFL’과..
  5. [무역협회] 중국자동차기업의 영국진출..
  6. [허스토리 in 상하이] 애들이 나에..
  7. [중국인물열전 ①] 세계가 주목하는..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