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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해후

[2012-08-15, 10:27:26] 상하이저널
꿈같은 일주일이 지나갔다. 뜻밖의 전화를 받은 것은 한달 전.

'나야!"

"누구세요?"

"내 목소리 잊었어?"

짧은 시간에 머리를 굴렸다. 내가 큰 실례를 하고 있구나.

"혹시 00?"

너무나 오랜 시간 연락이 없어 생각지도 못했던지라 알아본 순간 반가움에 앞서 그 동안 무소식에 대한 원망부터 쏟아냈다. 이곳 상하이에 온지 6년차 한창 힘들어할 때 내 곁으로 온 사람. 나이는 나보다 조금 아래지만 언니같은 동생으로 나에게 많은 힘이 되고 벗이 되어준 사람. 그리고 2년도 못 채운 만남을 뒤로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훌쩍 미국으로 떠난 그 동생이 지금 만 2년이 지나 이렇게 나를 부르고 있었다.

"언니, 나 지금 한국인데 상하이가면 언니집에서 머물 수 있어?"

"그럼, 당연하지."


이렇게 2달간의 휴가 중 일주일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그녀가 떠나고 잠깐 연락이 오갔지만 소식이 끊겼고 또다시 낯선 곳에서 시작을 하는 고충을 알 것 같아 그저 기다리고만 있었는데, 역시 그녀는 예전과 같이 넉넉한 미소와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조금 까칠하지만 유난히 나를 잘 따르던 딸아이도 야무진 대학생이 되었고 아들녀석은 한참을 올려보아야 할 정도로 키가 불쑥 자라 있었다. 그리고 든든하게 뒤에선 그녀의 남편.

우리의 일주일은 짧기만 했다. 이곳에서 성장기를 보낸 아이들은 마치 우리가 한국음식을 찾듯 중국의 향을 그리워했고 우리는 예전에 다니며 먹었던 중국음식점을 다니며 그야말로 중국음식기행이 따로 없었다. 매일 밤 늦도록 그 동안의 이야기를 하며 울고 웃고 아침이면 충혈된 눈으로 마치 소녀들같이 또다시 떠들어댔다.

딸아이는 매듭으로 꼼꼼히 팔찌를 만들어 내 손목에 채워주며 “아줌마, 사랑해요”라는 짧은 글을 쓴 사진을 내밀어 나를 무한감동을 시켰다. 그리고 또 나를 감동시킨 것은 남편이었는데 마치 처제가 온 듯 일주일 동안 진정한(?) 상하이 남자가 되어 우리를 위해 많은 것들을 세심하게 챙겨주었다.

상하이의 유명한 찌는듯한 여름이 계속된다. 그녀의 오랜 상하이 생활 중 길지 않은 우리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나를 찾아준 것과 그 안에 늘 내가 있었다는 것이 고맙고 행복하다. 일주일, 아쉬운 것도 많지만 내가 즐겁고 행복했으니 그녀도 행복했으리라 생각한다. 공항에서 우리는 서로를 안으며 또다시 언제 만날지 모를 이별을 했다.

"너무 참지 말고 너무 의식하지 말고 우리끼리는 솔직하자 알지?"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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