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여 씨 대구서 잡혀
중국 지방정부가 조속한 해결을 촉구할 정도로 중국 현지에서 극심한 반한감정을 불러일으킨 '해림사기사건' 피의자인 여모(48)씨가 6일 한국 경남경찰에 의해 대구 팔공산 인근에서 붙잡혔다. 경찰은 여씨에 대해 8일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씨는 2006년 4월∼2008년 4월 중국 흑룡강성 해림시에서 현지인들을 상대로 “한국 조선소에 취업시켜 주겠다”고 속여 790여명으로부터 1천42만위엔(한화 21억원)을 가로챈 뒤 자취를 감추었다.
그는 ‘청와대 직속 국가전략연구소장’ 혹은 ‘신문사 편집국장’이라고 적힌 명함을 뿌리고 이름만 대면 아는 국내 유명 정치인들과 악수하는 사진을 합성해 든든한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처럼 현지인들을 속였다.
해림시는 ‘청산리전투’의 영웅 김좌진 장군이 순국한 곳으로 1999년 장군이 살던 집이 복원되고 2005년 10월에는 한중 우의 공원이 세워지는 등 전통적으로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피해자 2명이 자살을 시도하고 가정불화를 겪는 등 민심이 극도로 악화하면서 현지 중국신문들이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이에 해림시정부는 지난해 10월 김좌진 장군 기념사업을 위해 현지를 수차례 방문했던 김좌진 장군의 손녀인 김을동(친박연대) 의원실에 공문을 보내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여씨는 경찰에 붙잡힐 당시 사기금액 21억원 가운데 현금 4억5천만원을 은신 중인 원룸에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나머지 돈의 사용처와 회수 가능한 돈이 더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