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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 칼럼] 공부의 이유

[2023-08-19, 06:47:58] 상하이저널
-이제는 진짜 공부를 해야 할 때

공부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설명해 보라 하면 선뜻 말하기 쉽지 않지요. 설명의 내용도 제각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 역시 마찬가자입니다.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략 세 방향으로 말해 보겠습니다.


학업으로서의 공부

첫째, 관문을 통과하기위한 학업으로서의 공부가 있습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취업을 위해, 자격을 얻기 위해 하는 공부지요. 이 공부에는 늘 평가 시험이 따라붙습니다. 또한 시험은 없지만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일도 많고요. 이런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습관이 요구됩니다. 수많은 시도와 착오를 경험하면서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세운 계획에 맞춰 반복적으로 실행해 나가는 습관이 몸에 배어야 합니다.

삶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과제를 부여합니다. 어떤 과제는 삶의 방향을 바꿔 놓을 정도로 중대한가 하면, 또 어떤 과제는 비중이 소소합니다. 하지만 과제의 경중과 무관하게 시기마다 주어지는 숙제를 어떻게든 해내야 하는 게 우리의 숙명이지요. 그런 점에서 인생은 공부의 연속입니다. 

자기 계발∙지적 성장을 위한 공부

둘째, 지식 정보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다시 말해 자기 계발과 지적 성장을 위한 공부가 있습니다. 한 분야를 체계적으로 익히는 학문도 여기에 해당하고. 글쓰기, 말하기, 그림 그리기, 노래하고 악기 다루기, 명상이나 체육활동, 외국어 구사 같은 실용적 기능과 솜씨를 익히는 학습도 포함합니다. 이런 공부를 위해 필요한 것은 시간과 노력입니다. 독서와 연습에 시간을 들이고 힘을 쏟아야 합니다.

이 공부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유념할 것이 있습니다. 우선 배우고 익히는 ‘학습’이 온전히 이루어여쟈 합니다. 배울 학()만 있고 익힐 습()이 없으면 공부라 할 수 없습니다. 배우기만 한 것은 내 것이 아니고, 그것을 익혔을 때 비로소 내 것이 됩니다. 그런데 나의 학창 시절 공부는 배움만 있었어요. 익힘까지 나아가지 못한 것이지요. 배운 것을 내재화하여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교육이었습니다. 나는 배움보다 익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익힘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움만 있었다면, 대학이나 직장에서는 배움과 익힘을 함께해야 하고, 마침내 익힘만 있는 단계로까지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조에 이바지하는 공부

또 한 가지 유념할 점은 본래 있던 것을 받아들이기만 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지 못하는 공부여선 안 된다는 겁니다. 돈을 벌어 쌓아 두기만 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돈은 적절히 썼을 때 그 가치가 발휘됩니다. 공부도 지식과 정보를 내 안에 쌓기만 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쌓인 지식과 정보를 연결하고 결합해서 온고지신(온고지신, 옛 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것을 안다는 뜻)해야 합니다. 창조에 이바지하는 공부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세상에 보탬이 되는 쪽으로 이바지하는 공부

한 가지 더 염두에 둬야 할 것은 공부만 해서 세상일은 잘 모르는 ‘책상물림’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세상 돌아가는 데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공부에만 몰두해서는 곤란합니다.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고 남과 겨뤄 이기기 위한 공부도 필요하지만, 세상에 보탬이 되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이바지하는 공부도 중요하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 물정을 알기 위해 힘쓰고 세상으로 들어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인격을 닦고 역량을 키우는 공부

셋째, 인격을 닦고 역량을 키우는 공부입니다. 이를 통해 정신적 성숙을 이루어 공부하는 토대를 갖춰야 합니다. ‘공부’란 말은 본디 불교에서 유래했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공부할 수 있는 인격과 역량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공부의 본뜻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짜 공부는 고등학교 교과목이나 대학교 학과처럼 따로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다른 공부가 필요하고, 하나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여러 공부가 동원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겉으로 드러나는 개별 과목 공부도 해야 하지만, 이런 공부를 보다 잘 하기 위해서는 인격을 닦고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초 체력과 근육을 키우는 공부지요.

인격에 해당하는 기초체력은 호기심, 인내심, 도전 정신, 협동심 같은 것들입니다.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기도 하지만,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기를 수 있습니다. 역량이라고 할 수 있는 공부 근육은 집중력, 관찰력, 공감력, 비판력, 질문력, 지구력, 상상력 들인데, 이것들 또한 부단한 훈련으로 길러질 수 있습니다.

인격과 역량을 연마하는 두가지 길 ‘관계’와 ‘공부’

인격과 역량은 두 가지 길을 통해 연마됩니다. 그 하나는 관계입니다. 부모와 스승, 선배, 친구, 배우자, 인연 등과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

주변에는 누가 됐든 반드시 배울 만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나보다 잘났든 못났든 말입니다. 바로 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보고 배우고 본받고 깨우쳐야 합니다.

인격과 역량을 연마하는 또 다른 길은 공부 그 자체입니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호기심, 집중력, 끈기가 필요한데, 이런 덕성은 공부를 통해 길러집니다. 우리는 모두 알고 싶어합니다. 알지 못할 때 답답하고요. 그리고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공부하지요. 알고 싶은 마음, 즉 호기심은 아예 모르거나 너무 잘 알아도 줄어듭니다. 적당히 모를 때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해 호기심이 발동하고 공부하게 됩니다. 그런데 공부하면 호기심은 더 커지지요. 공부하면 무엇을 모르는지. 채워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통해 길러지는 ‘집중력’과 ‘끈기’

집중력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는 그 자체가 고도의 집중력 훈련입니다. 공부하는 이유와 목적이 분명할수록 집중하는 힘이 커지는데, 공부하는 과정에서 그런 이유와 목적이 선명해지고 간절해지는 것이므로, 공부는 집중력을 키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끈기 역시 공부를 통해 길러집니다. 학창 시절, 성적이 좋은 학생들의 공통점은 꾸준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놀고 싶고 자고 싶은 마음을 참으면서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끈기가 공부하게 만들고, 그렇게 공부하면서 끈기가 강해집니다.

강원국 | 창비교육 | 2023년 8월

진짜 공부를 잘한 사람

진짜 공부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중고등학교 성적이 좋은 것만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림을 잘 그리거나 운동을 잘하는 것도 공부를 잘하는 것이고, 끈기 있고 협력을 잘하는 것도 공부 잘하는 것이지요. 나아가 부모나 선배로서 제 역할을 잘하는 것도 공부 잘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사람이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어질고 따뜻한 품성을 갖춘 이가 취직 시험에서는 연거푸 낙방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어떤 공부를 잘해야 할까요? 또 누가 진짜 공부를 잘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왜 공부가 하기 싫은가

왜 공부하기 싫으냐고 물으면 대답이 각양각색입니다. 공부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많아서, 너무 어려워 쫓아가기 힘들어서, 왜 공부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집중이 안 돼서, 남과 비교당하는 게 싫어서…. 그 가운데 공부에 소질이 없어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소질이 없다는 뜻은 자신이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머리를 타고나지 못했다는 푸념이거나, 공부가 재미있지 않다, 공부에 취미가 없다, 공부는 내 적성이 아니라는 넋두리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타고난 머리가 있어야 하는 공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공부도 많아요, 교과 과정에서 요구하는 지적 능력이 공부 머리의 전부가 아닙니다. 공감 능력과 감수성이 필요한 공부도 많습니다. 재미도 그렇습니다. 학교 다닐 적 공부가 재미없던 사람도 다른 공부에서는 흥미를 느낄 수 있어요. 공부에 취미가 없다는 사람은 아직 자신에게 맞는 공부를 만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이를 먹거나 환경이 바뀌면, 그리고 스스로 그런 공부를 찾기 시작하면 가까운 데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습니다.

공부도 때가 있다?

공부도 때가 있다는 말은 틀렸습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해야 합니다. 학교에 다니기 전부터 우리는 공부했습니다. 그 시기가 아마 인생에서 가장 악착같이 공부한 시기가 아닐까 싶어요. 걷기 위해 넘어지기를 수없이 반복하고, 친구들과 놀기 위해 온갖 궁리를 다 합니다. 그리고 학창 시절은 싫으나 좋으나 공부와 무관하게 살 수 없고요.

문제는 학교를 졸업한 이후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건, 자영업에 뛰어들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각성이 필요합니다. 특히 앞서 언급한 인격 도야와 역량 함양을 위한 공부에 정진해야 합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에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우리의 기대 수명은 100세 이상까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살던 대로 살아온 갊의 궤도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새로운 삶을 추구하고 시도해야 합니다.

왜 공부해야 할까

그렇다면 왜 공부해야 할까요? 나는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누군가 그랬습니다. 행복은 현재에도 좋고 미래에도 좋은 것이라고요. 일에는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해야 하는 일은 하는 건 미래에는 좋지만, 현재는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 현재에는 좋지만, 미래에는 안 좋을 수 있지요. 나는 공부야 말로 현재에도 좋고 미래에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하는 현재가 좋을 수 있느냐고요? 나도 학교 다닐 적엔 공부가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직장 생활할 적엔 시키는 일은 하지 않고 공부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직장을 다니지 않는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일이 공부가 되었습니다.

공부는 현재에도 좋고 미래에도 좋습니다. 공부하면 기쁨과 희열을 느끼고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나를 기대하게 됩니다.

강원국의 <진짜 공부> 中

[강원국]
저술가, 강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 비서관실 행정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 비서관 등으로 일하며 리더들의 말과 글을 쓰고 다듬었다. 지금은 집필, 강연, 방송 활동에 전념하며 자기 말을 하고 자기 글을 쓰며 산다.  <대통령의 글쓰기>, <회장님의 글쓰기>, <강원국의 글쓰기>, <나는 말하듯이 쓴다>, <어른답게 말합니다>, <결국은 말입니다>, <진짜 공부>를 펴냈다. 2020년부터 KBS1라디오 ‘강원국의 지금 이 사람’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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