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벌써부터 보일러를 가동시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에 다시금 떠오르는 보일러 문제, 한국에서도 난방 문제로 뜻하지 않게 고생했던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한국의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에 관이 동파되어 며칠 간을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제조업체의 서비스 수리로, 그래도 한국이었기에 어떻게든 해결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곳 상하이에서도 그게 통할 수 있을까?
아파트에 입주할 때 이미 장착되어 있는 국적불명의 보일러로 고장이라도 나면 어디 말 할 곳도 없이, 고생하다, 결국 바꾸기까지 한 모험담을 종종 듣는다. 뿐만 아니라 바꿨음에도 후에 문제 발생시, 보상 기간을 핑계로 그리고 자신들의 대리점에서 설치한 게 아니라는 이유를 대며, 사후 관리를 받기 힘든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더욱이 고객이 안전과 편의가 최우선이 되지 않고 있는 이 곳 상하이에서는 보일러의 선정에서부터 설치까지 스스로가 체크해야 보장 받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이를 위해 교민들 뿐만 아니라 한국 온돌의 문화를 올바르게 지키고, 전파하기 위해 상하이를 찾은 Rinnai의 안수업씨를 만나 보일러에 관한 일반적인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한 평생 보일러의 외길 인생을 살아온 안수업씨는 보일러 개발과 사후 서비스까지 두루 맡아 경험했음에, 이 곳 상하이에서도 고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하는 정신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내 집의 첫 보일러는…
우선 보일러의 선정과 시공에서부터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그는 단호히 말한다. 보일러에 관해 일반인들은 지식이 없기 때문에 제품과 시공업자를 선정하면 다 되었다 생각하고 두 손을 놓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가장 위험하며, 특히나 보일러의 불모지인 상하이에서 보일러 시공을 맡겼다면 가장 기본적인 몇 가지는 꼭 체크해야만 한다.
우선은 그 제품의 회사가 믿을 수 있는 곳인지를 알아본다. 물론 그 신뢰의 바탕에는 사후 관리와 제품의 기능, 그리고 많은 경험을 거친 곳이어야 할 것이다. 누수나 동파 등 안전 기능이 강화된 제품에 더욱 중요한 것은 제조업체명과 시공자명, 시공일자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시공자가 면허를 가진 이어야만 하는 반면에 이 곳 중국에서는 등록증조차 없는 이들도 그저 설치 해주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온수와 보일러 가스 등 총체적인 연결 구조를 잘 알고 이 모든 것을 책임져 설비, 서비스해주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회피한다. 중국에서는 인테리어 업체가 많은 것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불합리점도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또 등록증과 함께 요구해야 할 것은 정확한 설치 시점이다. 대부분 인테리어를 통해 시공이 완료되는 것은 3개월 정도인데, 무상 서비스 기간을 따질 때 소비자는 가동 시점부터 따지는 반면, 이를 설치하는 이들은 설치 시부터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공할 때에는 어떠한 점이 필요할까? 예전 한국에서 보일러 기술이 미비하던 시기, 폐가스에 중독되어 사망까지 이르는 사고가 종종 일어나곤 했다. 이는 가스가 나가는 연통부의 설치가 얼마나 중요한 가를 단적으로 이야기 해준다. 연통부는 일반적으로 가스가 나가는 배기구보다 보일러와 그 연통을 잇는 ㄱ자형 배기통이 3~5도 정도 높게 비스듬히 설치되어야 한다. 이는 뜨거운 폐가스가 나가고, 차가운 바깥의 공기가 들어오면서 통 안에 생기는 액체 결정을 자연스럽게 나가기 위함인데, 이 것이 거꾸로 보일러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 열 교환기가 막혀, 발생되는 폐가스가 보일러 안을 통해 계속 새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또한 연통을 사용함에도 스테인레스로 된 이중관을 이용하는 것이 좋은데 이는 열에 강하고, 부식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중국에서는 구부리는 불편함을 줄기 위해 주름관 모양의 알루미늄관을 쓰고 있다. 이는 부식도 잘 될 뿐만 아니라 그 안에 가스를 잡아주는 고무패킹도 없어, 새는 위험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곳에서 보일러 시공 시 연통부를 잘 확인해야 한다.
요즘에는 이음부분으로 물이 샐 염려가 있는 동파이프를 쓰는 대신 엑셀관이라 하여 플라스틱식의 한번 연결로 이루어진 제품을 많이 쓴다. 이 때 중간에 길이가 모자라 이어 붙여쓰는 경우가 많은데, 물이 새면 밑에 집 천장에서 나올 때나 되어야 알게 되므로, 보이지 않는 곳의 설비까지 신경써서 체크해야 한다.
관리 시 알아두자
일반 보일러의 문제 하면, 우리는 동파, 누수와 같은 것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요즘 대부분의 신형 보일러들은 이런 문제들을 쉽게 처리할 수 있게 해 놓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설치와 그 후 조금의 주의만 기울인다면, 아무런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상하이 날씨는 영하로 떨어지는 등의 강추위도 찾아오지 않기 때문에 전원은 꺼져있어도 계속 보일러의 코드만 꽂아 놓는다면 동파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아무리 틀어놓아도 쉽게 따뜻해지지도 않고, 가스비만 나갈 때이다. 이에 임시방편으로 공기가 차 있다 생각하여 공기를 빼곤 한다. 물론 공기가 많이 차 있던 경우 바로 효과를 보게 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바닥 내 관들의 이물질이 쌓여있다는 것이다. 물이 고이게 되면 썩기 마련이듯 이렇게 쌓였던 이물질들은 물이 끓는 것도 더디게 할 뿐 아니라, 그 만큼 효과도 줄이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보일러의 화력이 신통치 않다 느낀다면 가을에 미리미리 배관청소를 통한 세정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 이에 깨끗해진 물에서 빠른 시간에 보일러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집은 장시간 비우게 될 때에는 외출모드로 해 놓는 것이 좋다. 한 두 달 이상 비울 시는 코드를 꽂아 놓는 정도로도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하다
사후 관리가 더 중요 !
보일러를 구입하고 가장 답답했던 것이,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할 때일 것이다. 기간이 지났을 때는 둘째치고, 무상 서비스 기간임에도 문제를 온전히 해결 받지 못했을 때 우리는 추위와 무심한 서비스 태도에 서글퍼진다. 사후 관리라는 서비스 정신이 아직은 미숙한 이 곳에서 자신들이 설치를 했건 하지 않았건, 같은 회사의 제품이라면 서비스 하는 것을 당연한 원칙이라고 말하는 안수업씨. 그를 통해 오랜만에 상하이에서 거래 시 답답하고 억울했던 심정을 조금이나마 위로 받을 수 있었다.
진정한 서비스 정신을 바탕으로, 고객의 안전까지 생각하는 것이 진정한 기업정신일 것이다. 상하이에 아직 고객시스템이 미비하고, 또 감시의 눈이 적다 하여 서로 쉬이 생각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한국에서부터 시작된 이 온돌의 우수성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는 올바른 시공과 적절한 서비스, 그리고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것이 잘 조화를 이뤘을 때, 비로소 새벽에도 A/S를 위해 다녀가는 한국에서처럼 상하이의 겨울도 따뜻하고 아늑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박지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