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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영어 공부는 언제까지 해야 할까

[2025-02-15, 07:04:40] 상하이저널

코로나로 뜸해진 외국 친구들의 연락이 요즘 다시 오기 시작했다. 예전엔 만나서 직접 얘기하면 됐기에 간단한 대화로 약속을 잡고 깊고 긴 대화는 만나서 얼굴보고 얘기하면 내 짧은 영어로 몇 시간의 긴 만남도 즐겁게 유지할 수 있었다. 애들 걸스카웃트 야영활동 땐 1박2일 같이 있어도 할 말이 무궁무진했다. 모르는 단어는 찾아보면 되고 애들한테 물어서 좀 더뎌도 의사소통에 감정소통까지 문제가 없어 항상 만남을 끝내고 집에 올 땐 뿌듯하기까지 했다. 나의 영어실력도 나날이 느는 거 같고 나의 사회생활이 글로벌 해지면서 40대를 윤택하게 잘 보내는 것 같아 약간 긴장되는 일상속에서 뭔가 쌓이는 느낌이었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예상치 못했던 이별들이 너무 많았다. 돌아오겠다고 잠깐 나갔던 친구들도 못오게 되고 남편들도 본국으로 혹은 다른 나라로 갑자기 발령이 나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위챗도 차단 혹은 끊기면서 이메일이나 애들 SNS를 통해 이산가족 찾듯 서로를 찾아 연결을 이어 나갔다. 예전만큼 감정교류는 물론 간단한 상황 등 여러가지를 묻고 대답하기가 쉽지 않았다. 영어로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4,5년간 영어로 말하거나 쓸 기회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보니 다시 20년 전으로 영어수준이 돌아간 느낌이다. 말은 물론이고 타이핑도 문장을 잘 만들어내지 못한다. 내 미국 절친 바바라는 오랜만에 연결이 되다 보니 미국에 살던 노모이야기부터 요즘 자기 애들 이야기, 미국인으로서 프랑스에 살면서 느끼는 고충을 계속 써서 보냈다. 그동안 인생의 바쁜 시기를 보내고 좀 한가해지니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한국 친구였으면 바로 통화하자고 했을텐데 그럴 수 없는 내 자신이 좀 안타까웠다.

그래서 어차피 시간 차이도 있으니까 대답을 제때 하지 않고 지금 고3인 딸이 집에 올때까지 기다렸다가 내가 대충 하고 싶은 말을 적어놓고 교정을 받았다. 예전 영화보면 까막눈 부모들이 배운 자식들에게 약간은 비굴하게 부탁하는 그런 장면이 떠올랐다. 지금 내가 그런 심정이다. 

학창시절 영어를 잘 하고 싶었지만 암기력이 부족했는지, 늦게 공부가 트였는지,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성취도가 낮았다. 다른 과목은 뒤늦게 해도 어느정도 점수를 받을 수 있었는데 영어 수학은 절대 잠깐 노력한다고 점수가 올라가는 과목이 아니었다. 영어가 싫었던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랬다. 그래서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영어때문에 맘 고생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무역회사에 들어가자 전공인 중국어보다 영어가 더 중요하고 대접을 받는 현실을 맞이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영어공부를 해야지, 라고 생각만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공부한 3년간의 회사 생활은 결혼출산육아 한국경제위기로 끝이 났다. 생각은 늘 했었지만 다른 방식으로 내가 원하던 해외생활이 시작됐다.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나는 위기가 기회라는 생각에 부푼 꿈을 안고 상하이로 왔다. 
아이가 유치원에 갈 때가 되니 그동안 미뤄왔던 영어공부를 제대로 해야할 때가 왔음을 느끼고 30대초반에 1,2년간 열심히 영어학원을 즐겁게 다녔다. 나이가 젊어서 그런지 20대부터 40대까지 중국친구를 비롯해서 좋은 한국친구들도 만날수있었다. 그때 만났던 언니들을 아직도 한국가면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역시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더니 그 언니들은 아직도 영어로 돈도 벌고 외국도 부지런히 왕래하며 잘 살고 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많이 친했던 외국 친구들과만 영어로 뜨문뜨문 짧은 안부인사 하게되고, 학교 행사에 갈 일도 거의 없어지고, 우리 애들도 이젠 다 커서 자기 문제를 알아서 해결하고 나니 더이상 나는 영어 쓸 일이 거의 없어졌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영어공부 꾸준히 하기 쉽지도 않았는데, 오히려 나이가 들어 이제 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외국친구들이 애들 다 크고 시간이 많아지니 다시 연락이 오기 시작하고 우리 딸들도 한국인보단 외국 남친들을 주로 사귀고, 국제결혼을 하고 싶다고 하고, 외국에서 살고 싶다고 하고, 남편도 이제 외국 출장 때 같이 가자고 하고, 가게 되면 거기 친구들 연락해서 만나기로 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이제 영어회화공부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영어는 독서처럼 그냥 죽을 때까지 해야 할 내 운명인 거 같다. 

걍걍쉴래(lkseo70@qq.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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