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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드라마와 현실 사이

[2016-06-07, 16:33:52] 상하이저널

남편이 EMS로 한국에서 3개월 가량 체류하며 남은 옷 짐을 정리해 상하이 집으로 부쳤다. 세관에 묶였단다. 입던 옷들이라 아무렇지 않게 여겼는데 황당했다. 다행히 SNS 활용에 탁월한 남편 덕에 즈푸바오로 통관 신청비 50위안을 먼저 내고 무슨 문제인지 지정 장소로 물어 물어 찾아갔다. 집으로 날아 온 통지서를 들고 찾아 간 곳엔 나와 같은 사연의 고객들이 구불구불 족히 100~200명은 늘어 서 있었다.

 

20분 가량 내 차례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도저히 안될 것 같아 통관 신청비 50위안 낸 이야기를 했더니 보안이 나를 쳐다 보며 위로 올라가는 다른 엘리베이터가 있는 문을 열어 준다. 미리 낸 50위안의 의미, 위력을 알았다.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컴퓨터로 조회하며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이 이미 입던 옷이며 3일 전 한국에 들어 갔다가 상하이로 나올 때 부친 짐이라 증명하는 비행기표를 확인해주니 옷 액면가대로 매겨 세관에 묶어 둔 옷 짐을 세금 150위안만 내고 찾을 수 있었다.


20대 초반의 아가씨가 담당자였는데 15분 만에 끝났다. 얼마나 친절하든지.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중국을 휩쓸던 시기였는데 업무를 처리하던 아가씨가 한국 사람인 나에게 한다는 첫번째 질문이 ‘태양의 후예’ 관련 질문이었다. 내가 한 일이라곤 아가씨랑 ‘태양의 후예’ 드라마 이야기를 같이 10분간 한 것이 전부다. 한국 드라마의 위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유시진 대위는 절벽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는다. 총을 맞아 응급실에 실려 와도 곧 일어나 작전에 투입된다. 현실에 저런 군인 한 명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이상으로 투영된 듯 하다. 말도 안되는 캐릭터지만 실제 군인들이 저렇게 정의로움을 추구했으면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위로 삼아 현실과 동떨어진 드라마를 스스로도 미화해 본다.


30대 후반에 아이들과 인상 깊게 봤던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가 재개봉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독일의 패배로 끝나고 아들, 죠슈아와 기나긴 숨바꼭질을 끝낸 귀도가 총을 든 독일 패장병과 맞닥뜨리던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선 일대일로 붙으면 다들 살건만 귀도는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다. 영화를 보며 얼마나 간절히 살았으면 하고 바랬는지 모른다. 40대 후반부에 진입하며 다시 보는 영화는 내게 눈물과 함께 인생의 또 다른 곱씹음을 허락한다. 귀도가 보여 준 사랑과 최선, 절망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희망이 절벽에서 살아나고, 날아다니는 ‘어벤져스’보다 더 큰 울림으로 다가 온다.


20 대 때는 해피앤딩이 아닌 드라마나 영화를 보길 꺼렸다. 보고 싶었지만 새드앤딩이라 ‘지붕위의 바이올린’ 영화를 접었던 적이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는데 나중에 영화의 실제 주인공들이 이혼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영화는 영화로 남았다. 최근에는 나의 할머니, 나의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놓은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본다. 한국에 있는 ‘디어 마이 프렌즈’ 속 주인공들, 양가 부모님께 전화 한 통 더 드릴 수 있어 너무 좋다.


시험을 마친 아이들과 ‘주토피아’를 봤다. 스토리며 구성이며 그림 모두 훌륭해 순식간에 두 번을 봤던 것 같다. 고등학생인 아들의 친구는 주인공 토끼, 주디 같은 여자하고 결혼할거라 했단다. 나 또한 아들이 신념 있고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자 자신을 가꾸며 요새말로 내숭 없는 주디 같은 스타일의 아가씨를 만나면 좋겠다. 딸들도 그리 컸으면…. 드라마 속 영웅들보다 현실 속의 주인공들에 오늘도 나의 시선은 고정된다. 나이가 들었나? 현실을 당당하게 현실감 있게 실패도 하고, 이겨 나가는 주인공들, 이웃들을 보고 싶다.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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