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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 "개구장이라도 좋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2006-11-14, 01:09:06] 상하이저널
큰 아이가 감기로 며칠째 고생하고 있다. 결코 끝날 것 같지 않던 상하이의 무더위를 지나고 갑자기 다가온 추위로 몸이 아직 적응이 안되었나 보다. 큰 병은 아니지만 감기 때문에 골골하는 아이를 보니 이만 저만 걱정이 아니다.

사실 중국에 살면서 가장 힘들어 질 때가 이렇게 가족이 아플 때이다. 단순한 감기로 병원을 찾아도 일단 혈액 검사부터 권하고, 혈액검사 후에는 의례껏 처방이라야 링겔으로 귀결되고, 링겔을 안 맞겠다고 버티면 애 고생시키는 부모라는 힐난을 감수하고 받아오는 약이래야 그냥 내가 약국 가서 사도 되는 약들만 한 봉지 가득 받아오게 된다.

일단 해열제를 먹이고, "하루만 집에서 지켜보고 병원에 가자" 하니 아이는 일단 병원에 가지 않는 다는 사실만 기뻐서 좋아하고 있다. 그러나 열에 얼굴이 달떠 발그레진 모습이 엄마로서는 마냥 안스럽기만 하다. 한국에서라면 고민 없이 그냥 동네 병원 걸어가서 진료 받고 올 수 있을 텐데, 지금은 한국인 운영하는 병원도 상하이엔 많이 생겼고 한국인 의사가 직접 진료하는 곳도 많이 생기기는 했지만 편하게 쉽게 이용하기는 가격이나 교통 등에서 쉽지 않다. 그저 아프지 않고 무럭무럭 쑥쑥 커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건 부모의 일방적인 욕심에 불과하고 그나마 이태껏 별다른 큰 병 없이 이만 큼 커준 것만 해도 고맙다.

약을 먹어서인지 아이는 금방 열이 내리고 아픈 곳도 없다며 금방 펄펄 날 것 같은 얼굴로 집안을 돌아다니고 있다. 딸아이가 숨을 쌕쌕 쉬며 누워 있을 때에는 그 어떤 것보다 빨리 아이가 낫기만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는데 약 기운 때문이기는 하지만 조금 멀쩡한 모습을 보이자 금방 오늘 할 숙제는 없는지, 오늘 풀어야 할 문제지는 풀었는지 궁금해진다.

당장이라도 묻고 싶은 것을 '오늘은 참아보자~' 굳게 마음을 먹어보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아이에게 오늘의 할 일을 했는지 물어본다. 아이는 그저 아무런 부담없이, 주저없이 "예, 이제 금방 할게요"라고 대답을 하고, 그 순간 다시 내 맘은 약간 미안해진다.

사실 TV에서 희귀병에 걸린 아이들을 보면 우리아이가 그저 별탈 없이 자라 주는 것이 고맙고 대견해서 '그래~ 공부가 무슨 문제야, 그저 별탈 없이 건강하게 자라주면 그게 최고지' 이렇게 잠깐 마음 생각되다가도 요즘은 얼마나 직업을 구하기가 힘든데, 아이가 자라나서 사회에 진출 할 때면 더 힘들 것 같은 생각에, 공부도 잘해야 하고 사회성도 뛰어나야 하고 게다가 운동이나 악기 등등도 잘하면 얼마나 좋을까 부모의 욕심이 한도 끝도 없이 퍼져간다.

그나마 현실의 나로 돌아와 아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건 내가 그 동안 받았던 최소한의 교육과 사회적 힘이 작용해서이지 않을까 한다.
그래도 "개구장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내 자신이 내 자신에게 최면을 걸다시피 되뇌이고 있는 말이다. 내심, 튼튼하기도 하고, 공부도 잘하고, 인사성도 바르고, 사회성도 좋으면 금상첨화겠지만 말이다.

▷치바오 아줌마 qib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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