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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산동 물만두

[2025-02-10, 15:25:41] 상하이저널

산동성 칭다오(青岛)는 남편의 고향이다. 우리 가족은 명절이면 칭다오에 계신 시부모님과 가족들을 찾아 뵙는다. 내가 칭다오에 간다고 하면 사람들은 푸른 바다, 신선하고 풍부한 해산물, 칭다오 맥주, 이국적인 독일식 건축물들 떠올리며 부러워한다. 하지만 며느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울 사람이 63빌딩 안 가 본 것처럼 나도 관광명소와는 거리가 멀다. 설날에는 그저 며느리로서의 임무를 다해야 한다. 어머님과 형님의 지휘하에 명절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을 맞이하고 엄청난 양의 설거지를 해내야 한다.

고된 명절 일과 중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은 물만두를 실컷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는 다양한 맛의 물만두가 있는데 배추나 부추에 다진 고기를 넣어 만든 것과 새우살이나 버섯 등으로 만든 만두소가 대표적이다. 나의 최애 물만두는 鲅鱼饺子(bàyú jiǎozi)인데 이것은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에서나 먹을 수 있는 별미이다. 바위(鲅鱼)는 한국어로 삼치를 뜻한다. 어른 팔뚝만한 싱싱한 삼치의 살을 발라 부추를 넣어 빚은 물만두인데 생선살의 부드러움과 담백함이 입안에 퍼져 한 입 먹고 나면 결코 잊을 수 없다. 처음 어머님께서 생선으로 물만두를 해주신다고 했을 때 비린내가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맛을 본 후로는 최애 음식으로 등극했다.

물만두는 맛도 맛이지만 만들어지는 과정이 흥미롭다. 산동성은 매 가정마다 만두 공장이 탑재되어 있는 듯하다. 온 가족이 자동 분업화가 되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사천리로 물만두가 만들어진다. 아이들이 가족의 머릿수를 세어 보고를 하면 안주인이 밀가루 포대에서 넉넉히 밀가루를 꺼내 반죽을 하고 하얀 면포를 덮어 잠시 둔다. 그사이 여자들은 야채와 고기를 잘게 다져 만두소를 만들고 남자들은 본격적으로 만두를 생산할 커다란 도마와 밀대를 세팅한다. 가족 중 가장 손이 빠르고 힘이 좋은 사람이 밀대를 잡고 아기 손바닥만 한 만두피를 밀어 던져주면 만두 빚기 팀이 소를 넣고 손으로 꾹꾹 눌러 물만두를 완성한다. 그때 어슬렁어슬렁 TV 보던 청년 조카들이 마늘을 빻아 만두에 찍어 먹을 소스를 완성한다.

마지막 공정은 안주인이 몫이다. 커다란 곰 솥의 물이 팔팔 끓어오르면 만두를 퐁당퐁당 입수시킨다. 익은 만두는 물위로 두둥실 떠오르는데 이때 찬물을 끼얹어주면 더 쫄깃쫄깃해진다. 만두의 배가 다시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면 커다란 접시에 만두를 담아내고 가족들을 불러 모은다.식탁에 둘러앉은 가족들은 정성으로 빚은 만두를 먹기 시작한다. 수공으로 빚은 만두피는 쫄깃쫄깃하고 만두소는 담백하다. 마늘과 식초가 어우러진 소스를 푹 찍어 먹으면 그 맛은 배가 된다. 세상 천지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또 있을까? 국제결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결혼 안 했으면 어떻게 산동 물만두를 식당이 아닌 가내수공업으로 맛볼 수 있었겠는가?

올해도 나는 섣달그믐에서 새해로 넘어가는 밤에 가족들과 물만두를 먹을 것이다. CCTV에서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春节联欢晚会(설맞이 특별 공연)를 보며 중국의 스케일에 감탄할 것이고 혹시 초대받은 한국 가수는 없나 눈을 씻고 찾아볼 것이다. 창 밖을 수놓는 불꽃들을 보며 슬며시 한국의 가족들을 그리워할 것이고 고막이 터질 듯 펑펑 터지는 폭죽 소리에 한국에서 온 며느리를 아낌없이 사랑해 주시는 시부모님과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2025년 을사년도 新年快乐恭喜发财平安喜乐！

(허스토리 영상으로 보기)

바다일기_me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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