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바람이 붑니다.
여름내 머금고 있던 습기를 쏟아내
한결 가벼워진 바람입니다.
이글거리는 아스팔트에 껌딱지 처럼 붙어
절대로 떨어질 것 같지 않던 무더위도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새로 왔다며 신고식을 하는 것도,
떠나간다는 이별의식을 한 것도 아니건만
철이든 사람은 알 수 있습니다.
묵음과도 같은 이 변화를.
'철이 든다'는 말은 본래
'계절의 변화를 아는 나이가 됐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글_안지위
일러스트_
표병선(상하이저널디자인센터장/
이사) pyonsu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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