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MADE IN CHINA'
한국 식당 등에서 일하는 중국동포(조선족)들과 마주치는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3D업종이라 불리는 일터에는 어김없이 그들이 있다. 이미 30만 명을 넘어선 중국동포들은 장기체류 외국인의 40%를 차지할 정도다.
부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잘사는 고국을 찾는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고국으로부터 마음의 위안조차 받을 수 없다고 불만을 터트리며 스스로 `MADE IN CHINA'라고 한다. 같은 민족임에도 사회의 포용력은 여전히 물음표다.
지난 16일 한국산업인력공단 대구지사에서 취업교육을 받고 있는 중국동포들을 만나 고국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중국 길림성 도문시에서 온 김창근(62) 씨는 지난해 고령 동포자격으로 처음 한국을 찾았다. 그러나 7개월간 겪은 한국생활은 넌덜머리가 난다고 말한다. 입국 후 3개월을 건축현장에서 보낸 그는 "60평생 그렇게 오랫동안 많은 일을 해본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에 가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신의 생각이 어리석었다고 했다. 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똑같은 일을 했는데도 한국인에 비해 절반밖에 안되는 돈을 받았을 때 중국동포라고 차별하는 한국인에게 화가 났다고 말했다.
길림성 길림시에서 온 이송약(47) 씨, 1996년 한국에 들어와 2005년까지 불법체류로 갖은 고생을 겪고 중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면서 "두 번 다시 한국에 오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철근 다루는 일을 했는데, 일은 힘들지 않았어요. 참을 수 없었던 건 멸시였죠." 한국인 동료들이 옷 입는 것부터 기름기 많은 음식을 먹는 것까지 트집을 잡았다고 한다. 동료들과 다투기도 했다는 그는 나이 많은 사람들로부터의 괄시가 더 서러웠다고 했다. "중국에 일자리가 없어 다시 오게 됐지만 한국을 좋아하진 않아요. 돈을 벌어갈 수 있게 좀 더 편하게 오갈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요."그에게 한국은 그저 일터일 뿐이다.
요녕성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딸을 보러 왔다는 김상란(57•여) 씨는 15년 전 한국인과 결혼한 큰딸 덕분에 딸 3명과 함께 모두 한국에 있다고 했다. 싹싹한 큰사위가 마음에 들지만 한국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1992년 압구정동 식당에서 일할 때 손님들이 `짱깨 아줌마'라고 불러서 큰 모욕감을 느꼈다는 김씨는 그 손님에게 나쁜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저주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길림성 연길시에서 온 정해동(29) 씨, 로봇용접을 배워 중국으로 가고 싶다는 그는 중국에 사는 게 마음 편하며 자신을 `중국 사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