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뱃속에 있을 때가 편한 거란다. 낳아 봐라! 자식이 커가면 커갈수록 힘든 일이 생기지!”
그때는 몰랐다.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큰 아이의 예정일이 한달 남짓 남았을 때, 부른 배가 답답하다고, 빨리 출산 했으면 좋겠다는 말에 시어머님께서 내게 하신 말이다. 요즘은 이 말이 왜이리 절실히 와닿는지….
지난 주는 이래저래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고, 나만 힘들게 사는 것 같아 아주 오랜만에 펑펑 울고는 18년 만에 그 동안 적당히 기르던 머리를 사내 아이처럼 싹둑 잘라 버렸다.(어찌 보면 스트레스 푸는 방법 치고는 참으로 유치 하지만 말이다.)
올 9월이면 고 3이 되는 아들이 머리며 손을 다쳐 가슴 철렁하게 만들더니 급기야는 외국인 여자 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는 소개를 시키며 나를 적잖이 놀라게 만든다.(내가 중국말을 잘하면 얼마나 좋을까? 착한 인상이어서 조금 위로가 되지만) 게다가 남편과는 그 동안 쌓였던, 보이지 않는 갈등의 벽이 허물어지기는커녕 그로 인해 오히려 맘을 다잡지 못하고, 모든 일에 적당히 하는 모습으로 나를 실망시킨다.(과연 아버지와 아들이 천적인지? 멋진 동행이 될 수는 없을까?)
늘 대화가 통한다고 여겼던 아들이기에 더 서운한 맘이 들고, “나보다 머리가 좋은 녀석이 왜 그럴까? 나중에 후회할 텐데, 소중한 시간 낭비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면 좋으련만….” 이것도 모자라 배신감마저 느껴지는 걸 보니 난 아직도 멀었나 보다.
마음을 비워내는 작업! 훌쩍 커버린 아들도, 이제 자기만의 세계가 엄마의 걱정하는 맘보다 커버린 딸도 나의 소유물이 아니라 신의 선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내게 주입시켜 본다. 작은 것에 감사하자! 건강하고 더 이상 다른 길로 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자고 하루에도 몇 번씩 되새겨 보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물론 공부가 결코 인생의 전부는 아님을 알지만 그래도 조금만 힘들어도 쉽게 좌절하고 모험과 도전보다는 포기를 더 당연하게 여기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안타깝다. 우리가 우리 부모세대에게 걱정을 끼쳤던 것처럼 우리의 아이들 역시 우리 세대와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르게 살며, 많은 부모들을 슬프게 한다.
부모들도 자식에게 게으름이 아닌 부지런한 모습을 많이 보여 주고 아이들을 노하지 않게 하고, 자식 역시도 부모의 이름을 더럽히는 일 없이 서로에게 기쁨과 위로가 되는 존재가 되었으면….
“아들아! 우리 함께 걷고, 희망과 도전의 노를 저어가자! 그리고 아버지가 있기에 네가 있다는 것 또한 잊지 말렴!”
▷진리앤(truthanny@hanmail.net)
ⓒ 상하이저널(http://www.shanghaibang.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