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학습의 기본은 어휘입니다. 어떤 언어를 배우든지, 어휘가 튼튼하면 다른 영역이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되지만, 아무리 문법을 잘 배우더라도, 어휘가 부족하면 표현력이나 이해력에 큰 제한을 받게 되지요.
어휘 암기는 크게 표면적 수준과 연상적 수준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단어장을 가지고 하루에 단어를 50개 외우겠다 결심하고 계신다면 표면적 수준의 어휘학습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편, 연상적 수준의 어휘학습은 하나의 어휘라도 시각, 청각, 촉각 등의 감각을 활용하거나 읽기, 듣기와 같은 다양한 자료를 통해 어휘에 대한 다양한 연상고리를 만들어두는 방법입니다.
전자는 단기적 학습 효과를 끌어올리고자 할 때 활용할 수 있으나 단기 기억에 많이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 기억화 시키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기억된 정보를 제한 시간 내에 여러 번 반복해서 다시 재생해야 하는 ‘반복 학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단어 암기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은 외워야 할 단어가 50개라면 50개를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외우려 합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단기 기억이 가능한 제한시간을 넘기게 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처음 외운 단어가 금새 머리 속에서 증발되는 듯한 경험을 하면서 좌절하게 되지요.
그러나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도리어 단기 기억의 한계를 인정하고, 좀 더 전략적으로 학습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어 암기의 핵심은 많은 것을 머리 속에 ‘넣는’ 것이 아니라 머리 밖으로 ‘꺼내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50개의 단어라면 5개씩 묶어 단어와 의미를 교차로 공부하되 세 번째 단어를 외울 쯤 첫 번째 단어를 다시 떠올려보고, 다섯 번째 단어를 볼 때 처음 두 단어를 다시 떠올려봅니다. 이처럼 계속해서 5개의 단어가 적어도 5-6번씩 반복되게 학습을 합니다. 이 때 손과 입으로 함께 써보거나 말해보면 더 좋습니다.
그런 뒤 다음 5개의 단어를 같은 방법으로 공부하되, 마지막에는 처음 외웠던 5개의 세트를 다시 한 번 떠올려봅니다. 이렇게 해서 단어를 암기 하면 정보가 순차적으로 입력만 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해서 출력되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뇌를 자극하며 공부할 수 있습니다.
한편 연상적 수준의 학습은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일단 연상의 고리가 세워지면 좀처럼 잊지 않게 됩니다. 아마 학생 여러분 중에는 책을 읽다가 만난 어떤 단어가 예전에 봄 직 하면 더 잘 기억되는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연상적 수준의 학습은 표면적 수준으로 암기한 단어들 중 어렵거나 헷갈리는 단어들을 암기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어떤 학생들은 연상 고리를 만드는데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곤 합니다. 연상 고리 자체가 또 다른 암기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연상적 수준은 단어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가장 강렬한 이미지가 좋고, 그런 게 없다면 억지로 만들어내려고 하기 보다 단어의 다양한 쓰임을 살펴보며 의미를 상상해보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단어 학습은 사실 집중력과 내적 동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학습입니다. 또한 두뇌도 근육처럼 꾸준한 강화 훈련이 필요합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한 번에 100개씩 욕심내기보다 하루 5개씩만이라도 꾸준히 외운다면 여러분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두뇌도 암기에 적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또한 덜 느끼게 될 것입니다.
▷김아림(SETI 종합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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