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한 밤에 걸려온 아들의 전화다.
"그래! 맞지! 이제는 정신을 차려야지!"
큰 애가 홍콩으로 떠난 지 이틀째, 나는 한국에서 상하이로 돌아 온지 닷새가 되는 날이다. 사실 아프기 전에는 절대 굶지 않았던 내가 입맛이 다 없고, 7년이나 산 이 곳이 왠지 낯설고 자꾸만 한국으로 돌아 가고픈 맘만 굴뚝 같았던 며칠이었다. 남들 다 하는 일이니, 아들을 떠나 보내는 일은 마음이 무겁다거나 허전해서 잠을 설치지는 않았다. 오히려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을 한국에서 보낸 것이 너무나 꿈만 같아서(?)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첫 주는 딸의 음악 학원도 알아 보고, 가고 싶은 대학 캠퍼스 구경도 했다.
둘째 주부터 조카와 친구 딸들의 공부를 봐주며, 그렇게 동생 집에서 보내기 시작했다. 7년 전 남편을 먼 곳으로 보내고, 어린 두 딸과 함께 살아 온 우리 집 둘째 민이! 그런데 언니인 내가 다 부끄러울 정도로 집안은 깔끔하게, 매 끼니도 정성스럽게, 게다가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는 늘 안부전화를…. 생각 이상으로 부지런히, 열심히 사는 동생이 해주는 따뜻한 밥을 먹으며 하루 하루를 너무 행복하게 보냈다. 설거지는 내 차례,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것과 청소기 돌리는 것은 큰 아이, 작은 심부름은 둘째가 맡아서 해주었다.
그리고 이제 중학교 1학생이 된 큰 조카가 그 사이 몸도 맘도 얼마나 컸는지, 기특하면서도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고, 사춘기가 와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그랬던 건지 조금은 시크한 그 녀석과 나는 한 달 반 내내 라이벌이 되었다. 사사건건 이모와 조카가 한 판 붙다니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온다.
"큰 이모! 이모는 너무 빈틈이 많아요."
"넌 어쩜 나랑 생각 하는 게 그렇게 똑같니?”
"그게 아니구요. 제가 이모 생각을 다 꿰뚫고 있는 거죠!"
조카 눈에도 내가 어른 같지 않고 조금은 한심해 보였나 보다. 그런들 어쩌랴, 비록 나의 철없음을 들키긴 했지만 공부뿐 아니라, ‘삼총사’, ‘잭더리퍼’ 두 편의 뮤지컬도 같이 보고, 치악산 계곡에서 신나다 못해 신명나게 물놀이를 함께 했으니 나는 그저 한여름 밤의 꿈을 꾼 것 만으로도 족하다. 그리고 이 틀 전 동생과의 통화에서 조카도 나랑 그렇게 티격태격 했건만, 이모도 사촌 오빠, 언니도 그립고, 허전한 마음에 잠이 오질 않아 늦은 새벽까지 독서를 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12월 20일이면 거꾸로 상하이를 찾아 올 조카! 벌써부터 설레는 건 왜일까?
▷진리앤(truthann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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