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총리가 방중 기간에 중국과 무역•투자 등의 관련 합의를 체결하면서 중-독 양국 간 대규모 경제 협력 성과가 도출됐다.
폭스바겐은 20억 유로(약 2조 7,500억 달러)를 투자해 중국의 합작업체 이치(一汽)자동차와 함께 톈진(天津)과 칭다오(靑島)에 새 공장을 짓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폭스바겐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폭스바겐의 최대 시장이자 핵심 시장이 되었다.”라며 “올해 1~5월까지 중국에서 판매된 폭스바겐 차량은 150만 대가 넘는다.”라고 강조했다.
독일의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 헬리콥터스(Airbus Helicopters)는 메르켈 총리의 방중 기간에 중국 기업들과 자사 헬기 123대를 6억 달러에 판매하는 거래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의 기욤 퍼리(Guillaume Faury)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이 최근 자국 영토 내 저공비행 제한 규정을 완화한 이후, 헬기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라고 밝혔다. 독일 루프트한자(Lufthansa)항공도 중국 국영 항공사인 에어차이나(Air China)와 합자회사 설립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협력 관계 확대에 대한 잠정 협약을 체결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연방 환경•자연보호•핵시설 안전부 장관이던 지난 1997년, 중국을 방문해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 등 의제를 논의한 바 있다. 17년이 지난 지금, 메르켈 총리의 방중 핵심 의제 중 하나는 여전히 에너지 절약, 환경 보호, 신재생에너지, 신기술 분야의 협력이다. 독일 싱크탱크 중 하나인 메르카토르(Mercator) 중국연구소의 세바스티안 헬리만 소장은 “중국은 독일의 친환경 에너지 개발, 환경 보호 등 분야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또한, 중국제 상품은 독일에서 인기가 매우 많다.”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중국과 독일 간의 무역 규모는 140억 4,000만 유로(약 193억 달러)를 기록했고,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독일의 2위 무역국 자리를 차지했다.
Comment
지난 세기 90년대의 시작은 냉전의 종식과 소련의 해체, 그리고 동∙서독의 통일이라는 그야말로 한 세기를 마감하는 사건들로 막을 올렸다. 특히 유럽으로서는 동∙서독의 통일이 의미하는 바가 컸다. 2차 대전 이후 확립된 유럽체제는 나토를 중심으로 안보 분야를 미국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불완전한 체제였다. 그러나 소련의 해체 이후 동유럽의 붕괴는 기존 나토체제보다 더 복잡하고 불완전한 유럽을 예고했다. 특히 1, 2차 대전의 책임으로 의도적으로 분리된 독일의 재통일은 유럽 전후 체제의 종식을 의미했다. 즉, 유럽은 새로운 체제가 필요했다.
유럽통합은 프랑스와 독일이라는 전통적인 앙숙에 의해 주도되었다. 특히 유로화가 마르크화를 기준으로 통합되었듯 경제적인 부분에서 독일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최근 그리스의 경제위기를 유럽사회가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독일의 역할은 독보적이었다. 유럽사회에서 독일의 이러한 지도력은 2차 대전의 전범에서 유럽사회의 일원으로 완전히 받아들여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이 준비하는 다음 단계의 발전은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2차 대전 이후 잃어버린 유럽의 패권을 회복하는 것이다. 물론 2차 대전 이후 확립된 미국의 패권은 기존 유럽의 패권과는 매우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다. 기존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2차 대전의 잔재이므로 더 이상 지속될 수는 없다.
중국의 부상에 비해 유럽의 통합이 기존 국제체제에 큰 영향을 줄 거라 전망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왜냐하면 유럽은 기존 패권체제인 미국과 문화, 인종, 종교, 철학, 이념, 경제 정치제도 등에서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럽의 부상이 기존 미국 중심의 패권체제에 변화를 주지 않으리라고 판단된 것이다. 하지만 독자적인 하나의 세력인 유럽이 기존 미국의 패권 형태에는 이견이 없을지라도 패권의 운영방식에 있어서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유럽과 중국은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고, 두 세력의 연대는 패권의 주체인 미국의 지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참고) 온대원, “중국-유럽관계와 동북아 국제질서”, 국제정치연구, 2007
기사 저작권 ⓒ 대외경제정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