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여자의 계절이고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누군가 그랬던가! 하지만 고국을 떠난 사람들에게는 사계절이 모두 그립고 간절한 무엇이 있는 것 같다. 처음 이곳 중국에 와서 조금 지나면서 난 산이 무척 그리웠다.
그렇다고 평소에 등산을 좋아한 것도 아니고 산에 대한 감동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마치 오랜 타지생활에 집밥이 그립듯이 어찌나 산이 보고 싶던지, 자랄 때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이고 하늘만 뻥 뚫려 있는듯한 곳에서 자라서 그런지, 결혼을 해서도 모두들 아름답다고 감동하는 산을 무덤덤하게 대해 핀잔을 듣기도 했는데 그것이 어머니의 품처럼 떠나고 나니 나에게 그렇게 소중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2,3년이 흘러 어느 가을 난 갑자기 우리나라의 단풍이 그리웠다. 어디에서나 잘 적응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동안 단풍은 없어도 곳곳의 잘 조성된 푸른 녹색의 잎들과 공원으로 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밀려오는 붉게 물든 단풍이 너무나 보고 싶었다. 그러면서 밀려오는 만가지의 그리움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니 난 정신이 하나도 없어 울어 버릴 것만 같았다.
무엇이 이곳에서 나를 이렇게 씩씩하게 살아가게 했을까! 이 가을 난 갑자기 코스모스가 보고 싶다. 상하이의 10월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하늘이 아무리 맑고 푸르다 한들, 사시사철 꽃들이 피고 진다 한들 우리나라 가을의 푸른 하늘과 하늘대는 코스모스를 따라갈 수 있을까.
무엇에 정신이 팔리면 정신 못차리는 성격 탓에 사는 것이 분주해 올 여름 휴가도 못갔다는 동서에게 코스모스 사진을 보내줄 수 없냐고 쪽지를 보내니 어이가 없는지 연락이 없다. 그래도 내친김에 친구에게 부탁하니 친구가 여러장의 사진을 보내며 자기도 올 가을은 유난히 코스모스가 정겹고 좋았다고 소식을 전한다.
오늘 남편이 무슨 생각 에서인지 함께 외출을 하자고해 따라 나섰다. 그리고는 상하이 박물관 그곳 앞에 가득 피어있는 코스모스 밭으로 나를 데려가 실컷 보라며 환하게 웃는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난 감동하고 요즘은 싫다고 하는 사진도 몇 장 찍었다. 그곳에서 한참을 바라보며 지금은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친한 동생의 애인이 자기 첫사랑이 코스모스를 닮았다고 생각 없이 말해 토닥거리던 생각, 지금은 뚱뚱한 중년의 모습이지만 한때는 코스모스와 같이 하늘거리는 모습이고 싶었던 그때를 떠올리며 오늘 난 또 한해 지나가는 가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