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종욱 찾기도 재밌었다. 실제 여행 중에 만난 첫사랑이 있다면 나도 그녀처럼 재회를 두려워하거나 뒷북을 치며 찾아다니지는 않을까 상상도 해봤다.
중국 상하이에서 연극무대에 오른 ‘김종욱 찾기’는 ‘첫사랑 찾기寻找初恋 ’로 올려졌다. 중국의 소극장을 찾은 게 처음이라 어떤 식으로 무대에 올려질까 기대가 컸다. 가만히 영화 ‘김종욱 찾기’를 생각해보니 영화 속의 여주인공에 대한 공감은 내게 컸다.
지난 29살은 내게도 무거웠다. 30이란 숫자가 주는 무게감은 대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연극으로 공감했던 건 여주인공보다는 여주인공의 아버지였다. 좋은 짝을 만나게 해주고 싶은 애타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중국영화 속에 나오던 자상하고 따뜻한, 한손엔 국자를 들고 앞치마를 매고 딸을 따라다니는 엄마 같은 모습은 주변에서 자주 보는 가정적인 상하이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마음으로 더 크게 와 닿았다고 할까.
소극장 무대에서 세 사람의 주인공이 펼치는 이야기 속에서 이질감 없이 2시간의 공연에 흠뻑 빠져 웃고 박수치며 환호할 수 있었던 것은 살고 있는 상하이에서 느끼는 여러 모습들이 연극 속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다정한 엄마 같은 아버지, 29살의 나이에 첫사랑을 못 잊는 여주인공은 내 이웃의 이야기 같았다. 상하이방언이 등장해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지만 로맨틱한 노래와 코미디 연기에 첫사랑의 추억은 물론 배꼽 잡으며 웃을 수 있었다.
원작과 달리 극 중 여주인공이 첫사랑을 만나는 기내 승무원과 티켓을 바꾸려고 간 공항 부스의 직원이 원작의 일본인에서 인도인, 태국인으로 각각 바뀌는 등 일본에 관한 소재 대부분이 바뀌었다.
물론, 2시간의 중국어 공연을 다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이미 알고 있는 내용에 로맨틱 코미디가 주는 말랑말랑함만으로도 충분히 빠져들 수 있었다. 주말, 객석의 90%를 채운 관객 수로 증명이 되는 연극이다.
중국의 뮤지컬 공연으로 유명한 <맘마미아>와 <캣츠>로 중국 뮤지컬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아주연창(상해)문화발전유한공사가 제작한 연극 김종욱 찾기(寻找初恋)는 10월 23일까지 상해 모리화 극장(北海路 251号)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