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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한복, 치마 저고리가 다가 아니다

[2021-05-08, 06:35:59] 상하이저널
시대별 다양했던 우리 한복의 역사  

어느 나라에서든 전통의상은 그 문화의 얼굴을 차지한다. 전통의복은 한 민족을 대표하는 시각적 상징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한복은 그 역사가 길고 생김새가 독자적이어서 지금까지 세계적인 한국의 이미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한복의 긴 역사에 비해 우리가 알고 있는 한복은 지극히 한정적이다. 현대와 시대적으로 가장 가깝고 드라마나 영화로 자주 접할 수 있는 조선 후기의 한복만이 잘 알려져 있다. 

한복은 다른 문화와 비교해 보았을 때 특이할 정도로 오랫동안 그 기본적인 구성을 유지하며 1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발전해 왔다. 또한 변화하던 가치관 때문에 시대별 옷의 분위기에서도 큰 차이를 띈다. 비슷한 듯 다른 시대별 한복의 변천사에 대해 알아보자.  

한복의 유래 

한복의 뿌리는 한민족의 뿌리이기도 한 고대 동북아시아 유목민들에 있다. 고대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모든 한복은 상유하상 형식으로, 위에는 저고리를 입고 밑에는 바지를 입는다. 꾸준히 이 기본식을 유지했기 때문에 한복이 세계에서 제일 긴 전통성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한복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어떤 형태로든 꼭 바지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전통의상인 한푸와 다르다. 중국 의복은 한국과 다르게 시대마다 변화가 매우 컸는데, 그래도 그 뿌리는 위에는 상의와 아래는 치마를 입는 상유하상 형태를 기본으로 했다.  

화려함의 극치, 삼국시대  

 

6세기 삼국 사신들(왼쪽으로부터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유사성을 볼 수 있다.)

 

고구려 한복을 재현한 모습(출처: 아름지기)

 

 

당나라 복식 영향을 받은 신라옷

 

 

삼국시대 의복은 남녀 가리지 않고 긴 저고리에 허리띠를 두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옷을 겹겹이 입었으며 여성들은 멋을 내기 위해 주름치마를 입었다. 고구려 여성은 활동성을 위해 치마를 빼고 바지만 입기도 했다. 

삼국시대 의상의 특색은 단연 조선 복식에선 보기 힘든 화려한 장신구다. 삼국 모두 벼슬과 신분에 따라 입을 수 있는 옷과 장신구를 구분했다. 귀족들은 남녀 가리지 않고 귀걸이, 목걸이, 허리띠, 금관 등 정교히 공예한 금은보화로 치장을 했다.  

남북국 시대 때 ‘삼국통일’을 한 신라는 당나라의 제도를 모방했는데, 이때 당나라 의복도 같이 유행했다. 이 예시로 여자 귀족들이 당나라 유행에 따라 저고리를 치마 밑으로 입은 것이 있다. 유교가 전파되며 관리들의 관복도 중국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일반 백성들의 의복은 큰 변화 없이 기본형태를 유지했다.  
      
이국적인 아름다움, 고려시대  

고려 한복 재현(출처: 아름지기)

고려 시대 땐 송나라와 원나라 의복 같은 중국 영향을 받은 옷과 삼국시대 때부터 존재한 옷이 공존했다. 옷의 종류도 다양해져 조선 시대나 삼국시대처럼 의복 형태를 일반화하기 어려운 시대다. 고려에 대한 자료가 워낙 적다는 점도 고려 시대 의복 재현 어려움에 한 몫 한다. 국가기록원에 의하면 고려 시대 의복의 특징은 “옷의 길이" 다. 저고리가 길면 치마를 짧게 하고 저고리가 짧으면 치마가 길었다. 

고려 후기 때는 고려가 몽골이 세운 원나라에 간섭받게 되며 몽골 의복의 영향을 받게 된다. 저고리가 짧아지고 허리띠 대신 옷고름으로 저고리를 여미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의복이 점차 우리가 아는 한복 모양으로 변한다. 몽골의 머리 장식인 ‘고고리'가 고려에 전해지며 결혼식 때 여자가 쓰는 ‘족두리’로 발달했다.  
 

조선시대, 오늘날의 한복으로 

신윤복의 '미인도' 속 조선 중기 한복

 

조선은 유교를 국가의 틀로 삼고 선비정신을 중시해 양반들도 검소한 의복을 입었다. 삼국시대나 고려 시대에 비해 사치가 줄고 장신구 착용이 제한됐다. 옷의 기본 구성은 고려의 것이 그대로 넘어왔다. 하지만 조선 초기 남성 외출복이 성장해 다양한 남성 겉옷이 발달했다.  

조선 초기 여성 의복은 전체적으로 펑퍼짐한 모양이었다. 여성복은 소매가 넓고 치마가 풍성했으며 저고리도 치마를 따라 느슨하게 내려가는 모양이었다.  조선 중기에는 저고리가 더 몸에 딱 맞게 변하고 치마는 엉덩이 쪽이 부풀고 아래가 좁은 항아리 모양이 유행했다. 이러한 조선 중기 식 한복은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조선 중기부터 후기까지 치마는 점차 아래로 풍성해지고 저고리는 짧아져 현대한복과 가장 유사한 모양이 됐다.
  

근대, 한복의 간소화

우리가 흔히 아는 전통한복 모습은 아이러니 하게도 해방 후 발전한 것.

19세기 말, 조선에 양복이 소개되며 한복에 새로운 변화가 생긴다. 여성복은 활동성을 위해 길었던 치마를 줄여 생활 한복의 시초가 됐다. 남성복은 양복을 따라 저고리에 주머니를 넣어 조끼와 마고자가 개발됐다. 특히 마고자는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만주에서 조선으로 가져온 청나라의 마괘를 백성들이 개량해 생겨난 것이다. 이렇게 1950년대까지 한복과 양복이 공존했지만 1960년부터 급속도의 경제적 발전과 서구문화의 영향으로 한복은 점차 일상생활에서 보기 어려워졌다.    

한복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로, 경제적 안정과 생활 수준 향상으로 인해 대중이 잊었던 우리 문화에 다시 관심을 두게 됐기 때문이다. 1997년에는 한복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10월 21일이 ‘한복의 날'로 정해졌다. ‘한복의 날'에는 한복을 경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행사가 주최되고 있다. 

학생기자 김지영(SA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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