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서 ‘인연’을 찾아보면,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라고 정의되어 있다. 불교에서는 ‘원인’이라는 뜻으로도 쓰는데, 석가모니는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인연(원인)이 있어 생겨나고 소멸한다’는 이치를 깨우쳤다고 한다. 수필 ‘인연’의 작가 故 피천득 님은 “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아름답다”고 했다.
필자가 생각하는 해외 주재 근무의 최대 장점도 바로, 인생을 아름답게 해 줄 작은 인연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주재원, 현지 교민, 한·중 공무원·기업인 등 한국 본사에서만 근무했다면 만나기 어려웠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특히 잘 맞는 사람들과는 한국으로 귀임한 후에도 오랫동안 연락을 유지하며 우정을 나누게 되는데, 이는 개인적으로 너무도 귀한 자산이다. 실제로 필자가 베이징 근무 시 결성한 동갑내기 친구 모임과, 당시 활동했던 주재원 모임 사람들은, 이들 중 상당수가 한국으로 귀임한 후에도 한국 ‘지회’를 만들어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이곳 상하이에서도 나는 줄잡아 15개 이상의 모임에 속해 있다. 역대 무역협회 지부장들의 당연 가입 모임, 개인적으로 만들거나 가입한 모임, 이들 모임에서 파생된 소모임 등으로, 모임 성격도 공식 업무 관련, 스터디, 운동 등으로 다양하고, 모이는 시간도 주 3회, 매주, 매월, 매 분기, 평일 새벽, 점심, 저녁, 주말 등 가지각색이다.
이 중 아무래도 특히 공을 들일 수 밖에 없는 모임은 우리 무역협회 상하이지부에서 운영사무국을 맡고 있는 기업협의회인데, 대·중견기업 법인장인 회원들을 위해 매월 고심해서 세미나 주제를 정하고 연사를 섭외하며, 특별이벤트는 ‘더 특별하게’ 하기 위해 정성을 들인다. 한편, 주 1회 새벽에 모여서 공부하는 스터디 모임을 통해서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고 나면 그 뿌듯함은 일주일의 에너지가 된다. SEB(Shanghai Early Birds)라는 명칭도 필자가 지었을 만큼 애착이 간다. 최근에 가입한 테니스 동호회에서는, 테린이로서 빠른 실력 향상을 위해 분투 중이지만 맘먹은 대로 되고 있지만은 않다.
이들 모임에서 여러 좋은 인연을 만났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 기대한다. 그 뿐 아니다. 예전 베이징에서 알던 지인들을 이번에 상하이에서 다시 만나거나, 대학교 때 활동하던 모임에서 알던 친구나 후배를 수십 년 만에 우연히 만나거나, 몰랐던 학교 후배를 새로이 알게 된 일도 있다.
꼭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더라도, 좋은 인연은 그 자체로 감사하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생각지도 못한 인연을 만나 그들과 대화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다가, 이들의 눈에 투영된 의외의 내 모습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인연은 개인 사이뿐 아니라 개인-기업 간에도 존재한다. 마침 오는 21일에 허우탄에 위치한 SK빌딩(SK大厦)에서 개인과 기업의 인연을 이어줄 채용박람회가 무역협회 상하이지부 주최로 개최된다. 중국 진출 우리 기업의 구인난 완화를 목적으로 2011년부터 매년 개최되어 온 이 행사를 통해 수많은 기업과 인재가 인연을 맺어 왔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수필 ‘인연’의 내용 중 일부다. 좋은 인연을 소중하게 살려나갈 수 있는 현자(賢者)가 되자고, 좋은 인연에겐 나도 그러한 인연이 되어주자고, 새삼 다짐해 본다.
신선영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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