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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MZ세대의 안식처로 떠오른 '불교'

[2023-12-01, 17:36:00] 상하이저널

‘탕평족(躺平族)’은 힘든 현실 앞에서 반항의 의미로 드러눕는 청년들을 의미하는 중국 신조어이다. 이들은 아무런 고난과 역경을 겪지 않는 수평적인 일상을 지지한다. ‘내권(内卷)’은 극심한 경쟁으로 인해 청년들이 그저 부품처럼 소모되고 있는 현실을 의미하며, ‘996’은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일주일에 6일 일하는 매우 바쁜 직장 생활을 의미한다. 이러한 표현들이 유행할 정도로 중국 젊은이들의 현실은 좋지 않다. 극빈층이 무려 6억명이 달할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하고 호구 제도로 인해 신분상승이 어려운 중국의 청년들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삶은 절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소극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취업난 또한 해를 거듭하면 할수록 심해지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작년 17.1%에 이어 올해 1~2월에 18.1%로 더 올랐다.

불교, MZ세대 영적 도피처가 되다

‘불계청년(佛系青年)’이라는 단어가 있다. 2018년에 처음 등장한 신조어로, 마치 스님처럼 아무 욕심 없이 살고자 하는 중국 MZ세대 젊은이들을 뜻한다. 어렵고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중국 MZ세대 청년들이 찾은 안식처가 바로 불교이다. 이들은 사찰과 도교 사원을 방문해 삶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복을 기원하고 있으며 이러한 풍조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른 속도로 유행하고 있다. 

여행 사이트 트립닷컴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중국 전역의 사찰 방문객은 지난해보다 약 3배 급증했고 이들 중 절반이 MZ세대였다. 자욱한 향 연기와 함께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고 초보 불자를 위한 법당 예절을 비롯해, 공양 올리는 법 등 불교 예법과 소원성취 진언 등을 서로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준다. 라마 사원에서 피운 향재로 만든 소원 성취 팔찌나 염주팔찌 같은 불교 용품은 독특한 패션아이템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구매를 위해서는 오픈런을 해야 한다.

불교를 찾는 MZ세대들은 공통적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되어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취직과 재산 증식을 바라며 공양을 올리고 소원을 비는 내 모습이 새롭다”등의 반응을 보인다. 사찰을 찾는 청년들이 모두 불교를 믿는 것은 아니다. 그저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고 참배를 하는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마음속 걱정이 자연스레 덜어지고 내일을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마법 같은 순간일 것이다. 또, 사찰의 고풍스러운 디자인과 사찰만이 가지고 있는 엄숙하고 진중한 분위기, 생각을 환기시켜 주는 깨끗한 자연환경의 조화가 청년들의 긴장을 풀어준다. 이것이 사찰이 MZ세대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비결이다. 

[사진=항저우 영은사(灵隐寺)에 아침 7시부터 모여있는 참배객들{샤오홍슈}]

MZ세대의 인기 사찰

가장 인기가 많은 사찰은 베이징 시내에 있는 융허궁(雍和宫)이다. 중국 베이징 최대의 티베트 불교 사원답게 샤오홍슈 앱에는 융허궁 관련 게시물이 11만 개가 넘는다. 올해 3월에는 매일 약 4만 명의 방문객이 찾아왔다. 융허궁에서 파는 염주팔찌는 오리구이 전문점 취안쥐더(全聚德) 및 월병 전문점 다오샹춘(稻香村)과 함께 베이징 3대 특산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파란색은 건강, 녹색은 직장, 흰색은 학업, 금색은 부를 의미하고 팔찌의 크기 및 패턴에 따라 모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팔찌 개당 가격은 200~600위안(한화 약 3만 6000원~10만 9000원)인데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을 기꺼이 지불할 정도로 큰 가치를 느낀다. 

[사진=중국 MZ들의 인기 사찰 베이징 융허궁(雍和宫)]

[사진=융허궁에서 파는 염주팔찌(바이두)]

항저우의 용푸사(永福寺)는 작년에 사원 내에 시베이(慈杯) 카페를 오픈했는데, 동양적인 디자인과 서양 음료인 커피의 조화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어 관광객의 이목을 끌었다. 이곳은 SNS의 영향으로 인기가 더 상승 중이다. 이외에 항저우의 영은사(灵隐寺), 쑤저우의 한산사(寒山寺), 시안의 대안탑(大雁塔)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불교 애플리케이션, ‘목어(木鱼)’

[사진=불교 애플리케이션, ‘목어(木鱼)‘]

‘목어(木鱼)’는 매우 간단한 앱으로, 목탁을 두드리고 싶을 때 사용한다. 2022년에 출시했는데, 그때 당시 다운로드 수가 무려 500만 회가 넘었고 중국 앱스토어에서 2위에 올랐다. 사용자는 자동과 수동 두 가지 모드를 선택해서 목탁을 두드릴 수 있다. 자동 모드에서는 사용자가 두드림 간격을 설정하면 앱이 자동으로 목탁을 두드려준다. 음질이 좋고 음악도 재생할 수 있다. 한 대학생 사용자는 숙제를 하기 전에 무조건 목탁을 1~2분씩 두드려 자신의 불안감을 발산시킨다고 인터뷰했다. ‘목어’ 앱 개발자는 ‘목어’ 외에도 휴대폰으로 향을 피울 수 있는 앱도 개발했다. 중국 청년들은 직접 사찰에 방문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지 온라인으로 참배할 수 있다.

학생기자 윤인경(난징대 국제경제무역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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