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가 지난 12일 라스베거스에서 폐막했다. 중국 기업은 1,104개 사가 참가, 중국은 주최국 미국을 제외하고 최다기업을 참가시킨 국가가 되었다. 게다가 내놓은 기술도 혁신적인 것들이 많아, ‘중국의 귀환’, ‘중국의 약진’, ‘주인공은 중국’이라는 기사들이 나왔다.
CES 2024의 자동차 분야에선 ‘모빌리티’라는 개념이 ‘전기차’라를 기존 용어를 압도했고, ‘AI(인공지능)’,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가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중국 지리(Geely) 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인 지커(Zeekr)는 업계 최초로 인텔 기반의 생성형 AI 실내경험을 제공하는 차세대 전기차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특히 알리바바 전기차로도 불리우는 샤오펑의 항공 부문 자회사 에어로HT는, 하늘을 나는 2인승 플라잉카를 부스에 전시했는데, 자동차로 달리다가 헬리콥터의 프로펠러 날개처럼 생긴 구조물을 펼치고 하늘을 비행할 수 있다. 또한 수직 이착륙기(eVTOL)를 합체·분리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전기 ‘드론카’를 내년부터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업계에서는 올해부터 ‘스마트’ 전기차 시대에 본격 진입하고,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판매되는 3천만 대의 차량 3대 중 1대는 전기차였으며, 전기차 증가 속도는 전체 자동차 평균보다 3배 빠르다.
필자가 작년에 만났던 BYD 관계자에 따르면, 취득세 등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중단에도 불구하고, 올해 중국 전기차 시장은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그 근거로는: 첫째, 전기차는 내연 기관차 대비 유지비를 포함한 가격 경쟁력이 매우 높다는 점, 둘째, 한국과 달리 중국의 경우 아파트 주차장 내 세대별 주차 공간이 대부분 지정돼 있고, 거기에 각각 전용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전기차 충전의 95% 이상이 가정에서 용이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셋째, 중국 전기차 대부분이 리튬 인산철 기반의 블레이드 배터리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어서 화재의 위험이 거의 없다는 점 등이다. 또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차량 통행 제한이 있는 대도시에서 일반차량 구매 시 번호판을 받으려면 소요기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 신에너지차를 구매할 경우엔 쉽게 번호판을 내준다는 점도 전기차 구매의 큰 유인이다.
한편, 올해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작년 대비 50% 증가한 18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완성차 수출에서 해외 현지 생산으로 점차 전환되기 시작할 전망이다. 2022년 전세계에서 생산·판매되는 자동차의 10%가 전기차이며 그 중 60%가 중국산이었는데,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점유율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대표적인 해외주식형 ETF 중 하나인 '차이나전기차 ETF'에는, 중국 전기차 산업의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며 투자한 개미들이 많았다. 상장 초기 주가가 1년 만에 2배 넘게 성장하는 등 열풍의 주역이었지만, 이제는 ‘지옥행 ETF’로까지 불리며 곤두박질치고 있다. 공급과잉, 수익성 악화 우려, 중국 경제의 전반적인 하락세 등이 주원인이다. 중국 전기차 산업이 불확실성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 투자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날은 언제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