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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가 바이주 ‘팅화주’, 315완후이에 찍혀 ‘나락’

[2024-03-20, 08:00:54]
[사진 출처:화상병법(华商韬略)]
[사진 출처:화상병법(华商韬略)]

매년 3월 15일 국영 중앙방송(CCTV)에서 방송하는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인 ‘3·15완후이(315晚会)’는 일명 ‘기업 살생부’로 불린다. 한 번 찍히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은 물론 매출 하락 등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315완후이에서 가장 관심이 쏠린 기업은 ‘팅화주(听花酒)’다.


15일 중신경위(中新经纬)에 따르면 315완후이에서 팅화주의 위법 행위가 폭로되었고, 팅화주가 강조했던 ‘국제 특허 인증’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 직후 중국의 유명 온라인 쇼핑몰인 징동, 텐마오, 타오바오, 핀둬둬에서는 모두 팅화주 관련 제품이 사라진 상태다. 원래 방송 직전까지만 해도 해당 사이트에서도 공식몰을 통해 팅화주가 활발하게 판매되어 왔다.


그렇다면 이 팅화주는 무엇일까? 팅화주의 모회사는 A주에 상장된 바이주 기업인 ‘칭하이춘텐(青海春天)’이다. 원래 동충하초를 판매하던 기업이었는데 지난 2018년부터 갑자기 주류 쪽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모든 신생 브랜드가 그러하듯 이 팅화주는 유명한 탄생 일화가 있다. 새벽 4시 칭하이춘텐 장쉐펑(张雪峰)회장은 회사 연구실 의자에서 잠이 들었다. 꿈 속 설산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고, 한 백발의 노인이 나타나 자신의 손바닥에 활(活)자를 썼다는 것. 꿈에서 깨어난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바닥에 손가락을 덮으며 “물은 혀에서 살아난다”라는 말이 떠올랐다고 한다. 이때부터 영감을 받은 그는 4년만에 생진바이주(生津白酒), 즉 입에 침이 돌게 하는 바이주인 팅화주(听花酒)를 개발했다.


이후 팅화주는 바이주의 ‘새로운 탄생’이라며 광고했고 다른 술과 달리 인체에 유해한 물질은 줄이고 유익균의 발효 공법을 통해 인체에서 유익한 물질을 증식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지난 2022년 7월에는 페리드 뮤라드(Ferid Murad)박사를 포함해 노벨상 수상 과학자 2명을 영입했다고 홍보했다. 회사 측은 “노벨상 과학자 두 분은 주로 팅화주와 관련한 연구 개발에 참여한다”라고 설명했다. 장 회장은 “팅화주는 부교감 신경을 자극해 알코올이 인체를 손상시키는 것을 감소시킨다. 이는 인류 주조 이론의 발전이나 중국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다”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일까? 팅화주는 페이텐 마오타이(飞天茅台)보다 비싸게 팔렸다. 750ml 팅화주의 판매가격은 5860위안(약 108만 원),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무려 750ml 한 병에 5만 8600위안(약 1084만 원)에 달했다.


회사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팅화주의 원료는 총 19가지. 장향형 바이주를 비롯해 박하, 국화, 계화, 나한과, 포도, 배, 진피 등이다. 회사 측은 원료에 포함된 바이주는 마오타이 15년 산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신빙성은 증명하지 못했다. 신 규정에 따르면 바이주, 황주 등을 베이스로 사용하고 식품이나 약재 등을 추가한 것은 바이주가 아니라 과실주 정도로만 여겨진다. 그러나 회사 측은 줄곧 “하늘이 내린 은총”이라며 중국 각종 TV 채널과 기내에서 광고를 하며 소비자를 현혹했다.


그럼에도 판매량은 적지 않았다. 칭하이춘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2022년과 2023년 상반기 주류 판매는 2539만 4800위안(약 46억 9981만 원), 2539만 4800위안(약 46억 9981만 원)과 3425만 8600위안(약 63억 4023만 원)이다. 2023년 한해 매출은 2억 3200만위안(약 429억 3624만 원)~2억 4800만 위안(약 458억 9736만 원)으로 지난 해 보다 45.12%~55.08%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적자는 2억 8700만 위안(약 531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315완후이 방송이 끝난 뒤 첫 거래일인 18일 칭하이춘텐의 주가는 폭락했다. 오전에만 10.05% 하락했고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도 언론 보도와 관련한 조사가 시작될 것으로 알려져 바이주의 ‘신화’브랜드에서 ‘나락’브랜드로 탈바꿈했다.


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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