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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241] 하루 3분, 나만 생각하는 시간

[2024-05-30, 20:20:30] 상하이저널
윤대현 | 예담 | 2014년 9월
윤대현 | 예담 | 2014년 9월
저자 윤대현은 저작 활동과 방송활동 및 유튜버로 활동하는 정신의학과 교수이다. 추천받은 책이라 그냥 그런 책 중의 하나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펼쳤지만, 일단 첫 장을 넘기고 부들부들한 말투와 전문적인 설명에 끄덕끄덕 이해하다 보면 뭔가 조금 더 가벼워진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성장하고 어른으로 살아가며 알게 모르게 받은 상처와 힘들었던 현실이 나를 소진시켰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마음 편히 쉴 수가 없었다. 시간은 늘 있지만 영화 한 편 드라마 한 편을 끝까지 몰입해서 볼 수 없었다. 공백기에 매일 몇 시간씩 운동하고도, 초코파이 한 개를 먹을 수 없었다는 배우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늘 무언가 준비해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은 하루하루였다. 이렇게 우리가 소모하는 감성 에너지는 고갈되면 번아웃이 와서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진된 감성 에너지는 무엇에 대한 결핍과 불안이 쉬지 못하게 스스로를 몰아붙인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이완하고 쉬어서 다시 채울 수 있다. 이에 대한 처방전은 생각보다 간단한데 따뜻한 사람을 만나 충전의 시간을 갖거나 영화 또는 느린 문학을 읽으면 공통된 인간성과 연민을 느끼며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성공하고 더 많은 것을 성취하고자 하는 욕구의 밑바탕에는 타인으로부터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한 욕구가 깔려 있다. 그런데 생존을 위해 작동하는 질투와 경쟁이 지나치면 생존만큼 중요한 욕구 충족에 문제가 생기고 타인과 따뜻한 연결을 단절시킬 수 있다. 타인을 용서하고 나누고 베풀며 사는 것이 다름 아닌 자신을 위해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으로 가족은 서로에게 사랑을 전달하는 역할과 더불어 상대방의 분노를 다스려 주는 상담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것이다. 밖에서 자기합리화하다 돌아와 화가 난 것을 가족이 들어주면 다음은 역할을 교환한다. 분노에 공감 받으면 다음 날 좀 더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는 화가 빠져나간 부분에 속정이 돋아나기 때문인데,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의 한과 분노를 위로하는 것도 포함되는 긴밀하고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다. 지금 돌이켜보니 부모님이 바쁘셨던 원가정의 식구들은 감정 에너지의 잦은 방전에도 서로 돌봐줄 여유 없이 각자도생 해야 했기에 가족들이 화를 잘 다스리지 못했던 것 같다.

생각처럼 혹은 생각보다 무거운 무게를 감당해야 했던 30대 40대를 거쳐오며 나는 소모가 많이 된 것 같았다. 이 책을 만날 즈음엔 급기야는 우울증이 되어 눈물이 며칠 동안 마르지 않은 날도 있었지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용서하기, 햇빛 받으며 걷기, 책 읽기, 미사 드리기와 심리 상담을 받으며 따뜻한 지인들과 교류하다 보니 어느새 보다 평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서평을 쓰려고 표지를 다시 보니 ‘마음 둘 곳 없는 당신에게 보내는 윤대현의 심리 편지’라고 쓰여 있다. 마음 둘 곳 없어 어쩔 줄 몰랐던 어린 시절이 있었는데... 마음을 내게 잘 둘 수 있는 상태는 모든 일의 시작인가 보다. 불현듯 윤대현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 미소 띤 얼굴을 만나서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다 보면 마음은 금방 무장 해제되고 참 좋지 않을까 싶다.

최승진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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