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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과 상하이, ‘영혼’의 두 도시를 잇는 시간여행

[2024-07-20, 07:38:26] 상하이저널
10년 만에 상하이로 돌아온 이준희 작가 17번째 개인전

[사진=이준희 작가]

 

이준희 작가가 10여년 만에 상하이로 돌아왔다. 상해한국학교 미술교사로, 상하이 아트페어 참여 작가로, 상하이 거주 4년 6개월간 활발한 활동을 해온 작가는 이번에 다시 상하이로 오자마자 연일 그림 작업에 몰입했다. 한국에서 서울의 모습을 그림지도로 그렸던 것처럼, 변화무쌍한 상하이 도심의 모습을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준희 작가는 자신의 ‘영혼의 도시’라고 할 수 있는 서울과 상하이를 함께 표현하고 싶어 최근 1년 6개월 동안 작품을 새롭게 다시 제작했다. 여기에 와이탄과 루자주이, 인민광장과 주가각 등 곳곳을 다니며 스케치하고 그린 작품을 더해 총 64점을 상하이한국문화원에서 전시한다.

‘역사’와 ‘지도’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작품활동을 해온 이준희 작가에게 이번 ‘City of Soul, Seoul & Shanghai’ 전시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10년 만에 다시 상하이로 온 소감

10년만에 다시 찾은 상하이는 그 동안 많이 변했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로서는, 이곳 상하이가 서울을 벗어난 지역 중에서는 가장 오래 살았던 도시라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그간 한국과 해외에서 크고 작은 전시회를 개최하고 또 참여한 적이 있지만, 이런 차원에서 이번 열일곱 번째 개인전인 이번 상하이 전시는 의미가 남다르다. 

전시 주제 에 대해


전시 제목처럼 서울과 상하이는 제 인생에 있어서 "영혼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에 걸친 상하이 생활을 통해 이 도시의 변화도 눈과 몸으로 직접 보고 느끼면서, 서울과 상하이를 주제로 아름다운 두 도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담아 냈다. 또한 한중 양국 간 문화예술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고 두 도시 간 우정도 더욱 깊어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담았다.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작품들이 많은데, 그중 작품 사이사이를 걸어 다니면서 감상하도록 설치된 대형 실크 작품이 궁금하다. 


많은 관람객들이 프린팅 작품인지 물어보는데, 실크 천 위에 직접 그렸다. 실수하면 실크를 버리고 다시 그려야 해서 집중력이 필요했다. 과거 경기감영(도청)의 모습을 표현한 ‘경기감영도 예찬’을 시작으로, 오늘날 서울의 모습인 ‘도시 한양’을 지나, 푸시 와이탄과 푸동 루자주이로 이어진다. 관람객들은 작품 <바람의 시간> 사이사이를 걸어 서울과 상하이를 잇는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14장의 실크 작품을 지나면 마지막 끝에 영상이 기다린다. 회화, 설치미술, 미디어아트까지 종합예술로 서울과 상하이를 표현하면서, 관람객들이 작품 사이를 지나 다니며 일으키는 바람과 같이, 두 도시 사이에 불어오는 바람들이 늘 따뜻한 훈풍이기를 바라는 마음도 작품에 담았다. 고려청자의 비색으로 따뜻한 바람을 표현한 것이다. 

양 벽에 마주보도록 전시된 ‘경기감영도 예찬’ 병풍과 ‘도시 한양’ 두 작품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역사와 지도에 관심이 많아 이를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다. 상하이에 오기 전까지 10여년 간 삼성 리움미술관의 도슨트를 하면서 그때 한국의 보물로 지정된 조선시대 ‘경기감영도’를 보고 말할 수 없는 전율을 느꼈다. ‘경기감영도’는 지명이 나타나 있는 그림지도이기도 하면서, 조선후기의 생활상이 잘 표현된 풍속도이자 기록화이기도 하다. 

이 독특한 방식이 제 눈을 사로잡았고 저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조선시대 당시 도화서의 화원 여러 명이 함께 그렸던 경기감영도를 오마주하는 차원에서 원본의 모습으로도 그려보고, 또 경기감영이 있던 지금 서울의 서대문 지역을 현재 모습 그대로 대비해 ‘도시 한양’이라는 작품을 그리게 됐다. 

현재의 서울을 그렸던 ‘도시한양’에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들과 옛사람들을 함께 그려넣어 같은 공간 속에서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표현했다. 예를 들면, 손흥민과 BTS 그리고 배달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은 물론 도포차림에 셀카봉을 들고 있는 옛사람도 그려 넣어 시공을 초월해 조선에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줬다.

상하이 도시 구석구석을 작품으로 표현한 한국 화가는 처음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상하이의 대표적인 바람의 시간이었던 와이탄과 푸동의 건축물들을 한국 작가의 눈으로 표현해 보았다. 상하이 전시를 위해 그간 방문했던 와이탄과 푸동지역, 집주변을 산책하며 봐왔던 여러 곳을 한번 표현했다. 또 황허루(黄河路50号), 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 인민광장, 주가각, 황푸강, 쉬자후이 성당, 스타벅스 등 상하이 곳곳을 다니며 그렸다. 

특히 와이탄 지역의 건축물들은 상하이의 과거와 현재를 고스란히 품고 있었고, 앞으로도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게 되는 만큼, 과거에서부터 미래가 모두 녹아 들어 있었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푸동지역 역시 상하이의 현재와 미래를 상징하는 만큼, 상하이는 과거에서부터 미래까지를 느낄 수 있는 매력을 지닌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상하이생활에서 일상적인 모습들도 작품에 많이 담고 싶다.

작품 성격상 일일이 다니면서 관찰하며 그려야 하고, 더구나 대형 작품들이라 완성하기까지 기간이 꽤 걸렸을 것 같은데.  


‘경기감영도 예찬’은 당시 많은 화원들이 협업을 했던 작품인 만큼 규모도 크고, 또 ‘도시 한양’은 현재의 서울 모습을 화폭에 담기 위해 서대문 지역을 직접 발로 다니며 일일이 스케치하고 사진으로도 찍어서 그렸던 만큼, 초기 기획에서부터 완성까지 5년이 소요됐다. 

이번 상하이 전시에도 영혼의 도시라고 할 수 있는 서울과 상하이를 함께 표현하고 싶어서 1년 6개월 동안 새롭게 다시 제작했다. 경기감영도 작업과 마찬가지로 이번 상하이의 건축물들도 일일이 방문해 스케치하고 사진을 찍으며 하나하나 세밀하게 표현을 했던 만큼 마치 건축물의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는 기분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이 밖에도 모란, 목련 등 꽃 작품도 시선을 끈다.


서울과 상하이를 꽃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조선 왕실의 꽃 ‘모란’과 상하이 시화 ‘목련(옥란화)’ 작품을 선보였다. 조선 왕실의 의례행사에 모란 병풍을 사용하는데 모란을 4폭 병풍 느낌으로 전시하고 그 앞에 의자 2개를 놓고 관람객들의 포토존으로 활용하도록 전시했다. 또한 중국관람객들을 위해 상하이의 상징인 목련을 두 작품 전시하고 있다.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하는 시간

관람객들이 작품 사이를 걸어 다니고, 거울로 비쳐보고,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는 등 관람객들이 체험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하고 싶었다. 관람 외에도 매주 토요일에는 도슨트를 운영해 직접 전시해설을 하고, 캔버스 주머니 가방 만들기, 작가 그림 스케치가 인쇄된 주머니 가방에 색 입히기 등 체험활동도 진행한다. 참여 인원이 한정돼 있어서 문화원 공중계정을 통해 신청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과 꿈

지도 안에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 담겨있는데 작가는 그들을 꺼내고 끌어내서 선으로 그리고 색으로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전시에 상하이의 건축물을 표현했다면 앞으로는 상하이에서 일상적인 모습들도 작품에 담고 싶다.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을 건물 밖으로 꺼내 상하이 사람들의 일상생활 모습을 작품으로 표현할 계획이다. 

또한 이번 전시가 많은 의미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우리나라 지도와 서울을 상하이에 알리는 것에도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앞으로 상하이뿐 아니라 유럽에서 전시 계획도 갖고 있다. 양국간의 교류를 통해 한국을 알리고 한국 미술작품을 알리는 작가가 되는 꿈을 갖고 있다. 

이준희 작가는 
홍익대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하고, 홍익대 동양화과 겸임교수, 상해한국학교 중고등 미술교사, 삼성 리움미술관 도슨트, 수원대, 강릉대, 대진대 등 출강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우수상, 통일부장관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또 KIAF_SEOUL, 상하이 아트페어(4회) 등 단체전 270여회 참여했으며,1992년 첫 개인전을 시작해 이번 전시가 17번째 개인전이다. 

고수미 기자 

“City of Soul, Seoul & Shanghai” 
•2024년 7월 12일~8월 24일(일, 월 휴관) 
•상하이한국문화원 3층
 (徐汇区漕溪北路396号汇智大厦裙楼3楼) 
•매주 토요일 작가와 함께 하는 미술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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