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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24, 100년 전 핫플 ‘콜롬비아 서클’

[2024-08-19, 15:16:12] 상하이저널
‘동서’의 연결, ‘신구’의 공생, 1920년대 풍운의 역사 

상하이는 ‘마도(魔都, Modern)’로 통한다. ‘모던’의 뜻에서 나온 말이지만 ‘마력’의 도시라는 해석이 더 어울린다. 이 도시의 마력은 1920년대 역사를 통과하는 상하이를 만날 때다. 동서의 연결, 신구의 공생, 화려함 속 스며있는 아픔을 발견할 때, 그땐 상하이의 매력을 좀 알 것 같다고 해도 좋다. 100년 전 상하이의 핫플레이스 ‘콜롬비아 서클’ 속으로 들어가 보자. 



왜 콜롬비아 서클인가

100년 전 개발된 이곳의 프로젝트 명은 ‘Columbia Circle 콜롬비아 생활권’이다. 1924년 개발을 시작한 ‘콜롬비아 서클’은 역사건축물 3곳, 신중국의 성장사를 관통하는 공업개조건축물 11곳, 현대건축물 4곳이 한 권역에 조성돼 있다. 상하이에 웬 콜롬비아? 콜롬비아 서클이 위치한 판위루(番禺路)가 과거 콜롬비아루(哥伦比亚路)였던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남미 국가 ‘콜롬비아’가 아니라,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미국을 지칭했던 이름 ‘콜럼비아’다. 

2024년 중국 MZ들의 포토 스팟

콜롬비아 서클은 중국 MZ들 사이에서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포토 스팟으로 주목받는다. 하늘빛 야외 수영장 주변에 들어선 음식점들, 어느 곳에 앉든 수영장이 배경이 되면 모든 사진도 인생샷이 된다. 수영장은 분위기만 거들 뿐 수영은 할 수 없다. 콜롬비아 서클의 상징이 된 수영장은 배경화면으로 제역할은 다 한 것이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이유는 단지 눈이 즐거운 인생샷 명소인 것만은 아니다. 


1924년 콜롬비아 서클 탄생 스토리

콜롬비아 서클 이야기는 상하이 조계지에서 100여년 동안 몰아쳤던 풍운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당시 콜롬비아 서클 인근 판위루와 신화루는 ‘준’프랑스 조계지에 속했다. 공공 조계지가 더 이상 개발할 곳이 없어지자, 군벌의 내란과 국민당 정부의 여유를 틈타 서양인들이 점차 경계 밖으로 도로를 건설하면서 사실상 일정한 행정 관할권에 해당되는 '준조계' 구역이 자연스럽게 된 것이다. 

1924년 보익부동산(普益房地产)은 정부로부터 12만평(40만㎡) 농지를 매입해 당시 콜롬비아루(지금의 판위루) 주변을 개발했다. 프로젝트 이름은 ‘콜롬비아 서클 Columbia Circle’. 미국 건축가 엘리엇 하자드가 설계, 건설한 ‘콜롬비아총회(哥伦比亚总会)’ 건물은 본관, 부관, 수영장 세 부분으로 나뉜다. 본관이 ‘콜롬비아 컨트리 클럽’, 부관과 수영장은 ‘해군 클럽’이다. 콜롬비아총회는 미국 해군들과 상하이 재미교포들의 사교 유흥 장소로 이용됐다고 한다. 엘리엇 하자드가 세운 상하이 재미교포들의 두번째 클럽으로 미국의 생활 방식을 중국으로 들이게 된 시작점이기도 하다. 

[사진=보익부동산 1930년 팜플렛에 실린 콜롬비아 서클 조감도, 파란색 선은 콜롬비아 서클의 개발 범위를 묘사(출처: 펑파이신문)]

‘상하이 설계자’ 후데크 건축물

1928년 헝가리 건축가 후데크(Laszl Hudec)가 콜롬비아 서클 총괄 기획을 맡아 지은 건물이 쑨원의 아들 ‘쑨커 별장’이다. 쑨커 별장은 바로크 등 다양한 디자인 요소를 겸비한 전형적인 스페인식 양식을 띄고 있다. 상하이 여러 유명 건축물이 후데크의 손을 거쳤다. 그래서 ‘상하이 설계자’라는 이름이 붙여진 1920년대 건축대가로 통한다. 쑨커 별장과 인근 후데크의 옛집, 수십 채의 고급 별장들, 상하이 조계지를 대표하는 우캉맨션(武康大楼)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후데크 건축투어 코스로 불리기도 한다.

[사진=후데크의 콜롬비아 서클 설계 원고, 캐나다 빅토리아대 기록보관소 소장(출처: 펑파이신문)]

 

[사진=헝가리 건축가 후데크의 작품 '우캉맨션(武康大楼)']

 

60년간 폐쇄, 2020년 대외 개방

이후 콜롬비아 서클은 일본군에 의해 영미 외국인이 집중 억류되면서 이곳도 일본군이 차지하게 됐다. 1951년 격동의 역사 속에서 쑨커 별장은 인민의 건강을 위해 ‘상하이 생물제품 연구소’로 이용됐다. 외부에서 볼 수 없도록 높은 벽을 올렸고, 그 이후 대중의 눈과 기억에서 사라졌다. 바이두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았다가 반세기를 지난 2016년에 ‘역사적 문맥 존중’과 ‘신구 건축 공생’을 컨셉으로 재개발을 시작한 것이다. 개발부터 화제를 모은 콜롬비아 서클은 4년 만에 일반인들에게 공개돼 상하이 핫플로 떠올랐다. 그러나 안타깝게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 팬데믹으로 다시 막혔고, 지난해 재오픈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1920년대 화려했던 美콜롬비아 컨트리 클럽

오랜만에 찾아간 콜롬비아 서클은 역병 후유증을 견디지 못하고 많은 음식점 간판들이 교체됐다. 일본의 ‘츠타야 서점’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점이 들어선 건물은 1925년 세워진 미국 ‘콜롬비아 컨트리클럽’으로 당시 상하이 재미교포들의 사교 장소로 이용됐던 곳이다. 1920년대 유행했을 미국 포크, 재즈, 블루스 음악이 이 건물을 나와 상하이 골목골목으로 퍼졌을 상상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스필버스의 영화 <태양의 제국(1987)> 원작자 제임스 그레이엄 발라드(J.G.Ballard)는 말년에 쓴 자서전 <삶의 기적(Miracles of Life)>에서 콜롬비아 서클 인근 판위루에서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뷰익차를 타고, 코카콜라를 마시며, 미국 영화를 보고, 런던에서 장난감을 주문하고, 가톨릭 학교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고, 주말에는 컨트리클럽에서 사교활동을 즐겼다고 회고했다. 영화 속 주인공이 살았던 대저택 ‘암허스트 18번가’는 지금의 판위루 508호로 원작자 J. G. 발라드의 옛집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사진=1924 미국 콜롬비아 클럽(上) 출처: 건축시보(建筑时报). 2024 일본 츠타야 서점(下)]

100년 전 재미교포 사교 장소에 일본 ‘츠타야 서점’ 입점

그러다 2차 세계대전이 터졌고 일본군은 동맹국과의 대립으로 상하이에 있는 영국과 미국 교민들을 억류하면서 이곳 컨트리클럽을 포함한 콜롬비아 서클 저택들을 차지했다. 영화 <태양의 제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상하이의 외국인들 커뮤니티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건물이 파괴되면서 당한 어이없이 경험을 그대로 재현했다. 태평양전쟁의 전운이 돌자 황급히 조계지를 탈출하는 서양인들, 억류된 자들의 긴 포로생활은 1945년 일본의 항복으로 끝이 난다. 이번엔 일본인들이 황급히 달아난 조계지에 중국인들이 고가의 서양 가구와 그림, 물건들을 실어 나른다. 

콜롬비아 서클 주변 조계지의 모습이 영화처럼 그랬던 것이다. 영국에 의해 강제 개항되어, 미군 사교 클럽으로 이용돼 오다, 일본군이 차지했던 콜롬비아 서클, 현재는 중국이 선택한 일본 츠타야 서점이 바통을 받아 콜롬비아 서클의 역사를 쓰는 중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Top 20’에 선정된 일본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 상하이 1호 매장으로 이곳 콜롬비아 서클을 선택했다. 서점 맞은 편에는 코오롱 아웃도어 캠핑 매장이 시선을 끈다. 

[사진=츠타야 서점 내부]


쑨원의 아들 ‘쑨커’ 별장

콜롬비아 서클에는 현지인들에게 특별한 건물이 또 하나 있다. 상하이시가 지정한 세번째 우수 역사 건축물인 쑨원(孫中山)의 아들 쑨커(孫科) 별장이다. 1931년에 약 1000㎡ 건축 면적 규모로 지어진 순커 별장 역시 후데크가 설계했다. 본관은 스페인식으로 바로크 건축의 요소를 가미했고, 문과 창 덮개는 다양한 아치를 사용했다. 벽난로 지붕의 굴뚝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양식과 유사하며, 외벽은 서구 현대 건축 양식처럼 기품이 있다. 주택 앞에 넓은 화원이 있는데, 전형적인 중국식 정원이다. 동서의 조화를 이룬 상하이 모습 그대로다.
 
[사진=건축가 후데크의 작품 ‘쑨커 별장’]

미국 해군 클럽과 수영장

콜롬비아 서클에 오면 수영장 씬을 빼놓을 수 없다. 중앙에 수영장이 들어선 이 건물은 콜롬비아 서클 프로젝트와 동시에 건설된 해군클럽이다. 당시 미국 주요 인사들과 교민들의 체육활동과 사교모임의 장소였다고 한다. 

[사진=미 해군 클럽] 
 
[사진=미 해군 클럽수영장 1924년 모습(上) 출처: 건축시보(建筑时报), 2024년 현재 수영장(下)]
   
수영장을 끼고 삼면으로 자리한 음식점 중 인기 맛집으로 알려진 스페인 식당 CASA BAJA’(6号楼105)으로 이동해 인생샷을 남기면, 콜롬비아 서클에서 현지인 체험은 다 한 것이다. 

가볍게 커피 한잔 들고 콜롬비아 서클을 둘러보고 싶다면 스타벅스, 블루보틀(Blue Bottle), 시소 커피(Seesaw Coffee) 등 커피매장들도 많으니 현장에서 선택하면 된다. 
 
[사진=스페인 건축양식에 어울리게 스페인 음식점이 많다. 사진 속 음식은 수영장을 끼고 있는 ‘CASA BAJA’(6号楼105)]

[사진=츠타야 서점 옆 이탈리안 음식점 'Sapore di Pane(圣帕尼)' 점심에는 라쟈냐와 젤라또, 저녁에는 이탈리아 생맥주 모레티(Moretti)를 권한다.(7号楼1层)]

上生·新所/Columbia Circle
•长宁区延安西路1262号
 
孙科别墅
•长宁区番禺路60号

<태양의 제국> J. G. Ballard 故居 
•长宁区番禺路508号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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