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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기자논단] 경계를 넘나드는 저널리스트

[2024-09-14, 08:28:56] 상하이저널
‘슬픔을 전시하고 고통을 소비하는 사회’ 이 문구가 오늘날 사회의 문제점을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 뜻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언론계는 슬픔을 전시하고, 대중은 고통을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체가 고통을 공유한 것이 먼저였는지, 대중이 고통을 요구한 것이 먼저였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특정 누군가 혹은 특정 세력의 책임으로 몰아갈 수 는 없다는 뜻이다.

누군가의 슬픔과 고통을 너무 가볍게 다룬다는 표면적인 평가로 기자라는 직업이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들 역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필터와 확성기 사이를 저울질하며 보도의 절충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러한 저울질도 명확한 기준이 없는 ‘고통’이라는 미지의 영역에서는 한계가 있다. 보이지 않는 선을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비판을 받고, 운 좋게 조절에 성공했을 때는 그나마 나은 보도라는 여론의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고통’의 기준선을 설립하는 것은 굉장히 위급한 과제이다. 하지만 그것을 설립하는 것이 모호하고 어렵기 때문에 지금까지 많은 고난이 있었다. 이는 기자들만의 과제가 아니다. 그 기사의 내용을 소비하는 우리도 누군가의 고통이 그저 뉴스거리에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언론은 수수께끼를 보여줄 뿐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 있다. 이 때문에 진실이 무엇인지 끝까지 추적하며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은 뉴스의 제작자와 소비자 모두의 몫이며, 두가 관심을 두고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왜 고통을 묻는가

기자들은 크게는 수많은 사건•사고부터 작게는 살인사건, 재난 사고, 도난 사건까지 대부분의 고통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특히 사회문제를 보도하는 사회부 기자는 더더욱 그러하다.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취재하고, 촬영하고, 기록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자세하게 보도하기 위해 한없이 현장을 뛰어다닌다. 그들은 사고와 재난 현장에 투입되어 꽁무니를 쫓고, 진상을 파헤치며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기자는 고통스러워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표정, 눈물,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를 담아낸다. 또, 사고 현장에 취재하러 가서 주변 CCTV, 블랙박스, 우연히 찍힌 스마트폰 영상까지 샅샅이 수집해 보도 할 내용을 찾는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만을 보고 기자를 무정한 존재라고 일단락할 수는 없다. 그들의 매정한 모습은 어쩌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때 ‘감’이 없다고 핀잔을 주는 사회의 책임에서 유래된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주요 방송사가 관련 뉴스 특보를 동시에 경쟁적으로 내보내고 있고, 방송사들은 서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앞다투어 보도하기에 바쁘다. 즉, 수많은 언론사가 경쟁하는 오늘날의 사회가 기자들을 고통스러운 사건 앞에서도 다급하게 만들고 있다. 기자들 자신도 기자라는 직업이 타인의 고통과 자주 뒤얽힌다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보를 최대한 신속하게 전달해 다수의 이목을 끄는 것에 과도하게 편중되어 있어서 기타 조건을 고려할 틈도 없이 보도하는 것이다.

고통을 묻는 기자의 고통

대중들은 기자들의 황급한 모습을 보며 ‘기레기’, 더 나아가 ‘감정 없는 로봇’, ‘양심 없는 이기적인 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모든 기자는 정말 감정이 없고, 고통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선두에 나서 그 고통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기자들이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다. 그들이 느끼는 고통은 무력감, 죄책감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그 사례는 수없이 많지만, 모든 것을 전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에 기자의 관점으로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나름의 세 가지 예시를 준비해 보았다. 자신이 정말 취재 기자라고 생각하며 몰입해 보자.

장례식장의 고통을 취재하다

언제든지 장례식장에 갈 수 있도록 단정한 검은 옷을 준비해 두라는 회사(언론사)의 권고가 있었다. 얼마든지 타인의 고통을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뜻이었다. 실제로 장례식장에 방문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내부에는 유족들이 끊임없이 소리 내 울고, 눈물 닦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나는 카메라를 들이밀며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물어야 했다. 인간을 넘어서 욕망의 괴물이자 하이에나가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사적인 감정으로 인해 기사가 낙종 되는 일을 막기 위해 다시 정신을 번쩍 차리고 취재했다. 유족들에게 뉴스에 보도되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무망한 거짓 설득을 해가며 끝까지 고통의 장면을 기록했다.

살인사건 현장 속 고통을 취재하다

시신 세 구가 눈앞에 놓여있었다. 유흥업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시신이었는데, 타살 가능성이 높았기에 외표 검사부터 부검까지 진행하기로 한 상태였다. 선배 기자로서, 대학생 인턴기자들을 데리고 작은 유리창 너머로 부검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보았다. 시신을 Y자로 자르고, 내장을 드러낸 뒤,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다시 원위치 해놓고, 원래의 외관으로 돌려놓았다. 하나둘씩 헛구역질을 하며 방을 나가는 후배들을 보았다. 그러나 죽은 후에도 산 자들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하는 시신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겠다는 알 수 없는 다짐을 하며 끝까지 자리에 남아있었다. 부검의 한 순간도 놓치지 않기 위해 눈도 최대한 적게 깜빡이며 그 과정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고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의 내면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다른 명목으로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막을 수 없는 공포와 죄책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몰려들었다.

자살 사건의 고통을 취재하다

밤새 경찰서 앞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밤을 지새우다, 아침이 되었다. 혹시나 한밤중에 어떤 고통이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경찰서와 소방본부에 물었다. 그러다 10km 정도 떨어진 한 주택에서 60대 노인의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빠르게 주소를 파악해 움직였다. 사건의 흔적이 완벽히 수습되기 전에, 말끔히 정리되고 사라지기 전에, 그나마 남은 고통의 흔적이라도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얼룩진 핏자국이나, 구겨진 유서 등 말이다. 그렇게 현장에서 두리번대다가 목격자를 발견하면 또 단숨에 달려가서 평소 노인의 모습은 어땠는지 물었다. 그리고 1분도 안 되는 시간 속에 그들의 당황, 연민, 흥분 등을 주워 담았다.

왠지 모를 먹먹함이 가슴속에 자리하지 않는가? 이처럼 고통을 느낀 사건의 당사자만큼은 아닐지라도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도 고통을 느낀다. 그들이 비양심적으로, 생각 없이 고통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우리는 어디까지 알아야 하는가?

이쯤 되면 대중의 알 권리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될 수 있다. 대체 알 권리가 정확히 무엇이기에 이렇게나 많은 내적, 외적 갈등을 일으키고, 대중을 분열시키는 것일까? 알 권리의 사전적 정의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권리로, 자유롭게 정보를 수령, 수집하거나 정보 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이다. 하지만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모두의 마음에 와 닿는 정의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항상 사람들의 입에 가볍게 오르락내리락한다.

그럼 생각해 보자. 나 자신은 어디까지 알기를 바라고, 어느 정도까지 수위의 보도를 허용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곧바로 유창하게 대답할 사람은 드물다. 사실은 자신도 잘 모르고 있다. 특정 사진을 모두 모자이크 해서 업로드 한 기사를 보면 이렇게 모자이크 할 거면 왜 삽입하냐고 생각하다가도, 자극적인 사진을 노골적으로 공개한 기사를 보면 경멸하며 곤혹스러워한다. 언론을 비판하는 나 자신조차도 사실은 고통을 공유 받는 데에 마땅한 절충점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언론의 윤리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다. 정답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위해 고민해 주었을 때, 언론계는 더욱 개선될 것이고, 사회는 더욱 나아질 것이다.
  
[사진=저널리스트 김인정의 <고통 구경하는 사회>]

아래 책은 이 글을 쓰는 데에 많은 영감과 도움을 준 저널리스트 김인정의 <고통 구경하는 사회>이다. 모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쯤 읽어보길 추천한다.

학생기자 조영지(상해한국학교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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