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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255] 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2024-10-05, 15:18:30] 상하이저널
남인숙 | 21세기북스 | 2019년 04월 30일
남인숙 | 21세기북스 | 2019년 04월 30일
‘오늘도 사회성 버튼을 누르는 당신에게’라고 부제가 붙어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우리는 누구나 사회성 버튼을 누르고 살고 있겠지만, 그 버튼을 누른다는 인지도 못할 정도로 누군가에게는 매우 쉬운 일일 테고, 또 반대로 그 누군가에게는 매우 정성을 들여야 하는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내성적인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소위 ‘내성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바라는 글들이 이어지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고 맥락 문화권이란 표현이다. 

"사실 한국은 외향인이 마냥 ‘인싸’로 살기도 어려운 곳이다. 한국은 언어가 표현된 이상의 의미를 담기 마련인 고 맥락 문화권 (high context culture)에 속한다. 고 맥락 문화권인 한국에서 ‘배가 고프다’는 말은 상황에 따라 ‘밥을 사줘’, ‘나와 함께 먹자’, 심지어 ‘집에 가고 싶으니 나를 보내줘’라는 뜻도 될 수 있다. 그러나 저 맥락 문화권인 나라에서는 말 그대로 ‘배가 고프다’는 의미 뿐이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미묘한 맥락을 잡아내고 해석하는 건 차분하고 공감에 재능이 있는 내향인에게 더 유리한 일이다."  

책이나 글을 단순히 텍스트만 접하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그 이상의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부피를 가진 종이 뭉치를 쥐고 내가 어디쯤 읽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의식하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그 사람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정으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온다. 

 바깥 세상에서 능숙한 사회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내성적인 사람들은 사회성 버튼을 누른 채 내향적 본성을 감추고 외향적인 척 생활한다. 그리고 작기는 말한다. 내향성은 결코 교정해야 할 성향이 아니고, 그저 담백하게 분류한 성향의 하나일 뿐임을, 외향성처럼 타고난 채로 살아도 괜찮은 성향임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무난하고 동글동글한 사람들이 환영받는 세상에 좀 더 걸맞은 인물이 되고 싶어 노력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내향적인 사람들이 살짝 더 많다고 한다. 그런 내향성 사람들이 그렇게 안에 감정을 가둬두고 살아간다. 그렇게 안에서 가둬진 감정들이 나를 좀먹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한 무리에서 자기 존재감을 느끼는 것도 좋았고, 있는 듯 없는 듯 자유로운 주변인으로 남는 것도 좋다. ‘인싸’니 ‘아싸’니 하고 우월을 나누거나 자조할 것 없이 내 삶의 주기를 그저 흐름에 맡기는 건 어떨까? 

"먹는 것을 예민하게 고르는 지인이 있다. 많은 시간이 지나 그를 더 경험하면서 그는 미각이 예민한 것이 아니라 그냥 편식이 심한 사람일 뿐임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은 맛이 형편없어도 잘 먹었다. 그의 예민함의 정체는 사실 호불호를 망설임 없이 드러내는 성격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많은 경우에 까칠함과 예민함을 혼동하곤 한다. 내성적인 사람이 대체로 예민하니 대하기 까다로울 거라고 생각한다. 쉽게 가까워지기는 어렵지만, 일단 가까워지면 모난데 없이 둥글둥글한 게 그들이다. ‘표현’에는 에너지가 든다. 예민한 성향을 갖고 있는 것과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그저 타인의 감정을 거스르는 말을 한 일이 만든 파동이 나 자신을 힘들게 한다. 타인과의 충돌로 번지기도 전에 내 안에서의 전쟁으로 이미 불바다가 된 것이다." 

이런 경험 아주 종종 생긴다. 참다 참다 한마디 한다. 많은 시간 고민하고 생각하고 한마디 했다. 그리 나쁘게 표현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말 한마디 해놓고 상대방의 반응이 오기까지 하루 종일 전전긍긍한다. 내 마음속은 이미 불바다인 것이다. 그래 놓고 항상 결론은, ‘내가 이렇게 전정긍긍할 것이면 말하지 말걸.’ 하는 후회이다. 나에게 너무 많은 고민과 품이 든 그 행동이 상대에게 너무 가벼이 지나가는 일도 태반이다. 또 낯선 사람이 바글바글한 모임에서 한껏 어른스러운 척하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는 이런 곳에 오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경험들도 있지 않은가? 

시간이 지나 깨달은 것은 어느 쪽이든 자신이 타고난 성향에 극단적으로 주저 앉는 건 어른이 할 일이 못 된다는 것이다. 만나는 사람 수가 적고, 접하는 세계가 너무 좁으면 관계 안에서의 움직임이 필요 이상으로 예민해진다. 작은 일에도 섭섭한 마음이 들고, 조금만 소홀해도 안달 나곤 한다. 성향에 따라 활동 영역의 크기야 달라지겠지만 한발만 헛디뎌도 생판 남의 땅에 서게 되는 삶은 힘들다. 바닥 끝까지 나를 공감하지 못해도 그 사람과 함께 한 시간이 즐겁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생각을 바꿔보자. 

타인에게 무례한 사람들은 말의 칼을 든 사람들이다. 내가 제압한다고 해도 상처를 입는다. 무례함에 대한 최선의 복수는 최대한 빨리 그 사람에게서 도망치고 내 인생의 모든 장면에서 그를 조용히 제외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건 가장 세련된 복수법이기도 하다. 상대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말 것, 삶은 원래 외로운 것임을 잊지 말 것. 무언가를 해본 그 경험, 기억이 있다는 것이 정말 끝내주는 것임을 잊지 말 것. 움직이고 행동하자. 행동만이 생각을 줄일 수 있다.   

남인숙 작가에 대해 전혀 몰랐다. 책이 너무 좋아서 찾아보니 생각보다 유명하신 분이다. 내가 내향인이네 외향인이네 말하는 책이 아니다. 우리가 각자 가지고 있는 색을 어찌 예쁘게 밝히면 좋을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오늘도 반짝반짝 빛나는 나를 위하여!

나은수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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