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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리터러시 ①] 상하이박물관 동관 도자대외교류관

[2024-10-18, 18:05:06] 상하이저널
중국 박물관에서 韩中 교류 흔적 찾기

박물관을 탐방하고 감상하는 법은 어디서, 누구로부터 배울 수 있을까? 중국에 거주하는 우리는 얼마나 중국의 역사와 유산을 이해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한중 교류의 흔적을 찾아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을까? 

박물관 리터러시(literacy)는 이러한 과정에서의 필수적인 관람 태도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을 넘어, 전시된 유물과의 대화를 통해 역사적 이해를 심화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유물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중국 박물관에서 한중 교류의 흔적을 찾는 것은 우리가 한국인으로서 어떠한 역사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자각하게 하며, 동시에 중국 역사문화와의 상호작용을 깊이 이해하는 데 큰 통찰을 제공한다. 본 칼럼에서는 화동 지역의 박물관과 전시를 돌아보며 박물관 문해력을 키워 그 방향성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1 상하이박물관 동관 도자대외교류관

상하이박물관의 동관이 올해 개관해 새롭게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인민광장에 위치한 기존 전시실을 특별 전시용으로 전환한 것에 이어, 넓은 공간의 동관에서는 중국도자기의 역사적 발전을 다룬 중국도자실 외에도 세계 각국의 다양한 도자기를 무료로 개방한다. 방학기간 내내 예약이 어려웠던 이곳은 주말에도 예약이 가능할 정도로 한가해졌다. 3층에 자리한 ‘도자대외교류관’에 들어서면, 입체적으로 돌출된 구조가 방문객을 압도한다. 이는 마치 중국의 역사가 세계와 소통하는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진=상하이박물관(동관) ‘도자대외교류관’ 전경]

불교 전래와 정병

첫 전시장에는 중화문명과 상호작용한 다양한 국가의 사신들이 그려져 있다. 그 중 ‘백제인’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다. 중화민족의 우수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민족이 어우러진 당시 당나라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백제 외에도 한반도의 삼국은 문화와 경제의 교류를 모색하며 당나라로 몰려갔다. 이들이 당나라에서 가져온 여러 물품 중 중요한 유산 중 하나로는 정병을 꼽을 수 있다. 정병은 불교의 신심을 정화한다는 의미를 지닌 관음보살의 지물로, 불교의 신성한 물을 담는 용도로 사용됐다. 이 정병은 본래 산스크리트어를 한자로 음역한 군지(軍持)로 불렸는데, 중국어로는 '쥔츠(Junci)', 영어로는 'Kundika'라고 불린다. 

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서는 관음신앙이 크게 유행했으며, 이 신앙은 전란, 궁핍, 기근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전염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특히, 고려시대에 제작된 정병은 버드나무 문양으로 장식돼 있는데, 전염병 치료에 효엄이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는 중국 도자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고려만의 독특한 특징이다.
 
[사진=양나라에 방문한 외국 사신도]
  
[사진=상하이박물관에 소장된 ‘정병’(左) 한국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된 ‘고려청자버드나무문양정병’(右)]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과 한중일 삼채자기

관음신앙의 영험함을 통해 복을 구하던 순수한 백성들의 신앙적 열망을 느끼며 걷다 보면, 삼채도자 앞에서 자연스레 발걸음이 멈추게 된다. 삼채도자는 여러 가지 색을 띠는 납 성분이 함유된 연유(鉛釉)로 제작된 도기를 의미한다. 납 성분 때문에 식기로 사용되지는 않았고, 주로 돌아가신 분의 영혼을 달래고 내세를 기원하는 목적으로 무덤 속에 부장됐다. 신라에서도 삼채기법을 사용해 '골호(骨壺)'라는 뼈단지를 만들었으며, 이를 석함에 넣어 고이 매장했다.

하지만 전시 설명에서는 아쉽게도 신라의 삼채자기가 언급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삼채기술이 신라 삼채를 거쳐 일본의 나라삼채로 발전했다는 점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실이다. 신라의 삼채자기는 일본에서도 여러 차례 고고학적으로 출토된 바 있으며, 시기적으로도 신라삼채가 먼저 나타났다. 이로 인해 미술사 학계에서는 일본 삼채가 당삼채와 신라삼채의 복합적인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삼채’라는 명칭이 반드시 세 가지 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납 성분의 유약이 가마 안에서 700도의 고온으로 구워지면서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며 여러 색이 섞이는 효과를 내기 때문에, 숫자 3은 단지 색이 풍부하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사진=상하이박물관의 ‘당삼채배게’(上)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의 ‘신라삼채골호’(下)]

해저에서 건져 올린 한중일 해상무역의 역사 

당삼채를 지나 건너편 전시장 앞에 서자, 해저에서 건져 올린 도자기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 도자기들은 해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깨진 자국과 조개껍질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등, 선명한 바다의 흔적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유물을 해저에서 인양하는 것을 출토와 구분해 '출수'라고 부른다. 

남송 시대에 바다에 가라앉은 이 도자기들은 제주도 앞바다에서도 출수됐다. 천년 동안 제주의 현무암과 함께 바닷속에서 부딪치고 깨지며 도자기의 광택을 잃었지만, 당시 강남 지역에서 출발해 먼 바다를 건너 제주도에 도달했을 때의 설렘을 상상하게 한다. 특히, 제주도 앞바다에서 발견된 약 2000여 점의 유물은 일본 후쿠오카 하카타 유적에서 발견된 유물과 그 질적 수준과 품종의 구성이 매우 유사하다. 이는 고려 시대에 제주도가 중국과 일본을 잇는 중계 무역의 핵심지로서의 어떠한 역할을 했는 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사진=해저유적 출토 중국롱췐청자(상하이박물관 소장)]
 
[사진=제주도 신창리 유적 출수 중국도자기(출처: 제주신창리해역(국립해양유산연구소, 2024)]

한국 신안에서 건져 올린 보물선

다음 전시장으로 넘어가면, '신안'이라는 지명이 눈에 띄게 표시돼 있다. 이곳에서 발견된 보물선은 중국 동전 2톤과 2만 여 점의 도자기를 싣고 신안 앞바다를 건너고 있었던 것이다. 침몰된 보물선은 천년 여의 시간이 흐른 후에서야 한국 국립해양유산연구소의 진두지휘 하에 출수됐고, 목포 해양문화재전시관과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상하이박물관에서는 신안선의 유물과 유사한 물품들을 전시하고 있고, 한국에 있는 원본은 사진으로 대체해 전시하고 있다. 이 선박에는 저장성 롱췐(龙泉)지역에서 제작된 청자, 경덕진에서 제작된 백자, 그리고 푸졘성의 찻잔 등 당대 최고의 도자기들이 실려 있었다. 또한, 배에서는 기록용 나무인 목간이 발견되었는데, 여기에 기록된 동경에 위치한 ‘동복사’라는 절의 이름으로 미루어 보아 이 배가 일본으로 향하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사진=신안침몰선 출수 전시장 전경]

하늘을 담은 비색, 고려청자

다음 전시장에는 중국과 깊은 역사문화적 연결고리를 가진 일본과 한국에 대한 전시가 준비돼 있다. 특히 그 중심에는 고려청자가 자리 잡고 있다. 상하이에서 만난 고려청자는 중국 도자기와 달리 유약을 얇게 발라 매끄럽고 소박한 미감을 자랑한다. 이 도자기는 10세기 말, 전란을 피해 중국 저장지역에서 건너온 월주요 도공들에 의해 시작됐다. 이들은 강도 높은 우수한 도자기를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한반도에 정착했으며, 고려의 도공들은 이 기술을 습득해 12세기에 이르러 푸르른 하늘을 연상시키는 비색청자를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전시된 중국 청자와의 비교를 통해, 고려청자만의 은은한 매력을 더욱 깊이 감상할 수 있다. 
 
[사진=고려청자완(상하이박물관 소장)]

전시장을 나서며

전시를 나서면서, 도자기가 단순한 생활용품이나 공예품을 넘어 문화와 기술의 교류를 담는 중요한 매개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중국과 한국의 오랜 교류의 역사를 조명하는 동시에, 중국 도자의 발전사를 넘어 더 깊은 문화적 교류의 의미를 탐구하도록 이끈다. 고려청자와 같은 소장품들은 인민광장의 본관에서는 보기 힘든 희귀 전시품으로, 이들은 고려 시대의 자기 생산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다만 조선 시대에도 명나라와의 교류를 통해 도자기 기술이 더욱 발전했으나, 이러한 사실이 이어지는 전시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는 동아시아의 도자기를 통한 교류의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방문객들에게 문화적 통찰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볼만한 전시임에 틀림없다.

•주소: 上海市浦东新区世纪大道1952号
•예약: 위챗 상하이박물관 공식계정

글·사진_ 성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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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푸단대에서 고고학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방문학자를 지냈으며, 한국미술사학회, 동양미술사학회, 유럽고고학회, 케임브리지-바로셀로나자치대 학회 등에서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졸업 후 푸단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한중 도자교류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gowoon_seong@fudan.edu.cn
gowoon_seong@fudan.edu.cn    [성고운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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