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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25 노벨문학상 수상한 한강 작가(右)와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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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0일 한강 작가가 스톡홀름의 콘서트홀에서 한국 작가 최초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이 다시금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의 이면에는 번역이라는 필수적이지만 복잡한 과정이 놓여 있다. 특히, 한강 작가의 대표작 <채식주의자>를 둘러싼 번역 논란은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논할 때 번역의 중요성과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채식주의자의 국제적 성공
2016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은 국제적 주목을 받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데보라 스미스의 영어 번역은 작품의 의도와 의미를 어떻게 전달했는지에 대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스미스는 번역 과정에서 한국어의 모호성과 특유의 뉘앙스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일부 장면에서는 원문에 없는 내용을 삭제하거나 의역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원문의 '이제 너희 걱정은 다 잊어버렸다'라는 문장에서 스미스의 번역본은 생략된 주어를 장인이 아닌 ‘너희’, 즉 영혜와 사위로 둔갑시켜 원작의 핵심 메시지가 왜곡된 점을 지적받았다.
일부 평론가는 스미스가 원작의 미묘한 한국적 정서를 영문 독자에게 더 이해하기 쉽게 의도적으로 변경했다고 주장했고, 다른 일부는 이러한 번역 방식이 원작의 본질을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문학 번역의 딜레마
문학 번역은 단순한 언어의 변환이 아니다. 원작의 문체, 캐릭터, 문화적 배경을 다른 언어로 재창조하는 과정이다. 특히 한강의 소설은 간결한 문장 속에 숨겨진 강렬한 감정과 뉘앙스를 담고 있어 번역 과정에서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한강 작가 역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번역본에 있는 오역들은 결정적 장애물이 아니다"라고 인정하며, 스미스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인정했다.
그러나 번역이 가지는 책임도 무겁다. 번역가는 독자의 문화적 배경을 고려해 원작의 감성과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동시에, 원작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하는 복잡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는 곧 문학적 성공이 단순히 작가와 작품에 국한되지 않고 번역가와의 공동 작업의 결과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한국 문학의 미래: 번역과 글로벌화
한강 작가의 작품은 한국 사회의 정치적, 문화적 이슈를 깊이 담고 있다.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은 특정한 역사적 맥락을 번역가가 제대로 이해해야만 한다. 이는 단순히 언어적 역량을 넘어, 번역가가 한국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작업해야 함을 뜻한다. 한국 문학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뛰어난 번역가를 양성하는 체계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학생기자 이재아(상해중학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