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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뮤링정담: 적절한 기대를 찾는 섬세한 노력

[2024-12-14, 06:16:30] 상하이저널

상하이에 온 지 15개월, 개를 키우게 됐다. 아이들의 꿈이 현실이 된 기쁨과 함께 나의 책임이 커졌다. 마음에 없는 일은 쉽게 실행되지 않았었다. 자책만 늘어날 뿐. 비싼 분양비와 복잡한 절차를 핑계로 나는 내내 미뤘고 아이들은 내내 기다렸다.

종종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떠올리며, 그 개의 고통을 생각한다. 허공을 향해 침을 흘리다가 현실을 알게 되는 것. 우리도 종종 비슷한 경험을 한다. 내가 믿고 싶던 것과 다른 상황이 펼쳐질 때, 세상이 나를 속였다고 생각될 때, 아픔이 생긴다.

그래서 자신과 삶에 대한 기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픔을 해소하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 몸이 그 고통을 대신 감당하게 되고, 삶의 의미와 감정들은 병리로 전환되어 서사를 잃을 수 있다.

타인에 대한 기대도 살펴봐야 한다. 그 사람이 나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 내가 원하는 것이 그 사람을 통해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다. 실망으로 자책에 빠질 수도 있다. 내가 그만큼 가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는 것과 다르다.

각자 고유한 그 사람만의 마음이 있고, 내 기대에 따르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 바로 고쳐서 사용하는 기계가 아니라는 것. 우리의 마음이 획일화된 상식으로 채워져 있지 않고, 각자에게 무지갯빛 마음이 있다는 것. 이것을 인정해야 기대와 실망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과거의 경험은 그 자체로 힘을 가지지 못한다. 내 마음의 해석에 의해서만 영향력을 갖는다. 한때는 이전의 개들을 책임지지 못한 나를 책망했으나, 이제는 안다. 책임감이 항상 모두에게 옳은 가치는 아니라는 것을. 내 존재와 관련하여 의미 두지 않았던 내 마음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당위와 책무에 의해 가려진 내 본래의 마음을 본다. 그것을 보는 것을 두렵게 하던 통념과 평판에 대해서도 잠시 눈을 감는다. 내 마음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부터 내 마음이 조금씩 죽어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개는 현실을 잘 받아들이지만, 인간은 종종 믿음을 고집하고 변화를 두려워한다. 아픔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쉽게 굴종하지 않고, 자기 감정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은 때로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만든다. 그 믿음 때문에 고통받지만 믿음을 고수하는 비현실성이, 그 모순이 또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다.

실행되면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나와 상대의 마음을 인정하는 힘. 불필요한 책임은 덜어내되, 의미 있는 역할을 찾아 신뢰를 쌓아가는 힘. 세상의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움은 이런 마음을 각자의 일상에서 섬세하게 찾아나갈 때 가능할 것 같다. 

뮤약사(pharmtend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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