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스촨성 나환우들을 위한 자선전시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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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4, 16:28:38
상하이와사진을사랑하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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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번째 사진보여주기 남을 '돕는다'는 말보다 '나눈다'는 말이 더 아름답습니다. 나누면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해집니다. 나누는 행복을 함께합니다.
전시기간: 12월 12일(토)~16일(수)
본 자선전시회는 사진작품과 탁상달력을 판매하여 나눔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나누는 마음도 기부 받습니다.
------황승현 신부님의 글------
많은 이들이 묻습니다. 중국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고. 제가 하는 일은 딱히 뭐라고 말씀 드릴만한 것이 없습니다. 본당에서 현지 신자분들을 위해 사목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시설을 운영하며 복지나 사회사업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18개의 크고 작은 나환우 정착촌을 방문하며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은 환우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어디가 아픈지 물어보고 당신들의 하소연을 귀담아 들어주고 함께 한숨을 깊게 쉬어주는 것들입니다. 그분들이 원하는 것은 그럴싸한 물건을 가져와 나누어 주고 귀한디 귀한 성금을 모아 새로운 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들을 불쌍히 여기고 동정심을 자극받아 연민의 정으로 돕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 그분들은 몸은 물론 마음까지도 심하게 다친 환자이기에 누군가 옆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또 묻습니다. 도대체 중국에서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느냐고. 가톨릭교회의 신부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는 것이 때로는 의미없는 질문이기고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눈에 띄는 일은 없습니다. 수녀님들이 계시는 환우촌을 방문하면 그나마 세례를 받은 신자분들이 계시기에 그분들과 미사를 봉헌하고 정성껏 강론을 합니다. 일반적인 강론이 아니라 오직 그분들만이 알 수 있는 강론을 준비하는 것도 제 일 중의 하나이겠지요. 때로는 그분들과 잡다한 일상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환우분들과 함께 마을의 간단한 일들을 돕습니다. 손가락 발가락이 없는 신체의 조건이지만 그분들은 무엇이건 합니다. 손가락이 성한 저보다도 훨씬 능숙한 솜씨로 일을 처리합니다. 발가락이 멀쩡한 저보다도 더 무거운 짐들을 들어 이리저리로 옮깁니다. 그분들이 가꾸어 놓은 작은 텃밭에 함께 앉아 싱싱한 야채들을 보고 있으면 그분들은 가져갈 수 있을 만큼 가져가라고 하십니다. 당신들도 먹을 거리가 많이 부족할 터인데....
어떤 이들은 또 묻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접촉하는 것이 두렵지 않느냐고. 그 두려움이란 전염에 관한 것이겠지요. “천형을 받은 이들”이라고 일컬어지는 나병환자. 그보다도 심한 문둥병이라는 이름까지 주홍글씨처럼 가슴에 새겨 버린 비정한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그분들은 “전염병자”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습니다. 세상은 마음과 몸이 더 이상 부서질 수 없을 만큼 그분들을 철저하게 격리시켰고 외면했으며 상종할 수 없는 사람들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이 바로 저에게 그런 사람들과 사는 것이 두렵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그분들의 생강손을 어루만지고 그분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며 처참한 그분들 육신의 상처를 더듬으며 살아야 하는 저에게 두렵지 않느냐고 묻는다는 것은 어쩌면 시간이 흐른 뒤 저를 그런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그분들은 그저 환자일 뿐입니다. 아픈 환자일 뿐입니다. 그분들은 마음에서 농익어 울려나온 위로와 심장이 뜨거운 사람의 피가 흐르는 따듯한 손을 원합니다.
그러니 저희들이 하는 일들이 결코 눈에 보일 리가 없습니다. 어느 공원 한 귀퉁이에 철거를 기다리는 낡고 초라한 삐걱거리는 나무의자처럼 저희들은 그렇게 서 있습니다. 그럼 그분들이 찾아와 앉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에게 당신들의 아픈 이야기를 던집니다. 사진을 한 장 찍을 만큼 우아하고 아름다운 의자가 아니기에 마음은 조금 상하지만 그렇게 초라한 모습으로라도 그분들이 찾아와 앉는 휴식처가 된다면 그것이 저희들의 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훌륭한 기술이 없기에 그분들의 발에 꼭 맞는 신발을 만들어 드리지는 못합니다. 풍족한 자금이 없기에 그분들의 환경을 개선하고 좀 더 나은 영양상태를 위해 힘쓰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그분들이 저희들에게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에 그저 낡고 삐걱거리는 모습으로 그분들 곁에 서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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