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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휴대전화 100만명 시대의 허상(유동열)
2012-02-14, 13:47:04 바다거북
추천수 : 176조회수 : 1963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가 1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휴대전화가 처음 도입된 것은 2002년 11월이다. 북한은 GSM(Groupe Spécial Mobile) 방식을 도입하여 나진-선봉 경제특구에서 최초로 사용했으며, 북한의 당 핵심부서, 군 보안부서, 경찰(인민보안부), 비밀경찰(국가안전보위부) 및 고위관리들만이 휴대전화를 사용하였다.

일반 주민에게 휴대전화(북한용어 ‘손전화’)가 본격적으로 허용, 개통된 것은 2008년 12월부터이다, 당시 이집트의 오라스콤텔레콤이 75%, 북한당국이 25%를 투자하여 설립된 ‘고려링크’가 이동통신사업을 독점 시행하면서, WCDMA(Wideband 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방식 3G망이 개통되었다. 북한에서 휴대전화사업을 주도하는 이집트 오라스콤텔레콤이 밝힌 북한 휴대전화 가입자는 2009년말 9만 1000명, 2010년말 43만명, 2011년 9월말 80만 9000명으로 급증하였고, 마침내 2012년 1월 100만명을 돌파한 것이다.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가 100만명이 돌파하자, 일부 언론과 학자들이 앞다투어 “체제위협 도구로 활용이 가능하다”, “‘중동 재스민혁명 유입의 도화선이 될 것이다”, “평양의 봄이 멀지 않다” 라는 등 북한 민주화의 희망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으나, 이는 북한권력체제의 속성을 간과한 비현실적 주장으로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첫째, 북한 지도부가 휴대전화 일반 사용을 허용한 것은 체제 유지에 강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수령유일폭압체제인 북한에서 중동의 재스민혁명 확산 결과를 보고도, 3G방식의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한 것은 휴대전화 상시 도청기술을 확보했으며 언제든지 전파를 차단할 수 있는 전파 통제력를 보유하고 있다는 자심감을 보여 주는 것이다. 북한정권은 지도층과 부유층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함으로써 역으로 상시도청을 통해 체제보위에 활용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둘째, 북한에서 개인 휴대전화를 소지할 수 있는 부류는 당정 고위층과 그 가족, 보안부서 관계자, 외화벌이 업무에 종사하는 무역상 및 관리, 장마당시장에서 부를 형성한 신흥 장사꾼그룹 등 전체인구 5%에 불과하다. 이들은 기득권층으로 수령에게 충성만 다하면 영구적으로 기득권을 누릴 수 있는데, 목숨걸고 북한 수령독재 체제에 저항할 의지가 없는 계층이다.

북한에서 휴대전화를 구입하려면 350달러 정도가 드는데, 노동자 한달 평균임금이 15달러에 불과한 일반 주민들이 휴대전화를 개통한 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이다. 매끼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대다수 일반주민에겐 너무도 사치스러운 소리이다. 일부 서방 언론은 식당 여자 종업원들도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고 하나, 이는 북한 실정을 전혀 모르는 소리이다. 북한에서 평양 등 대도시 백화점, 식당 등에 종사하는 종업원은 서방세계처럼 저소득층이 아니라 고위층, 중간층 이상 집안의 자제이며, 다른 노동자들에 비해 처우나 사회적 평가가 높은 직업임을 알아야 한다.

셋째, 북한은 이동통신사업을 실질적으로는 국가가 운영하기 때문에 휴대전화가 체제위협이 된다면 언제든지 일시에 휴대전화망을 차단할 수 있다. 따라서 중동의 재스민혁명에서와 같이 휴대전화를 시위정보 및 독재정권의 패해를 알리는 정보유통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없으며 이는 상시도청을 통해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있다.

실제 북한당국은 2004년 북한 용천철도역 폭파사건 직후 일방적으로 휴대전화 사용을 중단시키고, 휴대전화 사용자들의 단말기를 강제 압류한 바도 있었다. 이후 4년만인 2008년에서야 일반 주민에게 재개통한 것이다.

넷째, 북한은 인터넷 자체가 운영되고 있지 않아, 튀니지, 이집트 등 중동의 재스민혁명과 같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휴대전화와 연계하여 사용할 수가 없다. 또한 휴대전화가 터지는 지역도 10% 내외로 주로 평양 등 대도시에만 사용되고 있으며 국제전화는 원천적으로 막혀있어, 이의 파급력은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사안 이러한 데, 북한의 휴대전화 사용자가 100만명이 돌파되었다고 해서, 북한체제가 조만간 붕괴될 수 있고, 북한에 중동과 같은 시민혁명이 발생할 수 있는 양 낙관적인 분석을 내놓는 것은 ‘착각’이며 북한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만연시켜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통일에 역행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북한 사회상의 올바른 이해를 통해 북한 실정을 정확히 파악해야 우리가 효율적인 통일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것이다. 

                                            유동열(치안정책연구소 안보대책실 선임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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