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연 50만元 적자, 3월부터 부지 3분의 1로 축소해 찻집 운영”
윤의사 기념사업회 “축소 운영 유보 요청, 韩정부 관심과 지원 필요”
상하이 홍커우구 루쉰공원 내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이하 기념관)이 축소 운영될 전망이다. 30년간 기념관을 운영 관리해온 홍커우 인민정부 산하 상하이장위안그룹(上海长远集团)은 지난 1월 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 상하이지부를 방문해 “올해 3월부터 기념관을 현 부지의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매년 50만 위안(약 1억원) 적자 운영해 온 것”을 축소 계획의 이유로 설명했다.
윤봉길 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장위안그룹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해 9월 한국 보훈부 등을 방문해 전한 바 있으며, 상하이총영사관에도 적자 운영을 토로하고 축소 운영 계획을 전달했다. 그러나 장위안그룹 측은 이와 관련해 특별한 회신을 얻지 못해 기념사업회 상하이지부를 방문해 3월 공사 계획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윤봉길 의사 기념관은 1932년 홍커우공원에서 진행된 상하이사변 축하식에서 윤 의사가 도시락 폭탄과 물통형 폭탄으로 일본군 요인을 폭살한 ‘홍커우의거’를 기념하기 위해 1994년 건립됐다. 기념관 내에는 윤봉길 의거 폭탄 투척 지점에 세워진 표지석, 포스코에서 교체한 안내판, 김구 선생과 바꿨던 시계, 한인애국단 입단 당시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한중 공동의 역사이자, 항일 운동의 상징인 홍커우의거는 중국인들에게도 의미있는 역사적 교훈으로, 건립 이후 30년간 홍커우정부의 장위안그룹이 적자를 감당하며 운영해 온 것이다.
장위안그룹에 따르면, 기념관 운영비는 관리인원 6명 등 연간 150만 위안이 소요된다. 그러나 홍커우정부 지원비와 입장료 15위안(3000원) 수익으로 운영되고 있어 매년 50만 위안 적자를 보고 있다. 연평균 방문객 4만명의 입장료 수익 60만 위안으로는 관리 운영비로 턱없이 부족한 셈. 또한 장위안 그룹은 지난해 중국 무비자 정책 시행으로 상하이를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은 크게 늘었으나 기념관 방문으로 이어지지 않아 축소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진=임대 운영 계획인 찻집(윤봉길 의사 기념관 내)]
우리 역사유적지를 30년간 한국정부 지원 없이 운영해온 장위안그룹은 적자 운영 해결책으로 유료 개방 공간을 축소하고 출입문을 새로 만들어 현 기념관 뒷편에 자리한 찻집을 임대해 수익을 낼 계획이다. 기념사업회 측은 현 부지의 3분의 1정도만 유료 입장 구역으로 남기고 전면 무료로 전환될 경우, 관리 소홀 문제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기념관 입구에 세워진 의거 현장 표지석도 무료 개방 구역에 포함되므로 관리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 상하이지부 김종호 회장은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30년간 적자를 감당하며 운영해온 홍커우정부(장위안그룹) 입장이 십분 이해가 된다. 이제는 한국 정부가 나서 관심을 보일 때”라며 “일단 한국이 정치적인 혼란 상황이 일단락될 때까지 기념관 축소 운영 계획을 당분간 유보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며, 또한 한국 정부에서 예산 지원에 적극 나서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언론에 따르면 보훈부는 “관리 구역 자체는 좁아지지만 오히려 무료 전환으로 접근성이 좋아져 기념관으로 유입되는 인원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무료 개방으로 기념관 주변 매원(梅园) 일대와 찻집을 찾는 사람들은 늘겠지만, 이들이 ‘윤봉길의사 생애 사적 전시관’을 관람하기 위해 입장료를 내고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는 어렵다. 이곳 방문객들에게 ‘윤봉길 의사 기념관’은 기존 부지의 3분의 1로 축소된 구역, ‘유료 구역’으로 구분된 그 만큼의 면적이 될 것이고, 기념사업회의 주장대로 “그것은 국격이 축소된 것”과 같은 의미가 될 수 있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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