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dership in China 1. 상하이 오케스트라
몇 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상하이를 방문하여 상하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적이 있다. 당시 상하이 오케스트라의 연주 솜씨는 나름대로는 괜찮다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글로벌 수준에서 보자면 한참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마술과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지휘자가 잘못된 곳을 지적하고 강조점을 이야기 해 주면서 연주자들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 연습을 몇 일 하자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차이가 하나도 없을 정도의 수준 높은 연주가 탄생한 것이다.
가장 놀란 것은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자신들 각자의 연주 실력이 세계 최정상급이기 때문에 다른 오케스트라는 따라올래야 따라올 수 없을 만큼의 수준 차이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단원들 스스로는 믿고 있었는데, 한참이나 자신들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던 상하이 오케스트라가 자신들의 지휘자 아래 연주를 하는 것을 들어 보니, 자신들과 차이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었다. 상하이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은 지금까지 기본 자질에서 떨어져 해도 안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지휘자가 바뀌자 자신들도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게 된 것이다. 단원 중 하나는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살아서 기적을 체험했다."
2. 2002년 한국 축구 국가 대표팀
비슷한 일이 2002년 네덜란드에서도 일어났다. 세계적인 스트라이커와 미드필더 수비수를 보유한 네덜란드 축구대표팀이 1998년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다.
<참고로 월드컵 4강은 아무나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월드컵 4강에 올라 본 나라는 15나라가 채 되지 않는다. 늘 8강 이상에 오르는 나라는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축구 변방 국가가 4강까지 올라가기는 정말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 나가기만큼이나 어렵다. 축구 강국 스페인도 지금까지 한 번도 월드컵 4강에는 오른 적이 없을 정도로 월드컵 4강은 전세계 축구를 하는 나라들에는 그야말로 신화와 같은 위치에 있다 할 수 있다. 1998년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카메룬이라는 나라가 있다. 카메룬이 8강에 오르기 전까지 이 지구상에 카메룬이라는 나라가 있다는 것을 안 지구인은 많지 않지만 월드컵 8강에 오른 이후 지금은 카메룬이라는 나라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월드컵의 위력은 정말 대단하고 8강 이상에 오른 나라는 전세계인이 기억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 여세를 몰아 2000년 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도 네덜란드는 4강에 오르며 세계 축구 강국의 반열에 확실이 자리매김하였다. 네덜란드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어 올라 3대 리그(영국, 스페인, 이탈리아)로 팔려 나갔다. 그런데 세계적인 선수들만으로 구성된 네덜란드 대표팀이 2002년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탈락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한편 당시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을 스카우트하여 2002년 월드컵을 맞이한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는 기적을 연출했다. 네덜란드 국가대표팀과 네덜란드 국민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들과 자신들이 보유한 선수들이 세계적인 수준이라서 월드컵과 유럽선수권에서 4강의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한국 국가대표팀과 한국 국민이 놀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월드컵 4강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서울을 돌며 8.15 광복 이후 국가 최대의 잔치판을 벌렸다. 우리도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우리가 기본 자질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시스템과 지도자를 만나 훈련, 전술을 익힌다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잘 알다시피 그 때 한국 축구 국가 대표팀을 이끌었던 사람이, 대한민국 최초로 명예 국민증을 취득한 히딩크다.
3. Successful leadership in China 공유의 필요성
요즘 필자는 중국에서 중국인들을 데리고 성공할 수 있는 <중국에서의 성공 리더쉽>은 어떤 것일까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알듯 말듯 하면서도 모르겠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히딩크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다른 문화를 잘 이해한다고 하여 꼭 성공적인 리더쉽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히딩크는 한국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잘 몰랐다.(사실 대부분의 유럽 국가 국민들의 인식이 이러하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존재하는 것은 알겠는데 어디에 붙어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는 것이다.) 한국의 문화에 대해 아는 것도 하나도 없었고 굳이 한국 문화에 적응하려 하지도 않았다. 잘 알다시피 그는 법률상 부인이 있으면서도 항상 애인인 엘리자베스를 대동하고 다녀 많은 한국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었었다. 그럼에도 그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적을 보여 주었다.
히딩크의 마법은 그 후에도 계속돼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호주 국가 대표팀을 월드컵 16강에 오르게 하고, 16강 전에서는 우승국 이탈리아를 진땀나게 만드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그가 호주의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는 기사를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중국, 중국 문화에 대해 많이 아는 것만이 꼭 중국에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라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한중 수교 15년이 되었다. 그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호칭이 중공에서 중국으로 변한 것이 아닐까 싶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어제의 중국을 안다고 하여 오늘의 중국을 알고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게 되었다. 어쨌든, 1500년 전 중국 땅에 신라방, 신라소, 백제원 등이 생겼던 것처럼 북경 왕징, 상하이 구베이,롱바이 등지에는 한국인 밀집촌이 생겨나고 있다. 중국을 제 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중국에 뼈를 묻을 각오로 신천지를 찾아 중국에 오는 한국 사람들도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기존의 조선족과 구별하여 新朝鮮族, 줄여서 신선족이라고 불린다. 2015년경에는 기존의 조선족 200만명과 신선족 200만명을 합쳐 약 400만명의 한민족 백성들이 중국 대륙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 민족 삶의 새 터가 중국 땅에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언론에서는 중국을 두려운 시각에서만 바라보고 중국에서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조심해야 할 것들 위주로 보도를 해 왔던 것 같다. 앞으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경제적으로 중국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이상, 중국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보도하고 널리 알려서, 과연 중국에서 그 사람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어 이를 함께 나누고 만일 리더의 지도력이 우수하여 성공한 것이라고 하면 그 리더쉽 발휘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벤치마킹하는 것만이 모두가 다 같이 살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빠른 시간 내에 중국에서 성공한 한국 사람 한국 기업의 대표 주자가 나오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그가 중국 사업의 히딩크가 되어 자기 사업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한국 사람 한국 기업에게도 leadership in China가 무엇인지 모범을 보여 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