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개최된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광산과 석유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오직 자원 때문에 아프리카를 주시하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의 최대자원은 사람과 인재, 그리고 잠재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발언은 중국을 겨냥한 것과 다름 없다고 보도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이 아프리카의 더 좋은 파트너라는 어필을 하는 한편,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아프리카 무역관계를 뒤쫓으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6일, 오바마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중국의 대아프리카 정책은 ‘우호, 진실, 평등, 상호 이익 존중, 공동 발전 추구’의 원칙을 줄곧 견지해왔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아프리카의 정부와 국민이 모두 중국과의 협력을 환영하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선진국이다. 중국은 미국이 아프리카의 발전을 돕고, 또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시각으로 중국의 발전 및 대아프리카 투자를 바라봐 주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5월 아프리카를 방문하며 아프리카에 제공하는 대출 규모를 100억 달러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중국정부가 제공하는 대아프리카 대출금액은 총 3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 20년간 중국은 아프리카로부터 석유와 광산을 수입했고, 그 규모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아프리카의 인프라 및 건축 관련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에 거주하는 중국인 수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일부 아프리카 문제 전문가들은 “프랑스는 지난 몇십 년 동안 꾸준히 아프리카와 정상회의를 진행했으며, 중국도 최근 들어 아프리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과 아프리카의 협력관계는 한참 뒤처져 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아프리카 경제 발전으로 인한 덕을 보고자 조급해졌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학회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13년 미국과 아프리카의 양자 간 무역액은 600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유럽-아프리카 무역액인 2,000억 달러의 1/3 수준이며, 중국-아프리카 무역액인 1,700억 달러보다도 한참 모자란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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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오랫동안 국제사회에서 소외된 지역이었다. 작은 불씨만 튀겨도 주요 강대국들이 즉각 개입하는 중동과 달리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세계 주요 강대국들은 정치적으로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서구사회의 민간 사회단체가 주축이 되어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반인권 행위를 국제여론에 알리고 적극적인 난만 구호활동을 벌였다.
아프리카는 기아와 질병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족 간 분쟁과 정치적인 대립이 심각한 지역이다. 서구 선진국 정부는 이러한 아프리카의 상황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선진국 사회의 시민단체들은 아프리카 문제를 중요한 국제이슈로 부각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조금은 아이러니하게도 아프리카의 기아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데에는 아프리카에서 과일 농장을 경영하는 유럽인들도 한몫했다.
오래전부터 아프리카는 과일과 특용작물의 공급지였다. 일부 학자들은 아프리카에 있는 유럽인들의 농장에서 과일 대신 옥수수를 생산한다면 아프리카의 기아문제가 즉시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편, 아프리카에서 자행되는 인권범죄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적인 불안정이다. 주요 강대국들이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 일을 동유럽이나 중동에서 발생하는 문제만큼 즉각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면 비극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아이러니한 서구 선진국과 아프리카의 관계와 달리 중국은 오래전부터 아프리카와 우호적인 관계를 발전시켰다. 중국은 냉전 시기 같은 사회주의권 국가인 소련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사회주의권 내에서도 고립되는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였었다. 중국은 외교적인 고립을 돌파하기 위해 다각적인 외교전략을 시도했는데 주된 방향은 제3세계 국가들과의 관계 발전이었다.
중국은 일찍부터 아프리카 각국에 무상으로 의료진을 파견하고 일부 국가의 사회주의 혁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냉전 시기 중국이 아프리카에 지원한 인적, 물적 원조는 당시 중국의 경제 규모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당시 중국에는 사회주의 확산이라는 이데올로기적 목표와 제3세계 외교라는 정치 전략적 목적이 있었다. 따라서 중국과 아프리카의 우호적 관계가 실질적 이익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자원의 공급이 중요한 국가적 안보문제로 부각되면서 아프리카의 중요성이 커지기 시작했다. 아프리카는 중동과 달리 중국이 선점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소모적 노력이 오늘날 중요한 자본이 된 셈이다.
참고) 박종돈, “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기업의 해외직접투자에 관한 연구”, 통상정보연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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