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한 중국인 이민자가 어린 조카들을 포함해 친척 5명을 흉기로 난자해 숨지게 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뉴욕 경찰(NYPD)은 자신의 사촌형수와 조카 4명을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중국인 이민자 천밍둥(25)을 27일(현지시간) 체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사건은 전날 밤 10시 45분께 천씨의 사촌형 부부와 그 자녀들이 살고 있던 브루클린 선셋파크 자택에서 벌어졌다.
필립스 뱅크스 뉴욕 경찰국장은 천씨가 부엌용 식칼을 이용해 잔인한 수법으로 희생자들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뱅크스 국장은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 "입에도 담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며 "한 번 보면 잊지 못할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희생자 가운데 9세와 7세 여아, 1세 남아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5세 남아와 이들의 어머니인 리차오전(37)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숨진 리씨는 사건 직전 천씨의 행동에서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자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남편이 이를 받지 않자 다시 중국에 있는 시어머니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에 시어머니가 또 한차례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고, 대신 아들 부부와 가까이 사는 딸에게 연락해 다급한 상황을 전했다. 결국 현장을 찾은 딸 부부가 끔찍한 광경을 목격, 경찰에 신고하면서 상황이 일단락됐다. 리씨의 남편은 당시 근무 중이라 전화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경찰에 따르면 천씨는 숨진 아이들의 아버지와 사촌지간이었으며 과거 수 주 동안 이들의 집에 머무른 적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씨는 지난 2004년 중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왔으며 가장 최근에는 시카고에서 살았다. 일정 시점에는 주소가 뉴욕의 차이나타운으로 되어 있기도 했다. 일부 미국 언론은 이 남성이 최근 실업자 상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보도해 이번 사건이 이민 부적응이 부른 참극일 가능성을 내비쳤다.
뱅크스 국장에 따르면 천씨가 경찰에게 "내가 미국에 온 이후로 모든 이들이 나보단 잘사는 것 같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씨는 현재 경찰에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그가 초기 체포 과정에서 격렬히 저항하며 경찰까지 공격하려 했다고 전했다. 체포 과정을 지켜본 지역 주민은 천씨가 청바지 차림에 맨발로 끌려나왔으며 "아무 감정 없이 멍한 표정이었다"고 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