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경쟁하는 대기업 시가총액 감소
중국 경제발전 추세 올라탄 기업 '순항'
중국 제조업이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한국 제조업을 맹추격하는 '중국 쇼크'가 한국 재계의 판도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다.
중국과 직접 맞서는 업종의 기업들은 시가총액과 기업 순위에서 하락세에 처한 반면 중국 경제의 발전 추세에 올라타거나 대중 경쟁의 안전지대에 자리한 기업들은 순항하면서 재계 부호 순위마저 요동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와 현재(14일 기준)의 시총 기준 국내 20대 종목을 비교한 결과 시총이 두자릿수 이상 크게 늘어난 종목은 모두 10개였다.
이 중 시총이 10% 이상 증가한 7개 기업은 LG전자 한 곳을 제외하면 모두 중국 기업과 직접 경쟁하지 않는 업종이거나 중국 시장에서 '대박'을 낸 곳이었다.
반면 시총이 10% 이상 꺾인 3곳은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거센 업종이거나 중국 시장에서 큰 손실을 입은 기업이었다.
이 기간 시총을 두자릿수 이상 늘린 '승자'는 SK하이닉스(20.4%, 시총 순위 3위), 한국전력(23.9%, 6위), SK텔레콤(12.2%, 12위), 삼성화재(10.4%, 15위), KT & G(26.0%, 16위), LG전자(13.2%, 17위), 아모레퍼시픽(105.7%, 20위)이다.
이 중 SK하이닉스는 중국 기업이 진입하지 못한 메모리반도체 업종이며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 20.6%를 보유한 SK하이닉스 수혜주이자 대표적 내수 기업이다.
SK하이닉스는 이 기간 시총을 26조1천354억원에서 31조4천602억원으로 늘려 시총 순위를 5위에서 3위로 끌어올렸다.
또한 아모레퍼시픽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중국 내수시장의 성장으로 혜택을 누릴 국내의 대표적 소비재 종목으로 부각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기간 시총을 5조8천458억원에서 12조249억원으로 무려 두 배 이상 불리면서 시총 순위도 45위에서 19위로 수직 상승해 올해 증시의 최대 스타 종목으로 떠올랐다.
나머지 한전·삼성화재·KT & G는 내수 기업이며 LG전자의 경우 모바일 사업이 스마트폰 G3의 선전 등에 힘입어 적자에서 탈출하면서 주가도 살아났다.
한편 시총이 두 자릿수 이상 가라앉은 '패자'인 현대중공업(-42.4%), 롯데쇼핑(-11.1%), SK이노베이션(-28.3%)도 모두 중국 쇼크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업에서는 중국이 지난 2년 연속으로 선박 수주량·건조량·수주잔량 등 세계시장 점유율 3대 지표에서 한국을 제치고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와중에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에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인 1조1천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주가는 연초에 비해 거의 반토막이 났고 시총 순위는 13위에서 24위로 떨어졌다.
롯데쇼핑은 중국 내수를 잡기 위해 현지 백화점과 마트를 공격적으로 늘렸으나 현지의 강력한 온·오프라인 경쟁 유통기업들에 치여 2분기에도 해외 부문에서 240억원의 적자를 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원화 강세와 석유제품 정제마진 약세로 실적이 부진했지만 화학 업종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한국을 맹추격하면서 중국 쇼크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쇼핑은 연초 순위 18위에서 현재 25위로, SK이노베이션은 16위에서 30위로 둘 다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도 같은 기간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중국 벤처업체 샤오미에 내주는 충격 속에 시가총액이 202조947억원에서 185조7천445억원으로 8.1% 감소했다.
이처럼 중국 쇼크로 대기업 판도가 흔들리는 가운데 재계 부호 순위도 출렁거렸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상장사 보유 지분 가치를 기준으로 한 국내 주식 부자 순위에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4위(주식 가치 2조7천169억원)에서 14일 기준 3위(6조890억원)로 한 계단 상승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같은 기간 보유 주식 가치를 3조3천395억원으로 30.0% 늘리면서 5위를 지켰다.
반면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은 보유 지분 가치가 1조1천422억원으로 42.4% 쪼그라들면서 7위에서 16위로 추락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도 지분 가치가 각각 13.1%, 14.7% 줄면서 순위도 7위, 9위로 한 계단씩 내려앉았다.
박석중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국 대기업들의 부침을 큰 그림에서 보면 대체로 중국 수출이 한국 수출을 따라잡는 구조적 추세와 상당 부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다만 이러한 흐름을 '중국의 위협'으로만 보는 것은 일면적인 시각"이라며 "위협과 함께 중국 내수 시장의 성장 등 기회가 공존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기업들이 내구소비재·미디어·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중국 경제의 구조 변화에 올라타는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국내 시총 기준 20대 종목(단위 억원)
기사 저작권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