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반부패 활동이 강화되면서 공직사회의 명절선물 수수 관행도 갈수록 은밀해지고 있다.
중국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는 4일 추석을 앞두고 과거보다 한층 정교하고 지능적으로 바뀐 공무원과 국유기업 관계자들의 선물 수수 행태를 고발했다.
신문은 전자상거래와 상품배송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서 공직자들이 사정 당국의 감시를 피해 상대방을 직접 만나 현물을 받던 시대가 끝났다고 전했다.
이제는 선물교환권·배송권, 선불카드 등의 형태로 명절 선물을 받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장시(江西)성의 한 선물 판매상은 "선물교환권에 기재된 숫자와 본인 주소, 연락처를 인터넷에서 입력하면 5일 안에 선물을 받을 수 있다"면서 "선물을 주고받는 사람이 직접 접촉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6만 위안(1천만 원)어치의 선물교환권을 구매했다는 선전(深천<土+川>)시의 한 국유기업 관계자는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어 정부 유관기관과 거래처 간부 20여 명에게 교환권을 보냈는데 대부분 이를 받았다"면서 "일부 수수를 거부한 사람은 거래기간이 짧아 우리를 믿지 못하고 약점을 잡힐까 우려한 경우"라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끄는 한 쇼핑몰의 관계자는 "최근의 선물 주문은 주로 국유 은행과 증권회사 등이 많이 하는데 거래처와 정부 감독기관에 보내는 것이 많다"면서 "상품 배송주소를 보면 대부분이 가정집"이라고 말했다.
사정 당국의 암행 감찰과 부정부패 제보 창구가 활성화하면서 선물을 주는 시점을 아예 명절 이후로 잡는 경우도 늘고 있다.
광둥(廣東)성의 한 시(市) 정부 관계자는 "예전과 비교하면 명절 선물이 많이 줄었지만, 기업체 사장들을 아직도 전화를 걸어와 '선물은 사놨는데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 명절 후에 식사하면서 주겠다'고 제의한다"고 털어놨다.
광둥성의 한 자영업자는 "요즘은 공직자들이 선물 받기를 꺼려 반드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에게만 선물한다"면서 "선물을 주고받는 시간, 장소를 상대방이 정하면 택시를 타고 이동해 선물만 주고는 밥도 먹지 않고 금방 헤어진다"고 말했다.
중산(中山)대학 천톈샹(陳川祥) 교수는 "공직자 선물 수수의 본질은 권력과 이익의 교환"이라며 "하위직이 고위직에 바치는 선물은 승진 등 인사권에 기인하고, 기업이 정부에 주는 선물은 수많은 인·허가권을 쥔 정부의 업무 추진 과정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명절에 국유기업과 공공기관이 공금으로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를 근절하려면 명절을 전후한 3개월간 재정 감독과 회계 감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예산감시 활동가인 우쥔량(吳君亮)은 "국유기업은 여전히 재무 기준이 불투명해 공공기관보다 심하게 공금을 이용한 선물 수수와 과도한 접대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국유기업의 재무 지출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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