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양국 간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한다. 관세 인하(또는 철폐)로 교역 비용이 줄어들고, 통관 절차 간소화 등의 비(非)관세 장벽도 크게 낮아진다. 각 기업은 새로운 환경에서 기회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필자는 FTA시대 중국 비즈니스 키워드로 'V·I·C·T·O·R·Y'를 제시한다.
Value chain 밸류 체인 혁신
우선 가치사슬을 뜻하는 '밸류 체인(Value chain)'이다. 가치사슬을 혁신해야 한다. '어떤 사업을, 어디서, 어떻게, 누구를 상대로 벌일 것이냐'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얘기다.
한국에서 부품을 만들어 중국에서 조립하고, 이를 제3국으로 수출하는 기존의 단순 모델에서 탈피해야 한다. (관세가 철폐되는 업종의 경우)한국에서 조립해 중국 소비자에게 팔 수도 있고, 중국에서 부품을 만들어 베트남에서 조립할 수도 있다. 공장을 인천 남동공단으로 다시 옮길 수도 있는 것이다. 분업 체계의 혁신이다. 삼성전자 스마트 폰의 경우 벨류 체인이 한국-중국-베트남 등을 넘나들며 형성되고 있다.
\중국에서 형성되고 있는 '홍색 공급망(Red supplychain)'에 적극 뛰어들 필요도 있다. 중국은 이제 어지간한 부품은 자국 내에서 모두 조달한다. 그 공급망에 끼어들어 중국 기업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 국내 벤처업체인 아이카이스트가 자사 플렉시블(연성)디스플레이를 중국 선전(深圳)의 TCL에 공급하는 게 한 예다. 중국과 한국 사이에 놓였던 경제 국경을 없애라. 그러면 내가 누구를 사업 파트너로 정할 지 보인다. 벨류체인을 어떻게 짤 것인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Infant 영유아 시장 공략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소비시장의 변화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특히 '유아(Infant)'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지금도 서울 인구 규모와 맞먹는 1000만 명의 신생아가 매년 태어난다. 정혜선 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 폐지, 구매력을 갖춘 '바링허우(80後·1980년대 이후 출생)'세대의 출산 연령대 진입 등으로 유아 시장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분유, 영유아 전용 세제, 기저귀, 아동복 등이 대표적인 FTA 수혜 제품군이다. 노령인구 역시 늘어나고 있다. 그들을 위한 건강, 보건 등의 실버산업에도 기회는 있다.
Channel 유통 채널의 다각화
안정적인 '유통망(Channel)'은 필수다. 변화하는 중국 유통 환경에 적응하고, 중국 소비자와의 다각적인 있는 소통 채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는 지금 알리바바·탄센트 등이 전자상거래라는 유통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그 유통 생태계에 어떻게 올라탈 지를 고민해야 한다. 백화점이나 편의점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중국 소비자와의 유통 채널을 다각화해야 한다. 한국에서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거나, 중국에서 생산해 그들에게 판매하는 방식, 아니면 한국을 찾아온 중국 관광객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 등 방법은 많다.
Tour 요우커 산업의 확대
관광(Tour)은 확장성이 높은 분야다. 항공·호텔·카지노·면세점·화장품·의류 등 관련 분야가 '유커(遊客)'특수를 누리고 있다. 관광객들이 안경, 유아용품 등을 사가면서 관련 기업들이 대박을 터트리기도 한다. FTA로 양국 간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면 이들 '유커 산업'은 더 주목을 끌 것이다. 지난 해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약 600만 명에 이른다. 이는 중국 전체 해외 여행객의 6%에 불과하다. 아직 잠재력이 많다는 얘기다. 그들이 어디를 가고, 무엇을 사고, 무엇을 먹는지 연구해야 한다.
O2O 中 모바일 혁명과의 공조
중국 IT분야 민영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인터넷 모바일 혁명'도 주목해야 한다. 'O2O(online to offline)비즈니스'는 이를 상징하는 용어다. 조상래 플래텀 대표는 "중국 대부분의 산업은 지금 인터넷 모바일과의 결합을 추진하고 있다"며 "그들의 플렛폼과 우리의 콘텐츠를 결합하는 윈윈구조를 짜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드라마·캐릭터·웹툰 등 콘텐츠 비즈니스에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한류 드라마가 중국에서 뜰 수 있었던 것도 모바일 플랫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Recreation 휴양· 레저 상품 개발
소득 수준 향상으로 여가를 즐기려는 중국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휴양·오락(Recreation)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드라마·공연·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우리의 창의력만 받쳐준다면 기회는 무궁하다. 소프트 산업에 미래가 있다. 중국인들이 왜 난타에 열광하는 지 연구해야 한다. 제주도 등에 휴양지를 조성해 그들이 한국에서 힐링할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방법이다. 한국을 중국 부자들의 쉴 수있는 고급 휴양지로 만들어야 한다.
Yummy 신선식품 등 식음료 시장 개척
FTA 체결로 가장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 분야가 바로 신선식품이다. '맛있는'이라는 뜻의 'Yummy'를 마지막 키워드로 꼽은 이유다. 무역협회 정혜선 연구원은 "한류 열풍이 겹치며 한국 농식품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 높아지고 있다"며 "한·중FTA의 48시간 통과 원칙이 우리 기업의 수출 애로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유·김치·통조림·굴 등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가 중국 식탁에 오를 수 있는 비즈니스 환경이 무르익고 있다는 얘기다.
FTA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에게만 의미가 있을 뿐이다. FTA는 밥이 아니다. 비타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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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소장(기자). *우리가 아는 중국은 없다-시진핑 시대 중국 경제의 위험한 진실*의 저자. 머리가 별로여서 몸이 매우 바쁜 사람.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7년 동안 특파원을 지냈음.
http://blog.joins.com/woodyhan
woodyhan88@hotmail.com [한우덕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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