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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이슬이

[2016-03-10, 12:06:50] 상하이저널

 

막내는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안의 모든 개들과 주인들을 알고 있다. 강아지에 대한 관심이 많아 강아지 종류까지 다 구분할 줄 안다. 막내와 함께 산책을 하다 보면 오며 가며 만나는 강아지와 그 주인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내게 하나하나 설명해 준다. 뿐이랴, 단지 안의 상가 근처에 사는 길냥이 하나에 참치캣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오며 가며 부른다. 가게에서 물건을 사다 본인을 빤히 쳐다 보는 길냥이가 불쌍했는지 자기 돈을 털어 참치캔을 사서 참치를 줬더니 너무 잘 먹더란다.
 
이렇다 보니 강아지를 기르고 싶다 수 년째 지치지도 않고 조르고 있다. 마당 있는 1층을 가게 되면 기르게 해 주마 했지만 엄마의 립 서비스인 것을 지금은 알고 있는 듯 하다. 1년 반 전, 중국 학교로 전학을 가며 첫 학기 과제물에 허덕이며 힘들어 하는 아이가 안쓰러워 꽃 시장을 찾았다. 한 달 전 꽃 시장 양초 가게 앞을 지나며 한 눈에 봐도 혈통 있어 뵈고 이름 있어 보이는 2주 된 새끼 고양이를 봤던 터라 고양이를 길러 볼까 용기를 내어 막내를 데리고 갔다.

 

왠걸 한 달 사이에 이미 새끼 티는 벗어 버렸다. 그래도 사자 조르는 막내의 손을 잡고 꽃 시장 밖으로 나오는데 조금 큰 울타리에 토끼 두어 마리와 햄스터보다는 좀 큰 동물 5~6마리가 어우러져 옥수수 깡치를 먹고 있었다. 동물 사랑이 극진한 막내가 나와 둘째 손을 잡아 끌고 그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중학생인 둘째도 내심 기르고 싶은 지 동생과 하나가 되었다. 만화 영화 ‘지포스’에 나오던 기니피그(아비시니언종)로 털이 곤두 선 종이 5마리 있었고 우리가 가장 대중적으로 아는 아메리카 기니피그 한 마리가 있었다. 털이 곤두 선 아비시니언 종은 여러 마리여서인지 활기가 넘쳤는데 아메리카 기니피그는 토끼랑 아비시니언종에 밀려 구석에서 쳐져 있는 모습이 우리의 눈을 끌었다. 상대적으로 다른 기니피그들이 극성 맞아 보여 홀로 있는 녀석을 집에 데려가기로 했다.

 

눈이 초롱초롱하고 이슬 같이 예뻐 이슬이라 이름지었다. 겁이 많긴 많은데 이슬이는 기니피그중에서도 사교성이 좋은 성격을 보였다. 이틀이 안 되어 쓰다듬는 걸 허락하며 기분 좋은 표현을 했다. 간혹 우리 집에 놀러 오는 장난꾸러기 중학생 오빠가 ‘참이슬’이라고 놀려 대어 이름을 ‘초롱이’로 바꿀 뻔하기도 했지만 이슬이는 2개월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 집에서 같이 살고 있다. 우리 집에 처음 온 날 행여 낯설어 할까 봐 우리며 좋아하는 건초며, 사료를 듬뿍 주고 물도 매일 세 번씩 갈아 주었다. 온 식구가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기니피그의 속성, 좋아하는 것, 기니피그가 내는 소리를 검색하며 그렇게 이슬이와 한 식구가 되어 갔다. 막내는 이슬이와 함께 하며 새로운 학교로의 전학 스트레스를 이겨 나갔다.

 

이슬이가 우리 집에 온 지 어느 덧 19개월이 되어간다. 이슬이는 4~5가지 다양한 소리로 의사 표현을 한다. 등을 쓰다듬어 줄 때면 그르렁 소리를 내며 친근함을 표시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미나리를 주면 팝콘뛰기를 하며 온 몸으로 기쁨을 표시한다. 밥을 달라 꾸잉꾸잉 보채기도 하고 품에 안아 주면 아기 마냥 가만히 품에 안겨 있다. 지인이 강아지를 데리고 우리 집에 올 기회가 있었다. 여전히 강아지를 좋아하는 막내였지만 지인의 강아지가 돌아간 후 이슬이부터 안는다. 이슬이가 제일이란다. 그 이후로 강아지 키우겠다는 말이 쏙 들어갔다.


이슬이는 막내의 손 핥기를 좋아한다. 앞니에 행여 물릴까 봐 쓰다듬기만 하는 다른 식구들과는 확실히 주인이라 다른 듯 하다. 막내의 좋은 친구가 되어 준 이슬이가 고맙고 예쁘다. 건강하렴.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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