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하이한국총영사관 |
'일본통이 동북아국장 독점, 우리외교 모두 망쳐’
헤드라인은 그렇게 뽑혀 있었다. 한국일보가 "동남아 지역 국가의 A대사가 외교부 내부망에 올린 글"이라며 지난 12일 전한 내용이다. 보도 속 이메일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중국 아닌 다른 지역으로 발령받는 차이나스쿨 출신들
컨트롤 타워, 국가안보실 지휘부에 중국통 전무
"한-중 수교 25년간 동북아 국장을 지낸 중국 전문가는 2명뿐이다. 한일 간 민감한 현안들을 감안하더라도, 한중 관계의 비중을 고려했을 때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한두 번 중국 업무를 해보고 중국 전문가인 척하고, 또 그것이 팔리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그것이 우리의 대중(對中) 외교, 나아가 우리 외교를 모두 망친다.”
이 신문은 "외교부의 주요 보직으로 꼽히는 동북아국장을 재팬 스쿨(일본라인)이 사실상 독점해온 폐단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박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메일은 팩트였다.
對중국 외교의 현실
이 보도는 우리 대(對)중국 외교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언제부턴가 주중 한국 대사와 주 상하이 총영사는 '정치 자리'로 변했다. 소위 말하는 캠프 출신 인사 중에서 예우를 해줘야 할 인물, 또는 측근이라는 인사로 채워졌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새로 지명된 중국 대사가 과연 중국에 대해 어느 정도 고민해왔던 인물인지, 다들 의아스럽다는 반응이다. 상하이 총영사도 노무현 대통령 시절부터 함께 해 온 한 캠프 출신 인사가 유력하게 하마평에 오른 단다.
중국대사, 상하이 총영사는 그래도 되는 자리였던가? 대통령 측근은 '상대국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준다는 기대 효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은 그런 게 잘 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들 콘셉트 속에는 '주석 측근이라고 해서 주요국 대사에 임명한다'는 논리가 아예 없다는 얘기다. '중국과 얼마나 친한 인사인가', '중국과 어떤 관계가 있는 인물인가' 등을 볼 뿐이다. 일각에서는 '측근을 보내면 북한과 뭘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한다. 이것 역시 시기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금은 오히려 망가진 한중 관계를 뚫을 수 있고, 중국 측과의 협상에서 타협과 조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노련한 외교력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간 자리는 대사 당사자에게도 불편하기만 하다. 중국도 모르고, 특별히 아는 중국인도 없고, 중국 말도 통하지 않으니 '골방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중국어를 못하면 최소한 영어라도 해야 합니다. 두 개가 다 안되니 어떻게 친구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보좌진들이 써주는 원고만 읽고, 상대와 밥을 먹어도 통역을 끼고 먹어야 하고, 그러니 한계가 있는 겁니다. 점점 서울에서 온 사람이나 만나게 됩니다. 사실상 '식물 대사'가 되는 겁니다. 그 역시 잘못된 세팅에 던져진 불행한 사람인 거죠. 그러는 사이에 한중 외교는 망가지고 있습니다."
전직 외교관 A 씨의 말이다.
외교안보라인 중국통 패싱 심각
이번에는 '한중관계 엄중 시기에 외교안보라인 중국통 패싱 심각'이라는 제목의 세계일보 보도(9월 13일)를 보자. 외교 정책라인에 중국통이 철저히 외면되고 있음을 지적한 기사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다.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 지휘부에 중국통이 전무하다. 정의용 실장은 외무부 통상국장, 통상교섭조정관, 주(駐) 제네바 대사를 역임한 다자•통상통이다. 이상철 제1차장은 육군 준장 출신으로 안보•남북문제 전문가다. 남관표 2차장은 외교통상부 정책기획국장과 주 헝가리 대사, 서울시•부산시 국제관계대사, 주 스웨덴 대사를 지냈다.
신재현 청와대 외교정책비서관은 외교부 북미국장과 주 샌프란시스코 총영사를 역임한 미국통, 외교부 아프리카 중동국장과 아프리카 중동담당 대표를 지낸 권희석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은 아프리카 중동 전문가로 분류된다.
외교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강경화 장관은 유엔에서 외교 경험을 축적했다. 조현 제2차관은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 심의관, 국제경제국장, 주 오스트리아•인도 대사를 역임한 다자•통상통으로 분류된다. 임성남 제1차관 정도가 2009년 7월∼2011년 10월 주중대사관 공사로 중국 근무 인연을 갖고 있을 뿐이다.
외교부에 중국통이 없나
그럴 만한 사람이 없어서인가? 아니다. 외교부에도 분명 중국통이라고 할만한 멋진 외교관이 적지 않다. 다만 키우지 않을 뿐이다. 외교부에서 능력 있는 사람은 페이퍼 잘 만들고, 분석 잘하는 사람이다. 그런 건 워싱턴이나 도쿄에 있는 외교관들이 더 잘 한다. 정보가 많고, 선배들로부터 방법론을 전수받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이나 일본은 외교관들의 선망 포스트다. 실력 있는 직원이 뽑혀갔고, 또 그들이 성장해 실력 있는 후배를 끌어갔다. 그렇게 아메리칸 스쿨, 재팬 스쿨이 형성된다.
그러나 1992년 수교한 중국은 그런 맥이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 수교 초기였던 94년 중국 어학연수를 다녀온 차이나스쿨의 형님 뻘 되는 한 외교관은 엘리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그도 동북아국장은 하지 못했다. 최근까지 주중 대사관의 정무공사로 일했던 그는 중국 아닌 다른 지역의 대사로 발령받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재를 있어도 안 쓴다. 그러니 특정 스쿨이 우리 외교 다 말아먹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중국통 정책적으로 키워야
이대로 좋은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급변하고 있고, 중국의 기세는 날로 거세지고 있는데, 언제까지 우리는 갖고 있는 자원마저 무시할 것인가?
"한 솥밥 먹은 사람을 챙기는 게 인지상정이라는 거 압니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닙니다. 좀 더 멀리 봐야 한다면 중국통을 정책적으로라도 키워야 합니다. 엘리트 외교관들이 중국의 문을 두드리게 하고, 그들의 아이디어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고착된 한중 관계를 풀어가는 시작입니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에서도 일했던 한 전직 외교관의 말이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소장(기자). *우리가 아는 중국은 없다-시진핑 시대 중국 경제의 위험한 진실*의 저자. 머리가 별로여서 몸이 매우 바쁜 사람.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7년 동안 특파원을 지냈음.
http://blog.joins.com/woodyhan
woodyhan88@hotmail.com [한우덕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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