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스트바이(best buy), 홈데포(Home Depot), 영국 테스코(Tesco), 아소스(ASOS), 마크스 앤드 스펜서(Marks & Spencer)……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이 유통 기업들의 공통점은 중국 시장에서 고배를 마시고 끝내 철수의 길을 걸었다는 것이다.
한국 유통업체를 대표하는 이마트,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역시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다 결국 중국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프랑스 유통기업 까르푸도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으로 중국 시장 철수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의 거물급 외자 기업들이 매출 저조, 낮은 시장 점유율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유독 이 분야 만큼은 중국이 외자기업을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신에너지차, 사물인터넷, 로봇으로 대표되는 ‘스마트 제조’ 시장이다.
中 스마트제조시장, 외자기업들 선점 전쟁 가속화
산업 전반의 품질 향상을 위해 중국 당국이 대외 개방 정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해외 다수 기업들이 중국 스마트 제조 시장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특히 외자기업의 활약은 자율주행차, 신에너지차, 산업인터넷(IIoT), 로봇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소비 시장인 중국 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가장 눈독 들이는 시장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신재생에너지 자동차와 자율주행차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중국 전통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것으로 예고된다.
최근 중국 당국은 특수차량, 신에너지차의 외자 보유 지분 제한을 전면 취소했다. 이어 오는 2020년까지 상용차의 외자 보유 지분 제한을 철폐하고 2022년에는 승용차에 대한 외자 보유 지분 제한 취소 및 합자 기업 수량 제한을 시행할 뜻을 밝혔다. 자동차 시장의 대외 개방에 대한 중국 당국의 로드맵과 시간표가 확정됨에 따라 외자 기업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7월 10일 미국 테슬라는 상하이에 연간 전기자동차 5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슈퍼 공장’을 설립할 계획을 밝혔다. 이는 중국 최초의 외국 기업 단독 출자 공장이다. 이곳에서 테슬라는 전기차 연구 개발, 제조, 매출부터 자회사 운영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벤츠, BMW, 폭스바겐, 도요타, 제너럴 모터스 등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 역시 중국 자동차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중 도요타는 지난해 말 중국 인공지능 기업 상탕커지(商汤科技)와 장기 합작 협정을 맺고 자율주행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도요타와 상탕커지는 각각 차량 제어 기술 시스템과 시각적 알고리즘, 개발 플랫폼을 제공해 승용차에 적합한 L4급(100% 자율주행) 자율주행설비를 개발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인사는 “신에너지차와 자율주행이 미래 자동차의 발전 추세”라며 “중국 자동차 산업과 세계 대기업과의 합작 서로 보완하고 합작하는 방식으로 업계 혁신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 산업인터넷시장도 외자 기업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독일 지멘스는 7월 초 알리바바 산하 알리클라우드(阿里云)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산업인터넷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들은 오는 2019년에 알리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사물인터넷(IoT) 운영체제 마인드스피어(MindSphere)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멘스는 앞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애저(Azure) 클라우드의 온라인 플랫폼을 사용해왔다. 이번 알리클라우드와의 제휴로 지멘스의 디지털화 업무는 중국 진출과 더불어 산업인터넷 서비스 및 제품 업그레이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인건비 상승과 산업 업그레이드에 따라 로봇은 노동 시장 발전의 필연적 추세로 대두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은 오는 2020년까지 중국 산업용 로봇 판매량이 20~25%의 성장률을 보이며 전세계 판매량의 40%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이 전세계 최대 시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의 거대한 산업용 로봇 시장을 두고 스웨덴의 ABB, 일본 파낙, 야스카와, 독일의 쿠카(KUKA) 등 해외 대형 로봇 기업들은 이미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이 중 ABB, 야스카와는 중국에 생산기지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스카와는 중국 장쑤성 창저우(常州)시에 자동차 조립, 용접, 페인트 등을 제조하는 로봇 공장을 설립했다. ABB 역시 주하이(珠海)에 로봇 응용 사업을 개시하고 있으며 파낙은 중국 메이더(美的) 그룹과 연합해 중국 가전 제조 시장을 노리고 있다.
상기 기업들은 주로 중국 본토 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연구 개발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제품 혁신과 산업 성능 최적화가 중국 로봇 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중국기업연합회 연구원이자 기업연구소 류싱궈(刘兴国) 소장은 “스마트 제조 분야의 적극적인 대외 개방은 국내 해당 업계 발전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수의 외국 기업 진출에 따른 경쟁 압력을 발판으로 삼아 기술 혁신에 더욱 힘쓰는 것이 중국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외국계 은행, 개혁개방의 교두보 ‘상하이’로…
한편, 상하이 개방 100대 조치에 발맞춰 외자은행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6월 캐세이 유나이티드 뱅크는 중국 보험감독위원회에 상하이에 21번째 외자 법인 은행 설립 허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같은 시기 요르단 아랍은행 역시 상하이에 분점을 열기로 밝혔다.
최근 발표된 ‘외자은행발전 및 정책 평가’ 보고서는 영국, 일본, 싱가포르, 프랑스의 상업 은행이 중국 상하이 등지에 새로운 기구 설립 및 지분 확대 의사가 있음을 나타냈다. 스탠다드 차타드, 씨티 은행 등 다수의 외국계 은행 역시 성숙한 해외 네트워크와 국제 비즈니스 운영 경험으로 중국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상하이 자유무역구에 처음 진입한 외자 금융기관인 싱가포르 DBS은행의 네일거(Neil Ge) CEO는 “DBS 은행은 지난 2012년과 2016년 두 차례 각각 23억 위안, 17억 위안을 추가로 투입했다”며 “이는 자사의 중국 시장 발전에 대한 높은 기대와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외국계 은행에 대한 규제를 축소시키면서 금융 사업 허가 범위를 확대 허가하고 있는 중국 당국의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지난해 말까지 중국 내 외국계 은행 기구는 1013곳으로 전년도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상하이 외국계 은행의 자산 총액은 1조 5300억 위안(250조원) 지난해 10월 이후로 꾸준한 10%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멜론은행 수석 외환전략가 사이먼 데릭은 “중국 금융 시장 개방으로 외국계 은행은 보다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중국 시장에서 외국계 은행이 보다 많은 이득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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