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 | 인물과사상사 | 2008.01.21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교수가 쓴 이 책은 한국 사회와 당시 국제 정세 등에 대한 저자의 솔직한 견해, 생각을 담은 일기 글(혹은 수필)이다. 출간된 지 벌써 10여 년이 넘은 책인데도 읽는 데 무리 없을 정도로 사회 분위기가 변하지 않았다고 느껴진다.
여전히 국가에 대한 신뢰도는 낮고,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은 심화되었다. 학벌과 재력,직업으로 계급화된 우리 사회는 이제 아예 금수저와 흙수저로 양극화되다 못해 어디서 기인한지도 모르는 분노를 사회적 약자를 향해 쏟아내고 있다.
짤막한 글 한 꼭지 한 꼭지 읽어가는 동안 격렬하게 동감하는 부분도 있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부분도 있고, 현상을 꿰뚫어 보는 혜안에 감탄하게 되는 부분도 많았다. 한국에서 태어나 청년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슬프게 공감할 부분들을 살짝 소개해 본다.
-자본의 질서를 당연지사로 보는 시각을 이미 내면화한 순치된 대중들, 한국에서는 이 순치된 대중들이 사회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다. 중산층 상부를 지향점으로 삼아 다수가 살인적 경쟁 속에서 신분 상승을 도모하는 아비투스(인간의 행위를 낳는 무의식적인 성향, 행위자의 주관성 속에 내면화된 사회질서)가 이미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것이다.
-고성장 무복지 모델에서 기인한 고질화 된 불안심리, 국가 및 경제 권력의 역사적인 정당성 부족, 불가피한 성장 둔화와 중국 등 저임금 지대의 추격, 세계 시장에서 틈새 역할을 했던 한국 자본주의의 불확실한 미래 등 가장 중대한 요소는 경제성장 이상으로 평균 학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그 학력을 제대로 소화할 만한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 이 사회에선 사회에 진입하려는 젋은이의 기대가 극소수를 빼고는 좌절되고 만다.
-기득권을 가진 쪽을 성공한 사기꾼으로 보면서도 그들의 영향권으로 진입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는 의식도 동시에 갖고 있다. 불신, 불만, 불안과 섞여 있는 매우 강렬한 신분 상승 욕구라고 할까?
우리 아이들은 내가 살아온 시대보다 더 공정하고 덜 불평등한 사회구조 안에서 개개인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고 인간으로서 존중받기를 기대해 본다.
Helen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