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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쌤 교육칼럼] 젊음과 나이 듦

[2023-01-19, 13:08:13] 상하이저널
“아득한 옛날, 땅 위 세상 사람들이 어두운 밤을 무서워한다 하여 옥황상제께서 밤하늘에 별을 박아 넣으실 때 내가 그 별들을 일일이 은하수 물에 닦아 드리던 생각이 나는도다. 그러니 내 나이가 지금 적어도 수천 살은 될 터이니, 어찌 그대의 형이 되지 못하리오?”

“그때 일이라면 나도 기억이 생생한데, 하늘에 별을 박기 위해 옥황상제께서 딛고 계시던 사다리를 붙잡아 드린 것이 바로 나였도다. 그때 나는 벌써 코 밑에 흰 수염이 났으니 한갓 물장난치는 어린애이던 그대보다 서른 살은 더 먹었을 것이로다. 형은커녕 아버지라 하여도 되겠도다.”

“그런 말은 그대가 역시 나이 어린 탓에 세상 물정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로다. 사람들도 젊어서는 머리숱이 많다가 늙으면 빠져서 대머리가 되는 법. 나는 그때 이미 수염까지 몽땅 빠진 늙은이라 사다리 잡는 일은 힘이 들어 못 하고 손자들을 도와 물가에서 별이나 닦고 있었던 것이로다.”

이 대화는 토끼와 별주부가 첫 대면 때 누가 더 나이를 많이 먹었는지 알아보고 형 동생을 정하자며 말씨름하는 내용이다. 산짐승 중에도 남생이나 두꺼비 같은 무리는 날 때부터 수염이 없으니 어떻게 네 말을 곧이곧대로 믿겠냐는 토끼와, 그렇게 따진다면 물속에 사는 우리 고기 무리 중에서도 미꾸라지며 메기며 새우며 허다한 족속들이 태어날 때부터 수염을 달고 있으니 어찌 수염이 있고 없는 것으로 나이를 따지겠냐는 별주부는, 결국 동갑내기 친구로 지내기로 한다. 

“민쯩”부터 까!

내가 어릴 적에도 골목에서 애들이랑 놀다가 못 보던 아이가 놀러 나오기라도 하면 대뜸 “너 몇 살이야?”라고 묻는 것으로 입을 떼기 마련이었다. 이럴 땐 다문 몇 개월이라도 빠른 게 유리한 법이다. 어른들이라고 다를까? 이런 저런 이유로 모르는 엄마들이 만나 밥 먹고 차 마시고 하면서 조금 익숙해진다 싶으면 “민쯩”부터 까서 언니 아우를 가늠한다. 붙임성 좋은 엄마들은 바로 “언니”라고 부르며 살갑게 대한다. 사실 어디 가서 언니라고 부르기 보다는 언니로 호명될 때가 점점 많아지는 나로서는 이런 문화가 꼭 달갑지는 않다. 연식에 비례해 철드는 것도 아닌데 나이만큼 무거워진 옷을 입는 느낌이랄까. 

“어쩜 넌 그대로니?”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우리 사회는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는 것이 미덕이 된 지 오래다. 연예인들의 방부제 미모는 더 이상 화젯거리도 안 된다. 어린 시절에 몇 달이라도 많은 게 벼슬인 양 도토리 키재기를 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어려 보인다”가 최대의 찬사가 되어버렸다. 오랜만에 동창들을 만나면 “어머, 어쩜 넌 그대로니?”가 가장 의례적인 인사말이 아니던가? 비록 속으로는 다 나이대로 먹는다고 생각할지언정. 모르긴 해도 젊은 시절의 동안과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들이는 비용과 그에 파생되는 비즈니스도 GDP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올해부터 만 나이를 쓰는 것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들인 이유도 나이 계산이 간편해지는 것도 있지만 한두 살이라도 어려지는 효과가 크다고 본다. 


 
우리사회의 유년화, 늙지 않는 나라 ‘네버랜드 신드롬’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피터 팬 신드롬은 이미 회자되어 왔지만, 최근 김난도 교수는 <2023 트렌드 코리아>에서 우리 사회의 유년화가 단지 일부의 취향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사고방식으로, 나아가 생활양식이 되고 있다며 이러한 트랜드를 ‘네버랜드 신드롬’이라 칭했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 원인은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생애 과정이 다양해지고 어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전형적인 모습이 사라지면서 생긴 구조적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더 이상 나이가 전문성이나 권위를 뜻하지 않게 된 흐름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025년이면 우리나라도 만 65세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는데 피터 팬이 산다는 늙지 않는 나라 네버랜드라니, 이것은 역설인가 아니면 자연스러운 현상인가?  


취포자 ‘니트족’, 청년 고립생활 증가

정작 역설적인 상황은 따로 있다. “이상! 빛나는 귀중한 이상, 그것은 청춘이 누리는 바 특권이다.”라고 민태원이 <청춘 예찬>에서 부르짖었건만,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청년 니트족(NEET’는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니면서 직업 훈련도 받지 않는 근로의욕 없는 청년 무직자를 가리키는 말)은 13만 명에 달하며, 그 비율은 18.4%로 다섯 명 중 한 명꼴이라고 한다. 그리고 국책 연구기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지난 2020년 기준 만 18세~34세 청년 가운데 약 37만 명이 사회와 고립돼 생활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집계 대상을 청장년으로 확대하면 그 숫자는 더 커진다. 전문가들은 청년고립의 사회적 비용은 1인당 15억 원, 전체적으로 585조 원에 달한다고 말한다. 거의 우리나라 1년 예산 규모다. 

젊음의 활기∙어른의 통찰 필요 

한사코 세월의 흐름에 역행하며 젊어지고자 애쓰는 어른들과 일찌감치 뒷방 늙은이처럼 동력을 잃어버린 청년들이 공존하는 가운데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가 발생한 지 3년째인데도 여전히 팬데믹의 끝은 보이지 않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물가와 금리는 오르고 실질 가계소득은 감소하고 있는데 일자리 전망은 더욱 어둡다. 경기 불황과 침체가 예견되는 상황이지만 일본처럼 성장 동력을 잃고 선진국의 덫에 갇히지 않으려면 사회적으로 젊음의 활기와 에너지를 잃지 않으면서도 성숙한 어른의 지혜와 통찰이 절실하다.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는 어쩌면 토끼의 순발력과 위기 대처 능력이 더욱 필요한 것은 아닐까? 

김건영
-맞춤형 성장교육 <생각과 미래> 대표
-위챗 kgyshbs   
-thinkingnfutu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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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아이들과 책 읽고 토론하며 글을 쓴다.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 코칭과 상담을 병행하고 있다. 청소년 인문캠프, 어머니 대상 글쓰기 특강 등 지역 사회 활동을 해왔으며, 도서 나눔을 위한 위챗 사랑방 <책벼룩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상하이저널과 공동으로 청소년들의 진로탐색을 위한 프로젝트 <청미탐>을 진행하고 있다. 위챗 kgyshbs / 이메일 thinkingnfuture@gmail.com / 블로그 blog.naver.com/txf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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